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서평
무엇이 진짜 성공을 가져다주는가
우리는 TV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보며,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서로 다른 신념을 나름대로 가지고 살아간다. '모범생이 성공한다.' '실력이 중요하다, 인맥이 중요하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겸손이 중요하다' 등등 다 멋진 말이고 맞는 말 같다.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의 4번째 책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에서는 그러한 성공신화의 진실을 파헤친다. 책의 저자 에릭 바커는 'TV에서 보여주는 사례들이 성공의 전형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공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좋은 내용이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자신감과 겸손' '워커홀릭과 워라밸'그리고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말해보려 한다.
자신감에 대한 패러다임을 뒤바꿔라
1997년에 세계 최고의 체스 마스터 가리 카스파로프와 슈퍼컴퓨터 딥 블루의 세기의 체스 대결이 있었다.
이세돌 vs 알파고 이전 최초의 인간 vs 기계의 승부였다. 1년 전에는 카스파로프의 승리로 끝났지만 두 번째 대결에서 카스파로프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딥 블루가 두었기 때문이다.
혼란에 빠진 챔피언은 대국을 거듭할수록 소극적인 대처로 임했고 자신감 없는 수를 두기 시작했다. 챔피언답지 않았다. 결국 1승 3무 2패로 인간을 대표하는 챔피언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마침내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 그렇다면 딥 블루는 몇 십수를 앞서보는 신의 한 수로 챔피언을 꺾은 것인가?
아니었다. 첫 대국에서 나온 이해할 수 없는 수는 소프트웨어 버그였다. 카스파로프는 당연히 그 사실을 몰랐고 당황한 챔피언은 자신감을 잃고 그것이 패배의 원흉이 되었다.
이렇듯 경우에 따라서 자신감은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자신감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고통을 참는 능력을 키워주며 동기부여와 성과를 높여준다고 한다.
자신감의 힘이 이렇게나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셜 골드스미스의 말에 따르면 자신감이 '통제감'을 주기 때문이다.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은 남들이 위협이라고 말하는 것을 기회라고
여긴다.
··· 성공한 사람들은 내적 통제 소재가 높다.
이렇게 자신감은 큰 장점이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오만한 CEO는 회사를 망하게 할 확률을 높인다.
또 실력과 경험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감만 하늘을 찌르는 경우가 많다. 빈 수레가 요란한 것이다.
회사에서도 고압적인 리더는 팀원들의 소통을 줄이고 팀 전체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 변호사는 비관주의자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생각과 비관주의가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낙관과 비관,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자신감은 타인에게 유능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반대로 남을 깔보고 거만하게 만든다. 반대로 자신감을 낮추면 전문가로 가는 길에 가까워지고 타인의 호감을 사지만, 의기양양한 행복감을 얻거나 유능해 보이기 어렵다.
도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싶다.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건가? 여기까지 읽으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이 책은 이에 대안을 제시해준다.
그것은 바로 '자기연민'이다
실패한 나를 동정하게 되면, 지금의 무능력을 실감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최고라고 자기최면을 걸지 않아도 되며, 부족한 나를 너그럽게 볼 수 있다. 나 자신을 막 태어난 아이처럼, 막 사귀게 된 애인처럼 대한다면 책임감은 늘어나고 중압감은 줄어든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자책하지 않고 실패의 두려움도 적다.
그렇다면 자신을 너그럽게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하라.
2. 모든 것에 완벽해지려 하지 마라.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3. 실수해도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라.
4. 나의 장점을 종이에 적어보자.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나 자신에게 때로는 너그럽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축구 같은 팀 스포츠를 하다 실수를 하거나 패배하면 내 탓이라고 자책하며 화를 냈고 경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기분이 풀어지지 않았다. 알바나 일을 할 때도 실수나 지적을 받으면 짜증이 치밀었다. 지적하는 매니저나 선임보다 이 정도 일도 똑바로 못하는 내가 더 싫었다. 그러다 보니 자괴감도 쉽게 느꼈다. 잘 하려고 신경을 너무 쓰면 오히려 더 실수하게 됐다.
