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에다 <단순함의 법칙>
세상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편리해졌지만 많아진 혜택으로 인해 우리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에는 전화로 미리 약속을 잡고 만나서 무엇을 먹을지 결정했었다. 지금은 메신저로 톡을 하다가 캘린더로 약속을 잡고, 새로운 맛집에 가기 위해 검색의 혜택을 누리며 정보를 찾아둔다. 초행길이니 지도를 보며 그곳까지 찾아간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혜택은 커졌지만 삶의 방식은 복잡해졌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유명한 존 마에다는 <단순함의 법칙>에서 10가지 법칙과 3가지 비법을 통해 제품뿐 아니라 삶에 적용해볼 수 있는 단순함의 요소들에 대해 서술한다.
단순함은 잘 팔린다
다른 MP3 플레이어들보다 더 적은 기능을 가졌음에도,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기기인 애플의 아이팟이 거두었던 부인할 수 없는 성공이 이러한 경향의 주요한 부연 사례이다. 구글의 강력한 검색엔진에서 기만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검색 인터페이스는 또 다른 사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제품을 구매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런 제품을 사랑한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는 복잡한 기술들이 가정과 직장에 침투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단순함을 새로운 성장 산업이 될 것이다.
처음 MP3가 세상에 나왔을 때,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등이 생겨날 때엔 기능이 많아 보이는 것이 잘 팔렸다. 그러나 복잡함 속에 둘러싸여 있는 지금은 많은 기능을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고, 단순하도록 보이게 하는 서비스들이 잘 팔린다.
단순함은 제품디자인에 대한 고객들의 열정적인 충성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업이 자체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고유의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으로도 이용되는 품질이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들을 단순하게 도와주는 제품이 있다면 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편리함과 단순함 모두를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핀테크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이 부분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복잡한 금융 서비스들, 애초에 복잡한 금융이라는 개념에서 사용자들이 단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다.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사용자는 알 필요 없기에 보이지 않게 숨겨야 한다. 단순하게 이용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일반적인 카드사 혜택처럼 '구매 금액이 30만 원 이상일 때 특정 업종에서 최대 1만 원 청구할인'같은 복잡함 대신 네이버페이의 '무조건 2퍼센트 적립'같은 단순함이 매력적일 것이다.
1. 축소: 단순함을 성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신중하게 생각하여 축소시키는 것이다.
2. 조직: 조직화는 많은 것을 더 적어 보이게 만든다.
3. 시간: 시간을 절약하면 단순함이 보인다.
4. 학습: 지식은 모든 것을 더 간단하게 만들어준다.
5. 차이: 단순함과 복잡함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6. 맥락: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것들도 결코 하찮게 볼 수 없다.
7. 감성: 감성은 풍부한 것이 적은 것보다 낫다.
8. 신뢰: 우리가 신뢰하는 단순함의 이름으로.
9. 실패: 어떤 것들은 절대 단순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
10. 하나: 명확한 것을 빼고 의미 있는 것을 더하면 단순함이 실현된다.
1. 멀리 보내기: 단순히 멀리, 멀리 보내면 많은 것들이 적게 보인다.
2. 개방: 개방해서 복잡함을 단순화하기.
3. 전력: 더 적게 쓰고 더 많이 얻기.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위의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만 추려보았다.
가벼움과 얇은 성질을 통합시킨 디자인은 그것이 무엇이든 더 작고, 볼품없는 것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드러날 때 이런 감정들은 사라지고 제품에 대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물건을 더욱 작게 만드는데 필요한 첨단기술은 기술 발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맞댄 사이에 들어갈 만큼 작은 기계를 만드는 나노 과학이 바로 그런 예다. 이처럼 복잡한 기술을 이용해서 크기를 줄이는 방법은 속임수처럼 보일지도 모르고, 실제로 속임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속임수라 할지라도, 복잡한 기능을 가진 물건을 간단히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단순화의 한 형태이기도 한 것이다.
복잡한 기능을 가진 물건을 단순하게 보이도록 한다. 축소는 기능을 줄여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단순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집은 보통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에 매일 도전하는 전쟁터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집에서는 물건들이 그냥 막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단순함을 확보하는 데 일관성 있게 사용되는 전략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더 큰 집을 사는 것, 두 번째는 진짜 필요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모두 창고에 넣어 버리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의 자산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이다.
