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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라푼젤 Apr 26. 2022

우리는 왜 자기계발서를 읽는가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서평


고등학교 시절 한 때 '찬물 세안법'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세수나 목욕 후 찬물로 마무리를 하면 모공이 축소되고 피부가 건강해진다'는 것이었는데, 그 주장이 어쩐지 그럴듯해 보여 나는 굳은 믿음으로 10년 가까이 그 세안법을 지키고 따랐다. 그런데 이럴 수가! 어느 날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돌려보는데, 한 피부과 전문의가 '찬물 세수는 모공 수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어 트러블과 홍조를 발생시킬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무려 10년 간 내가 믿고 실천해왔던 가르침(?)이 이토록 허황된 것이었다니…! 마침 그 당시 피부 홍조로 고민을 하고 있었던 나는 그 프로그램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비단 이뿐이겠는가. 어떤 전문가는 우유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전문가는 우유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채식을 맹신하고, 또 어떤 이들은 채식으로 몸이 상하였다 말한다. 지방을 죄악시하며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다른 이들은 고지방 식이가 오히려 체지방을 감소시킨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도, 잘 찾지도 않는다. 하물며 '과학'과 '의학'의 영역에서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이렇게 다를진대, 인생을 사는 방식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타고난 결도, 성격도, 추구하는 삶의 방향도 모두 다른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봐'라고 말하는 것이 때로는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권의 책 중 고민 끝에 데일 카네기의 저서에 투표를 했다. 다시금 이 책에 밑줄을 긋고, 책의 끄트머리를 접어 그의 말들을 마음에 새겼다. 자기 계발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신나게 잘난 체하는 이야기라 말하면서도, 현명하다 평가되는 다른 이들의 방법을 참고하여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하기 위해 나는 또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 내려갔다. 우유가 나에게 최고의 영양제 일지, 유방암의 원인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연구들이 있기에 그것을 참고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데일 카네기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조언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매우 단순하고 원론적이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듣고 자란 말들이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말고, 진심으로 칭찬하고,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 상대방이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경청하는 것, 상대방에게 늘 웃어 보이며 상대방이 인정받는다 느끼게 만드는 것. 이러한 것들이 관계에 있어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기 어려울 뿐이다.


심지어 이 원칙들을 실천하는 것은 데일 카네기에게도 똑같이 어려워 보인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말라고 재차 강조해 온 카네기는 본인의 직업을 묻는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화가 나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온다. 카네기는 자신의 직업과 부에만 관심을 가지는 의사가 경솔했으며, 그래서 고객을 놓쳤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직업에 따라 증상의 원인이 다를 수 있고, 또 치료법도 달라질 수 있으니 좀 더 정확한 처방을 위해 직업을 물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 책에는 이렇게 글을 쓴 카네기조차 실천하기 어려운 말들 투성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카네기의 조언들이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한 때 장래희망(?)을 사교계의 여왕이라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로 각종 모임을 즐기는 편인데, 카네기의 조언들은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나 업무 상 영업이 필요할 때, 나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호감을 사야 할 때 반드시 지키려고 다짐하는(그러나 늘 잘 지켜내지 못하는) 원칙들이기도 하다. 


너무도 당연한 것 같지만 그래서 더 쉽게 잊히고 또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기에, 자주 마음에 새기고, 상기해야만 하는 가치들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할 말이 많아질수록,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이 많아지고 자의식이 강해질수록 지키기 어려워지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냉소적으로 이 책을 읽고, 데일 카네기의 주장에 계속 반기를 들면서도, 내가 지켜내지 못한 원칙들을 스스로 돌아보며 반성하였다.


물론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현시대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어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고, 특히 여성과 관련하여 조언하는 내용들은 받아들이기가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나보다 100살가량 많은 할아버지가 쓴 글이고,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기에 이를 보정하여 받아들이고자 했다.


나는 친구를 잘 사귀는 것도 일종의 재능 혹은 능력이며, 후천적인 노력으로 개발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타고난 성격과 성향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그 능력을 개발하는 데 이 책은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람을 사귀는 양이나 질은 각자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우리는 친구가 필요하고, 회사에서는 동료가 필요하고, 육아에 있어서는 동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누가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부딪치고 사귀어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다른 사람의 호감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 땐 마주 보고 웃는 것만으로 친구가 되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만드는 데 있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린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가식이 아니다. 좋은 친구, 혹은 좋은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의미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책은 필요에 의해서든, 외로움에 의해서든,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할 때 가슴에 새겨야 할 원칙들을 잘 정리해 둔 책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업무 상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야 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본인 스스로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거나 점점 꼰대가 되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특히 추천하고 싶다.



2022년 3월 11일, 첫 번째 책당모의♥


<발제문> by SJY

1. 데일 카네기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장 공감이 된 부분은?


2. 그렇다면 반대로 ‘이것 만큼은 동의가 어렵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3.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관계를 발전시키는 기술인가 vs. 인간을 조종하는 기술인가’


4. 격려와 칭찬을 통해 상대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온 경험이 있는지? (혹은 실패의 경우라도 좋음)


5. 개에게도 좋은 이름을 붙여줘라’라는 구절이 있다. 원하는 이름을 붙여주면, 실제 그 사람은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데. (심리학 용어로는 ‘라벨링 효과’) 지금 가장 바꾸고 싶은 대상을 선정하고 라벨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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