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취향에 대한 발견
요즘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서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개발자이기에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마케터들과는 업무적 접점이 없다.
마케팅이란 무엇이고, 마케터들은 어떤 일을 하는 걸까.
마케팅은 크게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분류된다. 회사의 프로덕트에 대해 브랜드를 정의하고 카피나 홍보 기획을 하는 것이 브랜드 마케팅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데이터적으로 접근해 특정 프로모션을 시행할 때 보다 효과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타깃 유저와 홍보 채널 등을 선정하여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는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음식, 음악, 여행, 독서 4가지의 분야에 속한 현업 마케터들이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마케터가 되었는지, 현업에서의 마케팅 이야기, 마케팅을 잘하기 위한 노하우 등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올해 읽었던 책 중 손에 꼽게 신선했고, 재밌었다. 아무래도 브랜드 마케팅의 개념에 대해 전혀 갈피를 못 잡다가 이 책을 읽고 '아하 마케팅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조금이나마 감을 잡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4명의 작가가 마케터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그들이 자신의 취향을 발전시킨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마케팅은 한 사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경험에 열린 마음으로 매일을 꾸준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공감됐다. 어린아이처럼 아집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고 탁한 뇌가 살짝 정화되었다고 할까.
한편, 마케팅이 참 어렵다는 것에 대해 실감한 부분이 있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시장에 진출 후 캐즘(신제품이 시장에 진출했을 때,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을 겪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어비앤비의 사용기를 담은 스토리 북을 만들어 타깃 유저들의 공간에 배포하기도 하고, '안녕 꼬마감독님'이라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에어비앤비 여행을 바라보는 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를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벤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에 놀라며 소수에게만 알려진 것 같은 마케팅이 얼마나 효용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이해시키려면 많이 노출시키고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중요하겠구나. 같은 비용에도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인상 깊은 마케팅도 중요하긴 하겠구나라는 것에 생각이 머물렀다.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 모두 중요하다.
저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대해 소개한 부분에서 나의 취향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투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딱히 취향이 없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열거할 수 있고 자신의 취향에 대해 확고하게 말하는 이들을 보면 그저 신기하다, 나와 다르다고만 생각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며 집에 이것저것 물건을 들이다 보니 집에 있는 물건들에 나름의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지면 조금씩 취향이 생기는 것 같다.
책에서 한 말처럼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취향이 생길 만큼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문장에 동의하게 됐다. 꼭 취향을 찾아야 하나, 그때그때 합리적인 소비를 하면 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 취향이라는 것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됐다. 취향을 가진다는 것은 사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며 그 애정을 나에게 투영하는 것 아닐까.
접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책을 읽으니 모든 내용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두고두고 꺼내어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