나는 내가 책임감이 강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나는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했다.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더 다정하게 대하고,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로 살아야겠다.
워커홀릭 VS 워라밸
성공한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마치 강박증 환자처럼 행동한다.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테드 윌리엄스는 끊임없는 연습도 모자라 MIT에서 야구의 물리학을 배우며 <타격의 과학>이라는 책까지 썼다. 그는 42살까지 메이저리거였으며 코치가 되어서도 선수들을 하루 종일 연습시키고, 딸바보 아빠처럼 선수들의 통행금지 시간을 정했다. '내가 선수 때 그만큼 했으니 너희들도 그래야 해'라는 태도였다.
얼마 전 은퇴한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는 어릴 적부터 365일 중 배트 연습장이 설 연휴로 쉬는 단 하루를 뺀 모든 날에 연습한 연습벌레였으며 프로선수 시절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십몇 년 동안 매일 아내가 준 카레만 먹고 연습이나 경기에 나갔다고 한다.(나는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보다 이게 더 대단한 거 같다.)
그러나 테드 윌리엄스는 팬들에게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겠지만 사교성도 없었고 이혼도 세 번이나 했고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였던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나 아인슈타인 등 대단한 업적은 세운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야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가족, 친구 등 다른 분야에서는 빵점이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잡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과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는 걸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균형 잡힌 삶
인생은 여러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인생의 척도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4가지 척도를 알려준다.
1. 행복 : 내 삶에 대해 기쁨이나 만족감을 느끼는가. (즐거움)
2. 성취 : 비슷한 목표를 추구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이 달성했는가.
(승리했다는 느낌)
3. 의미 : 소중한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가. (인정)
4. 영향력 : 성공을 추구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남긴 가치나 성취가 도움을 주는가.
(확장)
그렇다면 이 4가지 척도를 만족시키고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실천해야 할까?
1. 계획적인 삶 : 평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 편한 행동을 선택한다. 계획적인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계획이 없으면 우리는 진정한 충족감과 행복을 주는 행동이 아니라 편하고 소극적인 행동으로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2. 시간관리 : 에릭 바커는 자신의 행동을 1시간 단위로 1주일을 기록하고, 그간의 행동을 살피라고 말한다. 이는 책 <완벽한 공부법>에서 말하는 데일리 리포트와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내가 한 행동을 일일이 적게 되면 얼마나 하루를 비생산적으로 살고 있는지 직시하게 된다.
3. 환경설정 : 시끄러운 철로가 있는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조용한 교실에서 수업받는 학생들보다 성적이 낮게 나왔다. 소음 공해가 줄어들자 성적 차이는 사라졌다. 환경을 통제해야 일도 공부도 더 잘 된다. 자세한 내용은 역시 <완벽한 공부법> 환경설정 편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4. 무슨 일이든 마지막이 제일 중요하다 : 퇴근, 하루, 영화도 마지막이 중요하다. 칼 뉴포트는 하루 업무를 마감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셧다운' 시간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종이에 적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뇌가 안정되기 때문에 하루의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도 자기 전 내일 할 일을 종이에 적어 보고 있는데,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종이에 적어본 일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하게 되었다. 확실히 종이에 할 일을 적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성공의 길
나는 일, 가족, 친구, 건강 등 삶의 의미와 행복을 위한 균형 잡힌 인생이 진짜 성공이라는 믿음을 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어떻게 실천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막연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정하는 나만의 성공과 꿈을 성취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한 층 깊어졌다.
그리고 이 책이 말해주는 성공의 법칙들은 <그릿>, <기브 앤 테이크> 등 다른 명저들의 사례를 인용하며 성공의 길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 가족, 애인, 친구의 성공과 행복이 곧 나의 성공과 행복이기도 하며 내 균형 잡힌 삶의 척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