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번 돈으로 여행하기
나에겐 두 개의 자아가 있다. 하나는 경제적인 안정을 책임지는 나, 다른 하나는 YOLO 하자고 앙탈 부리는 나이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돈 버는 내가 떼쓰는 나에게 아무 조건 없이 하고 싶은 걸 다 해줬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번 돈을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버리니까 의미도 재미도 없고 지출만 많았다. 지출을 절제하다 보니.. '가장 비싼 금은 지금'이라는데 그래도 즐겨야 하진 않을까. 합리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어리광 부리는 나에게 돈을 벌게 하다
한 달 기준으로 과제를 정하고, 그 과제들을 수행했을 시에 '여행+ 정당한 사치' 통장에 리워드를 적립했다.
과제는 주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것들이며, 과제마다 포상금이 다르다. 포상금은 시기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고, 일부 과제가 지지부진하면 일시적으로 포상금을 올리기도 했다.
모두 다 수행하면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매월 과제가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체크하는 습관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요가 수업 가기
영어 공부하기
퇴근할 때 뚜벅뚜벅 걸어가기
한 끼는 샐러드 먹기
NO 야식
금주
10월부터는 새로운 과제들을 추가했다. 무려 리워드 만원으로
브런치 작성
취미로 무언가 생산하기(그림, 손뜨개)
7월부터 체크 중인 과제들
혼자 노는데 정말 재밌다. 매일매일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고, 그와 함께 통장도 두둑해져 간다. 더불어 과제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되는 장점도 있다.
"지금 야식을 안 먹어서 5천 원을 적립하고 그 돈으로 여행 가서 맛있는 걸 사 먹자"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야식을 굶을 수 있게 된다(물론 이것도 항상 통하진 않아서 9월부터는 야식을 먹을 때는 리워드를 차감하는 강경책을 도입하기도..ㅠ)
지난 리워드 정산 내역들
얼마 전에는 사치 통장에 모은 돈으로 제주도를 다녀오고, 사고 싶던 휴대용 짐벌을 구매했다.
이전에는 사고 싶은 걸 사긴 했지만, 그 과정까지 시간만 질질 끌어서 오히려 찝찝한 기분만 남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당한 사치 과정을 통해 여행을 해보니 그 순간들이 훨씬 소중하고 귀중하게 느껴졌다.
빵 하나를 사 먹어도 "이 빵이 내가 영어공부 2번 완료했기 때문에 먹는 빵이구나"라며 감동이 벅차오른달까.
나한테 돈 벌어서 갔던 제주도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