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들들에게 보내는 못난 아비의 편지

4. 어른이 된다는 것

by 배용현

4-5 멋지게 서기


이 아비가 생각하는 어른이 갖추어야 할 마지막 덕목은 ‘품격’이다. 품격은 개인의 인격과 성품을 말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지위나 타인의 평가에 의해 규정되는 ‘품위’와는 다르게 해석된다. 그래서 ‘공직자의 품위 유지’라는 말은 있어도, ‘공직자의 품격 유지’라는 말은 없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주체성'과 '신념' 그리고 '포용'과 '용기'가 어른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면, '품격'은 성년을 진정한 어른으로 완성시키는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품격이 있는 사람은 비록 가난해도 초라하지 않으며, 나이 들어 기력이 다했어도 당당한 기품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람의 품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정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만 교육이나 수행을 통해서도 형성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시대와 환경에 맞는 품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유교에서 말하는 군자의 도(道)나 서구사회의 기사도, 청교도적인 실천적 삶과 같은 사상이나 종교를 통해서 관념화되지 않았나 싶다.

Image by cgarniersimon from Pixabay

그럼 어떻게 하면 품격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이 아비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겠다.

가끔씩 유흥에 빠진 재벌 2세나 유명 정치인의 자제들의 기행이 뉴스를 장식하곤 한다. 이들은 모두가 동경하는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가졌지만 아무도 이런 사람을 품격 있다고 이야기하거나 존경하지도 않는다. 반면 평생 노점상을 하며 모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노인에게는 칭송과 존경의 헌사가 따르기 마련인 것처럼 품격은 화려한 겉치레나 경제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고급 승용차나 아파트 광고에 등장하는 중후한 모델에게서 품격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연출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화이부실(華而不實)이라는 말이 있다. 화려하지만 속이 비어있다는 뜻으로 제 아무리 고급 외제차에 명품 옷과 액세서리로 온몸을 휘어 감고 있어도 제대로 품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당장은 주변의 시선을 끌지 몰라도 사람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기는 어렵다. 게다가 꾸밈이 지나치면 허영과 사치로 이어지기 마련이니 너희는 항상 단정하고 깨끗한 외모와 복장을 갖추되 억지로 꾸미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그 사람의 품격은 인격과 성품, 즉 내면의 성숙함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므로 평소의 말과 행동에서 나온다. 따라서 항상 대화할 때는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단어와 말투로 이야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지식과 감성, 성격과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가늠자가 되기 마련이니 늘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분야의 독서는 너희 자신의 품격을 높일 뿐 아니라 품격 있는 대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생각에 품격을 갖추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나 스스로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고칠 줄 아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이런 사람의 행동은 실수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품격 있고 숭고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저항 시인으로 불리는 윤동주의 주옥같은 작품에서 시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평소에 품격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을 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탈무드』에 “향료 가게에 다녀간 사람은 비록 가게에서 아무것도 만지거나 구입하지 않아도 이미 그의 옷에 향료가 스며들어 하루 종일 좋은 향기가 난다.”는 문구가 있다. 모름지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공감하며 무리를 짓기 마련이다. 따라서 품격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너희 또한 그들의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본받아 향기를 품게 되겠지만 만약 그와 반대라면 지독한 악취를 풍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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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너희 스스로가 자신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자긍심을 갖는 것이다. 품격은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자양분으로 자라는 열매와도 같은 것이니 너희 스스로 자랑하고 명예롭게 여길 수 있는 성과물을 차곡차곡 쌓아 가길 바란다. 그것이 너희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사회 전체에 도움과 기쁨을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하지만 그 과정이 힘들고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아라. 본인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자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동정은 받을지 몰라도 그 누구로부터도 존중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더 잘할 수 있고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당당하게 임한다면 반드시 더 큰 기회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 생긴 생채기가 딱지가 되고 그 위에 새 살이 다시 덧대지기를 반복할 때 비로소 훈장과도 같은 단단한 굳은살이 만들어지듯이 이 모든 것들이 쌓여 품격의 향기가 흐르는 멋진 어른으로 너희를 키워줄 것이다.


지금까지 어른다움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은 어쩌면 내가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한 이상을 너희에게 고백하는 푸념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금 당장은 잘 이해되지 않고 실천하기 어렵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항상 마음에 새긴다면 적어도 이 못난 아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멋지고 올곧은 어른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항상 너희를 믿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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