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들들에게 보내는 못난 아비의 편지

5.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관계

by 배용현

5.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관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나이를 들수록 조금씩 더 큰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벗어나 어린이집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와 직장까지 일정한 기간마다 새로운 무리에 속하면서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만나는 사람 또한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맺은 인연들이 켜켜이 쌓이고 계속 이어지기도, 다시는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인연 중에는 마음이 잘 맞아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취향이나 생각이 달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사사건건 시비나 마찰을 일으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특히 어릴 적 만난 친구는 주로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작은 장단점까지 공유하면서 친해졌기에 격이 없이 지내기 마련이지만 초등학교를 지나 중·고등학교를 넘어가면서부터는 가치관이나 성격 등의 차이에 따라 친분이 갈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나갈수록 인간관계가 협소해지고 심지어 각자의 필요나 이해득실에 따른 계산적 관계만이 남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아무리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승자독식의 혹독한 사회라고 하더라도 항상 마음을 터놓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나 동료가 단 몇 명이라도 있다면 세상을 조금 더 재미있고 포근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세상살이의 8할은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유교는 수신(修身)으로부터 시작해 삼강오륜(三綱五倫)에 이르는 사회 규범, 즉 윤리적인 인간관계 규정을 핵심 사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는 유교의 최고 덕목으로 여겨지는 인(仁)이 사람(人) 2(二)명이 함께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만 보더라도 그 사회적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유교는 소위 춘추전국시대라는 암흑기에 이상적인 도덕과 정치를 논한 사상이지만 여전히 유교적 관념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너희가 마주할 세상 또한 당시에 못지않은 혹독한 곳이기에 여전히 유효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너희 주변의 여러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 하나로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과 같은 괴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보통은 친구나 동료, 선후배와 동기, 이웃 등 다양한 부류의 관계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족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친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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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간절히 바라지 않았는데도 호의나 선행을 받을 때 생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수사학』)의 말처럼 진정한 친구는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자존심을 세우지도 않으며, 허물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존재로 가족과도 같은 심리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만, 좋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도 이야기한 ‘수신(修身)’ 즉 나 자신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꽃향기가 그윽한 곳에는 벌과 나비가 모이지만 구린내가 진동하는 곳에는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기 마련이니 너희는 항상 정도를 걸으며, 좋은 향기를 뿜는 사람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 스스로를 낮추고 진심 어린 자세로 상대방을 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겸손하지 못하고 매사에 잘난척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폄훼하기 마련이며, 결국에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배척당하기 쉽다. 하지만 겸손하고 진실된 사람은 두고두고 신뢰를 얻게 된다. 또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지언정 진심은 항상 통하기 마련이니 당장에 이 세상이 너희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의 진가를 증명하면 항상 너희 주변에는 좋은 친구와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평생지기가 될 만한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80억 명이 넘는 사람 중에서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안목은 하루아침에 생기거나 공부를 통해 익힐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람을 보는 안목은 여러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될 것이니 되도록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는 것이 좋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과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잦은 거짓이나 허황된 말과 행동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지 못해 결국 등지게 만든다. 반면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 사람의 처지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잘하면 끈끈한 연대 의식이 생겨 보다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끝으로,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중요하듯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맺고 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틀림없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와 원인이 누구에게 있건 우연히라도 그 상대를 다시 만났을 때, 불쾌감이 들거나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항상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Image by Bob Dmyt from Pixabay.jpg Image by Bob Dmyt from Pixabay

그리고 앞으로 너희는 특수한 상황이나 처지에 놓이지 않는 이상, 다수의 사회 공동체에 소속되어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인간관계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우선 인간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성과 결집성이다. 예를 들어 너희가 2학년 새 학기를 맞아 새로운 짝꿍이 생겼다고 치자. 그런데 마침 바로 옆 자리에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가 앉았다면 이제부터는 너희 셋이 친한 친구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확장성은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각종 모임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 그들 사이에는 공감대와 동류의식이 형성되면 결집성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관계는 특정 자격이나 성향, 조건 등의 제약이 생겨나면 급격히 폐쇄적으로 변질되는 단점도 보인다. 특히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 인맥이나 지연, 학연과 같은 요소들이 여전히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화가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폐쇄적, 이기적으로 작동하면 ‘카르텔’이 되지만 그 강한 응집력과 효율성이 공공의 선을 위해 쓰이면 ‘열린 주도세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점차 투명하고 열린 사회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이제 더 이상은 이권 카르텔 같은 것은 자리 잡기 힘들어질 것이니 주변 사람들을 특정 조건이나 자격으로 차별하지 말고 편견 없이 동등하게 대하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너희는 앞으로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공동의 발전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것이니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고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연계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앞에서 얘기한 새 학기 친구들을 다시 예로 들면, 3명은 서로 다른 동아리 활동하고 있다고 치자, 이들은 각자가 속한 동아리 외에도 나머지 다른 2명이 속한 동아리의 사람과도 관계나 친분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이 ‘6단계 분리 이론’이다. 일명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내가 어떤 사람을 찾을 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6단계만 거치면 주인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좁고, 인맥 구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이론이다.


이런 특징은 너희가 어떤 어려움에 봉착했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때 평소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이런 인간관계의 특징을 잘 이해하면 앞으로 사회생활에 있어 평소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너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너희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상대를 얼마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깊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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