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지 Jun 28. 2020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업무에 대한 지적자본도 보존이 필요하다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는 무인양품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을 때 대표로 부임해 다시 무인양품을 성장궤도로 올렸던 마쓰이가 쓴 책이다. 그는 무인양품 매장의 퀄리티를 끌어올리고, 많은 직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무지그램'이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무지그램은 13권으로 된 매뉴얼이고, 모든 점포는 이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한다. 이 매뉴얼을 통해 점포의 서비스 품질을 상향평준화했고, 매달 새로운 내용을 반영해 배포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일본의 매뉴얼 문화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매뉴얼화 되어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잘 처리하지만 예외의 경우가 발생하면 오히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수많은 매장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킬 룰은 필요한 것 같다.


매뉴얼에 담긴 정보가 죽지 않고 새로운 내용을 담도록 끊임없이 개편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매뉴얼을 잘 만들어야 한다. 끊임없이 갱신해야 한다'는 탑다운 구조 아래에 매장 노하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위로 반영하여 갱신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노하우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지속하여 관심을 가진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아직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업무의 결과물에만 집중한다.


'이번 분기의 실적은 향상되었는가? 프로덕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결과는 당연히 중요하고, 우리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일한다. 그러나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성공과 실패를 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세심하게 기록되고 관찰되고 있을까. 무인양품에서 매뉴얼을 갱신하고 업데이트하는 노력만큼 다른 회사들에서 업무에 대한 지적자본은 아직 귀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특히 동료들이 늘어나 조직이 복잡해질 때 지적자본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나 현실에선 그렇게 다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많은 IT 회사에서는 위키를 통해 개개인이 업무에 관해 정리하고(책에서 저자의 의지로 강력하게 관리되는 것과 달리), 다른 사람들이 그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개인이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죽은 정보가 되고 만다. 지적자본에 대한 보존 여부가 오롯이 개인에게 달려있다.


저자는 이 현상을 캐치한 것 같다. 매뉴얼을 통해 현장과 오피스 간의 지식을 끊임없이 교류하도록 하고, 서로의 노하우와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 정보가 죽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폈다.


매뉴얼을 통해 V자 곡선으로 성장한 무인양품의 이야기를 읽고,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직원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과정이 그저 당연하게 좋기에 그 결과도 좋았다. 대표가 주도해서 업무 주체들이 각자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제한시키고, 그 안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모습도 인상 깊었다.


'망설여질 때는 어려운 길을 택하라'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올바른 길을 택한다면, 그 과정이 좋다면 고될지라도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도착할 것만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