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들들에게 보내는 못난 아비의 편지

4. 어른이 된다 것

by 배용현

4-3 바르게 서기


다음으로 어른이 갖추어야 할 세 번째 덕목은 ‘신념’이다. 신념은 나 자신이 세워 놓은 옳고 그름의 가치 체계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주요한 척도가 되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의지와 흔들리지 않는 추진력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신념이 없는 사람은 결단력이 부족하고 군중심리에 매몰되기 쉬워서 주체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하지 못하는 ‘줏대 없는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은 물론, 공동체나 국가 경영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누군가가 설계해 놓은 구조 속에 갇힌 객체 내지는 추종자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진정한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어른은 나 자신에 대한 신념, 내가 나아갈 길과 내가 선택한 길이 옳고 바르다는 신념, 그리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 신념은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샘솟게 할 것이며, 이로써 너희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념 때문에 우리 인간은 목숨을 던지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일제강점기, 조국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애국열사들이다. 이분들은 일제의 침략이 불의하고 위법한 것이며, 우리는 반드시 조국의 해방을 이룰 것이라는 강한 신념으로 고귀한 목숨을 던졌다. 또한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족 분규나 종교 전쟁은 개인대 개인은 물론 국가와 민족 간의 신념이 충돌할 때 발생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란체스코 하예츠, ‘클레르몽의 광장에서 제1차 십자군 전쟁을 설교하는 우르바노 2세 교황’, 1835년, 이탈리아 갤러리

물론 이 말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목숨을 바치거나 누군가와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라 올바른 신념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칠 만큼 중히 여기고 애쓰라는 뜻이다.

따라서 종교나 철학과 같은 거대 담론은 뒤로 하고 앞으로 너희가 어떤 신념을 만들어 가야 하고 또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도록 하자.


먼저, 신념은 특정한 영역이나 분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현재는 물론, 앞으로 쌓아갈 지식과 감수성을 통해 형성되는 일종의 가치 체계이자 의지력의 표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그 신념은 사랑일 수도 있고, 믿음일 수도 있으며, 희망이나 목표일 수도 있다.

보통 이런 신념은 우리 삶에 의미와 가치를 더 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신념이 지나치게 강하면 집착과 불신이 싹트고 그 자리에 이분법적인 사고와 양비론적 배타성이 잉태되기 마련이니 올바른 신념을 잘 키우고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신념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가 궁금할 것이다. 우선 신념은 지식에 비례해 강해지고 잘못된 지식이나 정보는 그릇된 신념을 키우는 속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천동설과 지동설 논쟁이다.

당시 서구사회는 신 중심의 중세적 사고에 갇혀 있던 시기로 유일신인 하나님이 창조한 지구는 평평하고 세상의 끝은 한길 낭떠러지이며,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믿음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이런 천동설은 중세 유럽의 보편적인 지식이었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강한 신념이 있었다.

그 종교적 신념이 ‘지구는 돈다.’고 주장한 쿠페르니쿠스를 사형(1543년)시켰으며, 그로부터 약 100년 후 자신의 과학적 신념에 따라 지동설을 옹호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종교재판을 받고 구금 생활을 하던 중이던 1642년에 사망했다. 이 두 사람의 죽음은 종교적인 신념과 과학적인 신념이 충돌한 것으로 지식과 신념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너희는 올바른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 바른 신념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선 아직 어린 나이인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학교 공부에 충실하며,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놀이나 학습을 해주는 것이 좋다. 중학교에 이르면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어느 정도 가치관이 완성되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학습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는 너희가 옳다고 믿는 가치관과 신념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학문을 집중 연구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허황되고 주술과도 같은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해줄 것이니 너희들이 다 자라 아이를 낳고 키울 때도 참고하기 바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어떤 감정이나 신념도 과도함과 부족함에 빠지면 미덕이 아니라 악덕이 된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너희 신념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그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바르고 선해야 한다. 정의롭지 못하고 악한 신념과 그 실현은 부도덕하거나 반사회적이어서 범죄의 길로 인도하기 십상이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한 국가 중 유일하게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모두 이루며, 선진국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벌어진 것이다. 성숙한 민주 시민들은 빛의 혁명으로 계엄군에 맞섰으며,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그리고 의식 있는 민주 군인들의 전략적이고 발 빠른 대처로 계엄은 해제되었다. 하지만 내란을 주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이를 단죄하기 위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은 우리 사회를 더욱 분열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법원이 폭도들에게 도륙되고 경찰 등 공권력이 무너지는 무서운 광경이 펼쳐졌다.

12.3 MBC 뉴스 영상 캡쳐.jpg MBC 뉴스데스크 영상 캡쳐

이런 일련의 사태는 그릇된 신념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계엄이 해제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내란 세력과 그 추종 지지자들은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에 포획된 채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훗날 역사가 진실을 밝힐 것이라는 믿음으로 신념에 따라 행동한 것이지만 전혀 정의롭지 않았고, 그 수단과 방법 또한 바르고 선하지도 않았기에 영원히 범죄자의 낙인을 품고 살아야 한다. 이처럼 12.3 비상계엄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복원해야 한다는 신념과 폭주하는 야당을 견제하고 부정선거의 진상을 밝혀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신념이 충돌한 사례로 이 두 세력의 신념 중 어느 쪽이 옳은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이와 같이 너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그릇된 신념에 지배되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법률이나 도덕, 사회적 가치를 믿고 따르며 살아간다. 하지만 일부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경제적인 이득이나 개인의 욕심과 피해의식이 싹틀 때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저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피해를 주는 것은 절대 옳은 신념일 수 없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는 많은 공부와 경험을 통해 정의롭고 옳은 신념을 키우고 이를 동력으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원대한 꿈을 실현해 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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