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른이 된다는 것
지구가 형성된 이후로 모든 생명체는 척박하고 장엄한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투를 거듭하며 진화해 왔다. 그나마 우리 인간은 직립 보행과 도구의 사용이라는 축복을 통해 다른 여타의 동물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찾을 수 있었지만 절대적인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
일례로 조선시대까지 민초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호환마마(虎患媽媽)로, 이것이 어찌나 무서웠으면 호랑이와 마마(두창바이러스 감염증, 즉 천연두)를 신으로 모시기까지 했다. 우리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위협이나 웬만한 전염병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고작 100년도 되지 않으니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두려운 생존을 이어 왔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약한 인간에게 있어 '생존'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외부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기에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공포가 인간의 무의식까지 점령하고 우리 DNA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공포는 사회가 발달하고 그 대상과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사회현상으로도 나타나는데 프로이트는 공포를 “무의식적 갈등과 억압된 욕망이 만들어 내는 심리적 불안”으로 해석하는 등 정신분석학의 주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가 되었다.
이처럼 두려움이나 불안과 공포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자연스러운 심리 기제이며, 오히려 건강한 긴장감은 아드레날린을 생성하여 집중력을 강화하고 정신을 맑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게다가 제아무리 무서운 공포영화도 여러 번 보면 전혀 무섭지 않은 것처럼 반복된 경험과 지식은 두려움과 공포를 무뎌지게 만들기 마련이니 비록 지금은 너희가 겁이 많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너희가 진정으로 두려워할 것은 귀신이나 호환마마가 아니라 그것이 왜 무서운지를 모른 채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너희 자신이며, 너희 앞에 놓인 도전과 위기 앞에 담대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우유부단함이다. 주체성과 신념이 아무리 강해도 용기와 배포가 없다면 강단 있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주변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아비는 어른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번째 덕목으로 ‘용기’를 꼽고자 한다.
“두려움을 느끼지만 주눅 들지 않고 전진하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고 반대로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 맞서는 사람은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파울로 코엘료(『마크툽』)의 말처럼 용기 있는 사람은 그 어떤 두려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으며,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런데 이런 확신은 두려움과 공포의 근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용기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가령 바닷가에 놀러 가서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만약 너희가 수영도 할 줄 모르고 구조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급류에 뛰어든다면 그것은 용감한 행동이 아니라 무모한 객기일 뿐이다.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119에 신고하는 것이 더 용감하고 현명한 행동이고 나중에 수영과 인명구조법을 배워 또다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것이 더 큰 용기이다.
따라서 너희는 어떠한 도전이나 결정에 앞서 그 결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예측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너희 행동이 만용이나 무모한 객기가 아닌 진정한 용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무엇이든 처음 시도하는 것은 어렵고 두렵기 마련이다.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나 자전거 타기와 같이 사소한 것부터 사랑 고백이나 결혼, 더 나아가 기업이나 국가 경영에 이르기까지 너희에게는 앞으로 모든 순간이 도전과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할 것이며, 세상을 모두 얻은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과 같은 아픔을 겪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도와 도전들은 더 큰 위기와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의 또 다른 원천이 되어 줄 것이니 실패와 좌절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거절당할까 봐 제대로 된 고백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는 것처럼 바보 같은 행동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실패와 좌절의 고통에 맞설 용기가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어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도전의 성과가 성에 차지 않거나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그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자세를 갖도록 하거라.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되며, 너희 자신뿐만 아니라 너희와 뜻을 함께하는 주변 사람들까지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