<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서평
우리는 창의성에 대하여 흔히 천재들의 번뜩이는 영감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 폴 매카트니 등 모든 분야에서 신에게 선택받은 듯한 사람들이 '유레카!'하며 천재성이 폭발하는 것이 창의성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느낄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 책<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의 저자 앨런 가넷은 어떠한 법칙을 따르면 누구나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편견을 박살 내준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85285
이 책의 저자 앨런 가넷은 '창의력에 관한 영감 이론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성공한 아이디어에는 신비로운 원천이 있는 것이 아니고, 천재의 섬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누구나 배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이다.
사람들의 심리에는 모순이 있다. 바로 익숙한 것을 원하면서도 색다른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모순되는 충동이 종형 곡선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커브'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브에는 '스위트 스폿'이라는 사람들의 관심과 선호도가 폭발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은 선호도와 친숙성, 안전함과 놀라움, 유사성과 차이점의 최적의 긴장을 유지하는 오묘한 지점을 말한다.
작가는 창작가들이 창의적 재능을 터득하기 위해 배운 방법을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네 가지 법칙으로 설명한다. 이 네 가지 법칙은 소비, 모방, 창의적 공동체, 반복으로 나눠지며 서평의 뒷부분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재능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고난' '크게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뚜렷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변수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구한 결과 어릴 때부터 어떤 특정 능력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신 두 가지 중 한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 어렸을 때 어떤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특정 기술을 배웠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아이가 평범해도 부모들은 아이에게 아주 잘했다고 말하며 '양성 피드백'을 받게 되고 이것이 비범한 능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뛰어난 운동선수나 그 밖의 전문가들의 배경을 조사한 어느 연구팀은 "그들이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 다른 발달 경로를 밟았다"라는 사실을 밝히며 "일찍부터 철저히 관리받으며, 최고의 교사를 만나 최고의 환경 속에서 훈련받았다"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 '손흥민'과 얼마 전 은퇴한 전설적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생각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최고의 코치가 되어준 아버지와 철저한 자기 관리이다. 이들은 꾸준한 관리와 노력으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천재'가 되었다.
이치로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기자에게 "노력하지 않고 뭔가를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천재라고 한다면 난 천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뭔가를 이루는 사람이 천재라고 한다면 나는 천재가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치로의 이 명언이 '천재와 재능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현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04년 초, 아이비리그 대학교에서 '캠퍼스네트워크'와 '페이스북'이 몇 주 차이로 탄생했다. 그 당시 페이스북은 친구 추가와 찜하기 기능만 있는 온라인 인명록 수준이었지만 캠퍼스네트워크는 사진, 공유, 액티비티 피드 등 나중에 페이스북이 추가하게 되는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회사의 경쟁은 페이스북의 승리로 끝나고 만다. 왜 더 뛰어난 기능을 탑재한 캠퍼스네트워크가 실패하게 된 것일까? 실패의 원인은 오히려 페이스북 보다 다양한 기능에 있었다. 너무 앞서가는 성능을 사람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페이스북은 유저들에게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편하게 해주면서 한두 가지 기능들을 조금씩 추가해갔다. 마크 저커버그는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후 페이스북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정확한 지점에서 새로운 특징들을 추가함으로써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최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어릴 적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할 때부터 엄청난 양의 영화를 보여 자료를 소비해 왔다. 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씹어 먹은' 테드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알게 되었다. 즉,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이상적인 지점에 있는 콘텐츠를 식별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테드가 말한 그런 콘텐츠는 "한 발은 친숙함에 그리고 다른 한 발은 정말 신선하고 알려지지 않은 색다른 곳 "이라고 말한다.
창의적인 창작가들은 하루에 꼭 3~4시간, 일하는 시간의 20%를 어김없이 이런 식의 소비에 투자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야 본능처럼 어떤 아이디어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 알아내는 데 필요한 '대표 사례'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20%의 법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터넷의 탄생으로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창작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창작의 원천은 바로 모방이며 독창성 있는 창작물들도 과거의 창작물에 영향을 받은 '솜씨 좋은 리믹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런 '리믹스 문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제약'이다. 제약은 창작가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색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창작가에게 자유를 준다.
때론 모방과 표절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끊임없는 잡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모방이 창의성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창작이란 팀스포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창의적인 천재를 유아독존적인 마치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데는 미디어 매체들이 한몫하는듯하다.
이 책에서는 창의력과 관련된 네트워크의 네 가지 유형을 설명한다. 마스터 티처, 상충하는 협업자, 모던 뮤즈, 유명 프로모터가 그것이다.
마스터 티처는 손흥민 선수를 최고의 축구 선수로 키운 그의 아버지 손웅정 코치나 빌보드차트를 휩쓰는 히트곡을 수도 없이 쓰는 맥스 마틴 같은 사람들이다.
마스터 티처는 두 가지 중용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제약을 가르치며, 피드백을 통한 의식적인 훈련으로 제자들을 돕는다. 이 부분을 읽으며 피드백과 의식적인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 <완벽한 공부법>을 읽은 이후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마스터 티처를 찾는 데 필요한 요소는 바로 호기심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특별한 것을 아는 어떤 사람들을 끊임없이 찾아서 질문하고 얘기를 들어야 마스터 티처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두 번째, 상충하는 협업자란 손발이 척척 맞아 서로에게 전혀 압박감을 주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이상적인 협업자란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사람이다.
마치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이신 신 박사님과 고 작가님의 관계를 보는 것 같다. 두 분은 서로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각자의 장점이 있고 의견이 맞지 않을 때 항상 치열하게 토론한다고 한다.
세 번째, 모던 뮤즈란 실질적인 동기뿐 아니라 창작가가 활용할 재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앤디 워홀은 항상 창의력 있고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며 상상력과 감수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유명 프로모터는 이미 신임을 받고 있고 그 기득권을 기꺼이 비주류 신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다. 비주류 신인은 그들로부터 큰 혜택을 입지만, 유명 프로모터 역시 혜택의 수혜자가 된다. 그들은 비주류로부터 크리에이티브 커브 위의 적정 지점에 머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을 수 있다.
반복은 개념화, 압축, 큐레이션, 피드백 이 네 가지 단계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듬어가며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이상 지점을 찾아가는 법칙이다. 분야가 달라도 이런 창작 과정은 매우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소비, 모방, 창의적 공동체, 반복을 통해 아이디어를 갈고닦는다면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스위트 스폿에 올라가는 절정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요소와 법칙들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꾸준한 '그릿'을 가지고 창의성이 키워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행동한다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해도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수입이라는 결실을 얻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는 빛바랜 나만의 공상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어떤 회사의 회장님의 일화가 떠올랐다. 1999년도 쯤 야심 차게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었지만 이제 막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컴퓨터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주부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컴퓨터 사용이 미숙한 고객들을 위해 고객센터를 운영했는데 고객들의 주된 질문 중 하나가 "도대체 컴퓨터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어떻게 넣느냐"였다고 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너무 빠른 혁신가는 결국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회사문을 닫게 되었다.
그래도 끝은 해피엔딩이다. 수년이 흐른 후 이 회장님은 과거의 실패를 디딤돌 삼아서 다른 회사를 만들어 크게 성공했다. 이 일화로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중요성과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면 기회는 다시 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