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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Oct 07. 2018

추석 디지털 노마드 체험기

직장인 제주에서 5일 간 사이드 프로젝트하기

이번 추석에 5일 동안 제주도에 다녀왔다. 짬짬이 하고 있던 또는 시작하지 못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들에 몰입하기 위해서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몰입이 잘되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있었다.

다만, 디지털 노마드로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해보기 전에는 낭만만 가득했다면, 의외의 단점도 있었다.


추석에 홀로 제주로 떠난 이유


올해 추석에 홀로 노트북과 아이패드, 휴대용 키보드를 들고 비행기에 오른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1.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고, 선망하는 그것이 나한테 잘 맞을까 확인해보기 위해서

  2. 사이드 프로젝트에 몰입하기 위해서


그 간 "이번 설날엔 이런 앱을 만들어보겠어! 이런 걸 해보자!"라고 결심은 했었지만, 구체적인 실천은 없었다. 연휴 초반 TV를 보다가,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다가 그 관성이 연휴 끝자락까지 지속되어 허무하게 지나갔었다.

 

이번에는 기존 연휴들과 다르게 생산적으로 지내고 싶었다.


디지털 노마드 목표 및 장소 선정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가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

식후에 바닷가 산책을 한다

밤에는 숙소에서 푹 쉬고 천천히 일어나자

사람들과 대화를 하자

어차피 매일 사 먹는 끼니, 현지에 가서 제철음식들을 먹자

조건을 만족하는 숙소와 장소로 '제주 함덕'을 골랐고, 추석을 쇠고 그다음 날부터 5일간, 제주 함덕의 한 쉐어하우스에 묵었다.

바다와 서우봉이 보이는 카페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다.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간 제철 음식들을 먹고나서 바닷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산책했다. 밤에는 숙소로 돌아와 장기숙박하는 분들과 시간을 보내고 자기 전에는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며 휴식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와 퍼포먼스는?


세 가지 프로젝트와 우선순위는 아래와 같았고, 욕심내지 않고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70퍼센트 달성하기가 목표였다.


1. 기획에만 그쳤던, 앱 개발하기

2. 이모티콘 그리기

3. 브런치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막상 리스트에 있는 일들이 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휴식하고 독서하고 돌아오기)


결과적으로는 2번과 3번 100 퍼센트 달성, 1번 10 퍼센트를 달성했다.


제주살이 사이드 프로젝트 일지


100% 완료한 이모티콘 그리기

3주 전쯤 무심코 집에서 아이패드를 만지작 거리다가,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에 급 폭풍진행으로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모티콘 시안을 그렸었다. 개발자에 관련된 것인데, 제안 심사 중인 상태지만 미리 만들어놓기가 목표였다.

카페 델문도

전체적으로 그림체 개선

한 컷이었던 이미지 21장을 전부 움직이는 이모티콘으로 만들기

채색, 배경 투명하게 등등 세부 작업하기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작업하니까 창의력이 샘솟는 느낌에 작업이 더 잘됐다. 어느 정도만 해놓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손에 잘 잡혀서 생각보다 더 많이 되었다.

(여기에 올려보고 싶지만, 아직 제안 심사 상태이기 때문에 추후에..ㅠ)



브런치 본격 시작하기

카페 피시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시작이 힘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시작하기로 했다.

브런치 계획 설정
- 매주 일요일은 반드시 발행하기

프로필 편집
- 프로필 이미지 그리기 및 작가 소개

글 3개 작성해서 2개 발행, 1개는 서랍에 넣음

2개 정도 작성하려고 했었는데 잘 써져서 세이브 원고까지 3개 작성할 수 있었다. 확실히 집에서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상쾌한 기분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었다.









시동을 걸게 된, 앱 개발하기

서버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학생일 때 앱 개발을 하기도 했고 눈에 보이는 것이 재밌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는 앱 개발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평일에는 다른 잡다한 일들을 하며 놀고 싶고 막상 손이 잘 안 갔다. 성향상 뭔가를 할 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도 있고, 특히 개발을 할 때에는 그것에 몰입하며 계속 집중해야 하는데 흐름이 끊기니까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

앱을 완성하진 못했고, 진행률은 10% 정도이다

다만, 시작할 수 있는 관성을 얻었다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앱 개발이 제일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바다가 출렁거리는 곳에서 마음을 잡기가 힘들었다.


디지털 노마드 회고

디지털 노마드 좋았던 점

기대 이상으로 퍼포먼스가 잘 나왔다

넓게 트인 공간을 바라보며 일을 해서 특히 이모티콘 그리기나 글쓰기가 잘되었다.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개발은 오히려 다소 산만해져서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일을 하다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욕을 다질 수 있었다.

이곳에서 향상한 퍼포먼스로 일상에 돌아와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는 관성을 얻었다.


제주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함덕쉼팡 문어탕면

디지털 노마드의 장점인, 일상이 반복되는 공간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일을 하고 그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잘! 경험하고 돌아왔다. 맛있는 제주 음식을 먹었고, 제주살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제주에서의 삶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해가 뜨는 것을 보고,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닷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 큰 힐링이었다.


방탈출 The Bunker


덧붙여, 세계 최고의 방탈출을 제주에서 해볼 수 있었다. 그래도 카페에서 일만 하면 심심할 것 같아서 에어비앤비 트립 "The Bunker"라는 방탈출을 하러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게임을 좋아하고 제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 교수분들이 기부 차원의 방탈출 행사를 열고 있었는데, 정말 참신한 방탈출이었다. 방탈출도 재밌었고, 이런 일을 하고 있는 호스트들과 잠시 대화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다.




디지털 노마드로서 힘든 점

그동안 혼자 일하고 있는지 알았는데, 혼자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리웠다. 쉐어 하우스에서 지냈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가면 마음씨 좋은 제주살이 분들과 대화할 수 있었고, 귀여운 강아지도 있었지만 일할 때는 솔직히 외로웠다.

홀로 묵묵히 일한다는 것 얼마나 외로운 것인가 새롭게 깨달았다. 회사의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하는 그 순간들은 어찌 보면 회사의 복지 중 하나인 것이었다.

서우봉에서 바라본 함덕 해변


회사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

회사 업무는 다 같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기에 목적지를 향해 큰 배를 타고 항해하는 느낌이라면, 혼자 일한다는 것은 목적지 없는 곳을 향해 혼자 통통배를 타고 가는 느낌인 것 같다. 만약,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닌, 실제 생계를 위한 일을 혼자 한다고 하면 많이 외롭고 막막할 것 같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지루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와 달랐던 점

디지털 노마드와 무직, 그 사이

디지털 노마드라기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무직의 삶의 체험이었다.
천천히 일어나서, 시간 제약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시각각 바꾸며 하고 산책하고 싶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는 실제 먹고살기 위한 업을 하기 때문에 휴가를 쓰고 온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디지털 노마드와 무직, 그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


목표를 작게 잡고 간 덕분에, 처음 하는 체험이기에 이번 디지털 노마드 체험기가 나름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은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고 싶은 생각과 확신이 들진 않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확인해본 것 같다.


적어도, 당분간은 이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디지털 노마드처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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