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홀로서기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일 것이다. 너희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어미의 품을 떠나 스스로 둥지를 틀고 먹이를 찾아야 하는 진정한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 “인간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생산을 통해 돈을 벌어야만 기본적인 생계유지와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해주는 여가나 문화 활동이 가능하다.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 번듯한 직장을 얻어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창업이나 투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창작을 통한 저작권, 특허 등으로 수입을 얻을 수도 있다. 특히 매일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잘 연구하고 활용하면 대중의 트랜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비트코인이나 유튜브 영상의 수익화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로또에 당첨되면 일확천금의 행운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최소한 복권을 사러 가는 수고 정도는 들여야 한다. 그나마 1등 당첨 확률이 1/800만이라고 하니 현실적인 돈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주식이나 비트코인도 밤을 새워가며, 전 세계 주식 시황을 확인하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일은 없으며, 세상에 공짜는 없기 마련이기에 평범하고 힘든 직장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 애비도 학창시절에는 영화감독, 화가, 마도로스, 경찰, 교사 등 많은 꿈을 꾸었지만 결국 내가 가진 재주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지금의 직장을 얻은 것이다. 그 덕에 비록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우리 가족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며, 아마도 대부분의 소시민들이 나와 같은 평범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평범한 삶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학기술의 진보와 함께 경제가 고도화되고 사회가 분화하면서 전통적인 직업과 직장이 사라지는가 하면 수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또한 IMF 외환위기 사태나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은 기업의 문화와 근무 형태까지 바꾸어 놓기도 했다. 그 결과로 저임금의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어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양극화의 고착화로 이어졌다. 결국, 사회적 약자인 다수의 청년들은 차세대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기성세대를 위한 시스템 안에서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고 있다. 이처럼 부조리한 현실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단언할 수 없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또한 이미 우리에게 주워진 현실이니 국가 경제나 사회 문제와 같은 거대 담론에 대한 논의는 잠시 접어두고 독립 생계를 넘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너희가 앞으로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대는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인지 일찍부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리고 가업을 이어받기를 희망하거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혹은 부모님과 전문가의 철저한 관리하에 엘리트 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조기에 해당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확률이 클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본인의 의지와 희망에 따라 학생 시절부터 명확히 진로를 설계하고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고, 과연 그것이 아이들에게 옳은지도 의문이다. 나 또한 우연에 우연이 겹치고 나름의 고민과 노력이 쌓여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되었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앞으로 백세시대를 살아야 하는 너희가 한 가지 직업만으로 적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을 산다는 것은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AI와 로봇으로 인력이 대체되는 시대에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오피셜 리스트 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제너럴 리스트가 더욱 각광받는 인재형이 될 것이다. “부귀는 반드시 힘써야 얻어지나니(富貴筆從勤苦得), 남자는 반드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男兒湏讀五車書)”라는 두보의 말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정년이 보장되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너희 몸값을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너희 모두 엄청난 연봉에, 명함만 내밀어도 모두가 탄복할 만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무원, 의사나 판검사와 같은 전문직이면 좋겠지만 이처럼 누구나 선망하는 폼나는 직업이나 직장은 진입 장벽이 워낙 높고 경쟁도 치열해서 다수의 구직자는 평범한 직장을 구하게 된다. 평범한 직장이든 전문직이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직업이나 직장이 너희 인생을 걸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고 그 일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아닐까 싶다.
우선은 직업과 직장을 정할 때는 돈벌이 자체가 수단이나 궁극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어떤 형태로든 그 안에서 의미와 가치 그리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과 출퇴근 소요 시간을 제외하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그런 직장이 가기 싫고 힘들기만 한 곳이라면 일상이 얼마나 고단할지 짐작이 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직장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야 보람과 긍지도 따라오기 마련이며, 그래야만 남과 비교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좋은 직업과 직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그 어떤 훌륭한 직업이나 직장을 갖더라도 결코 만족할 줄을 모르기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직업이나 직장에 대해 당당히 개선을 요구할 자신이 없다면 아무에게나 불만을 늘어놓거나 험담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너희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는 것과 마찬가지고 너희 평판을 갉아 먹는 구실이 되므로 그저 조용히 더 큰 야망을 펼치기 위한 동기로 삼아 새로운 직업이나 직장을 찾으면 된다.
누구나 근사한 직업과 직장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어렵게 취업을 해서는 더 높은 자리에 오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직장과 직업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경제적 상황이나 여건 등에 따라 부득이하게 꿈을 포기하기도 하고, 목표를 바꾸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주 이직을 하고 직업을 바꾼다고 해서 그것이 앞으로 너희가 살아가야 할 100여 년의 인생 역정에 있어서 잠깐 후회되는 순간일 수는 있어도 오점이나 실패의 낙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직업을 구하고 직장 생활을 할때는 『논어』 이인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처럼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걱정해야 하며(不患無位 患所以立),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행동하면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정진해야 한다.
“이익에 따라서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아진다.”라는 말이 있다. 너희의 경제 활동은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따라 보람과 재미를 느끼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다만,그 일은 단순한 이익이나 권력을 쫒기 위한 것이나 얼마나 많이 벌어서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벌어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