더 큰 공간을 마련하거나 창고로 물건을 옮기더라도 빈 곳에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 진다. 지금 보이는 것을 조직화해야만 가진 것들을 단순화할 수 있다.
대기시간을 얼마나 더 짧게 줄일 수 있을까? <---> 대기시간을 얼마나 참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시간의 제약을 어떻게 축소시킬 수 있는지를(shrink) 묻거나 반면 다른 한쪽은 소요되는 시간을 어떻게 숨기거나(hide), 그 가치를 구체화할(embody)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다.
실제로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거나, 또는 시간의 흐름과 생각을 같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나 가장 낮은 비용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대체로 하루의 결실을 맺게 해줄 것이다. SHE(shrink, hide, embody) 법칙은 우리가 시간과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관계를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간이 절약될 때, 혹은 그렇게 보이게 만들면 복잡한 것도 간단하게 느껴질 수 있다.
1. 실제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인다
2. 시간의 흐름이 보이도록 한다
3. 대기시간을 참을 수 있도록 한다
윈도우에서 파일 전송할 때 진행 속도 상태가 나오지 않을 때 사람들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느꼈다고 한다. 버스정류장에 몇 분이 남았는지 전광판으로 보이곤 우리는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인지하므로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므로 그 시간의 흐름과 함께한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긍정적인 강화를 준다고 한다.
시스템을 개발하다 보면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 데이터의 정합성 등의 이유로 속도를 향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비스 화면에서는 처리 중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노출시켜 사람들을 인내하도록 한다.
어려운 과업들은 일반적으로 그것들에 대해 ‘알면 좋을 때’보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더 쉬워 보인다. 10대들에게 역사, 수학, 화학 과목은 알아 두면 좋은 것에 불과하지만, 운전자 교육을 완료하는 것은 자주성을 위한 근원적 필요성을 충족시킨다. 삶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독립을 갈망하며 삶의 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보상이 되는 것이다. 최고의 보상의 핵심에서 핵심은 생각하고 생활하며 존재하는 데 있어서의 자유를 위한 근원적 욕구이다.
나는 단순하든, 복잡하든, 합리적이든, 비논리적이든, 국내용이든, 해외시장용이든, 기술 애호가를 위한 것이든, 기술 공포증 환자를 위한 것이든 간에 학습과 삶의 거대한 맥락을 깊이 연결시킨 것이 가장 성공적인 제품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용자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적절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앱을 시작했을 때 튜토리얼을 실행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을 사용하려고 할 때(필요에 따라 학습 욕구가 생겨날 수 있을 때) 튜토리얼을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기술자들은 빈 공간이나 여분의 방이 주어지면 그 넓게 트인 곳을 채워넣을 무언가를 발명하려 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업가들은 잠재적으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면에, 디자이너들은 무에서 유가 창출된다는 관점 때문에 여백을 보존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 같다. 여백의 크기를 늘림으로써 잃어버린 기회는 남아있는 것들을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되찾을 수 있다. 흰 공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적어짐을 의미한다. 결국 대상이 적어짐에 비례하여 관심의 집중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 적어질 때 우리는 모든 것을 훨씬 더 감사히 여기게 되는 법이다.
여백은 기존 제공하는 것들이 주목받게 해 준다. 적절한 여백은 무에서 유를 창출한다.
이 책을 읽고 '단순함'을 구현할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다.
서비스의 성격을 고려해 특정 요소를 단순화한다.
- 복잡함을 피할 수 없다 -> 조직화한다. 반드시 학습해야 할 당위성을 심어준다. 감성/신뢰를 준다.
- 시간을 줄일 수 없다 ->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하거나 대기 시간을 참도록 시선을 사로잡는다.
- 그래도 못 피한다 -> 괜찮다. 단순함과 복잡함은 서로를 필요로 하니까. 다른 부분을 단순화해보자.
얇은 책이고 읽기 어렵지 않은 책이지만 느끼고 배운 점이 많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때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고민될 때마다 꺼내어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