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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Nov 18. 2018

워크샵을 준비하는 그대에게

키보드가 아닌 마이크를 잡은 날

나는 단체활동을 좋아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아니고, 워크샵을 가는 것은 환장한다. 마침 옆 팀과 함께 조인 워크샵을 하게 되었고, 준비와 레크레이션 MC를 맡았다. 하지만 마지못해 워크샵 준비를 떠맡은 그대가 있다면, 나의 후기로 도움을 주고 싶다. 워크샵,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안전한 워크샵 템플릿

주된 워크샵 장소에는 대부도, 가평, 춘천, 리조트 등이 속한다. 그중 가본 적 있는 대부도로 골랐다. 워크샵 장소와 스케줄은 기억 속 워크샵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1박 2일 워크샵을 간다면 보통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1개를 넣는다. 대부도 펜션에서 고를 수 있는 액티비티들에는 ATV, 서바이벌, 승마, 열기구 탑승, 요트 체험, 염전 체험(..)이 있었으나 ATV로 선정했다.

워크샵 스케줄

(1일 차)

10시: 마트에서 장보고 출발

12시 30분: 대부도 근처 식당에서 점심

3시: ATV 액티비티(태풍으로 인한 취소 ㅠㅠ.. 대신 펜션에서 자유시간 - 노래방, 탁구대, 게임기, 당구대)

4시: 레크레이션 2시간

6시: 저녁 바베큐

8시: 자유시간(마피아 게임, 보드 게임)

(2일 차)

10시: 라면 먹고 귀가


공지사항은 회사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워크샵 세부내용을 회사 위키 페이지를 통해 정리했다. 하지만 워크샵 당일에 보거나, 회사 밖에서 볼 내용은 구글 Docs와 카톡 게시글을 통해 공유했다. 회사 시스템 상 기록한 내용을 보기 위해선 VPN을 통해 접속해야 하므로 굉장히 불편하다. 외부 시스템에 간략한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면 편리하다.




레크레이션 속으로

진행했던 레크레이션 시간(동료 모자이크!)

워크샵의 꽃은 레크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유치할 것만 같은 게임이라도 워크샵에서는 진지하게 그리고 화목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레크레이션을 진행할 때에도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실시간 게임 현황판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현재 어떤 팀이 점수를 획득했는지, 얼마나 차이나는 지를 보여 줘야 한다. 하지만 펜션에 화이트보드가 없는 경우가 다수이고, 방송 스튜디오가 아니니 마땅한 장비가 없다. 스케치북이나 점수판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구글 Docs를 이용해 게임 현황판을 만들었다. 참여자들이 게임 점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시작 전 미리 링크를 공유했다. 공유 링크 길어서 bitly를 통해 short URL로 만들어 공유했다. (공지사항에 링크가 과도하게 길게 보이는 게 싫어서..)

참여자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 게임 현황판에 1등과 꼴찌 시 마주할 상황을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구글 Docs로 만든 게임현황판. 어떻게든 설거지는 피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타오르도록 한다.


레크레이션 순서

워밍업

팀 선정을 위한 제비뽑기

팀명 및 구호 정하기

본 게임

핑퐁볼 튀기기

이구동성 사자성어

그림 이어 그리기

퀴즈퀴즈(넌센스 퀴즈, 회사와 동료 관련 퀴즈)

틀린 그림 찾기


게임별 반응

핑퐁볼 튀기기로 몸풀기

가볍게 몸풀기 게임으로 핑퐁볼 튀기기를 했다. 잔디밭에서 박스에 신발 던지기로 몸풀기 게임을 하려고 했으나 태풍으로 인해 수정했다. 거실에 탁구대가 있어서 탁구공을 탁구대에 튕기고 사회자가 든 박스 안에 공을 넣는 간단한 게임을 했다.

룰도 단순하고, 은근히 집중력도 필요해서 몸풀기 게임으로 제격이었다. 한 팀씩 돌아가며 총 2회씩 했는데 두 번째 라운드에 다른 팀과 점수를 비교하며 승부욕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본 게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구동성 사자성어

팀에서 한 명씩 나와 총 4명이 출제자가 되어 사자성어 한 글자씩을 동시에 외친다. 나머지는 문제를 맞히고, 맞춘 이가 속한 팀이 득점한다. 다들 출제자가 되어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한 마디씩 외치다 보니 뒷부분의 게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다들 목이 빠져라 출제자들을 바라보며 입모양과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그림 이어 그리기 웃음 포인트 팡팡

평소에 볼 수 없던 동료들의 그림 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다. "아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구나"라는 슬픈 교훈을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팀에서 한 명씩 나와 출제자가 되며, 출제자들은 사회자가 준 키워드에 맞게 그림을 이어 그린다. 약 10여 초씩 나눠 이어 그리며, 그림이 완성되기 전까지 팀별로 1회씩 정답을 맞힐 기회가 주어진다.

완성이 되어도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들..

'병원'이 키워드였는데 한 분이 네모를 그리곤 어찌할 줄 모르고 일어서서 펜을 넘겨주었다. 다음 사람도 몇 개를 끄적거리더니 일어섰다. 다들 순간 빵 터졌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동료들의 재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퀴즈퀴즈 - 회사와 동료에 대한 퀴즈 맞추기

본격적인 퀴즈에 앞서 넌센스 퀴즈로 워밍업을 한다.

딸기가 직장을 잃으면?

수학책을 난로에 올리면?

(정답은 딸기 시럽과 수학익힘책이다)


회사 퀴즈로는 평소 관찰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사내 카페의 메뉴 4개를 말하시오.

우리 파트가 있는 구역의 회의실 이름 4개를 말하시오.


수학 문제도 냈다. 사실 수학 문제의 탈을 쓴 회사 퀴즈.

파트원 수 - 카드셀 - 수퍼셀 = ?

(토스트기 개수 + 무료 음료수 종류) * 사내 카페 아메리카노 가격 = ?


관종 욕구도 뽐낼 겸 사회자 퀴즈도 출제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사회자는 몇 번째로 입사했는지 말하시오.

사회자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사회자가 여행해 본 나라 3개를 말하시오. (가장 먼저 손 드신 분이 아무 나라 3개를 말했는데 그게 정답이었다. 아무 나라 3개를 던져보라고 낸 거라서 취지대로 흘러갔다.)


(워크샵 참석 대상이 아닌) 파트장님에 관한 퀴즈도 냈는데, 아는 형님급 드립이 남발했다. 워크샵 전 미리 파트장님을 비밀스레 미리 인터뷰해 정답을 확보해두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래의 퀴즈인데..

파트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정답은 '아내가 화낼 때'라는 단순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사람들이 자꾸 정답을 비껴갔고, 그중엔.. 아내가 친정으로 갈 ㄸ... 아내가 사랑한다고 할 ㄸ.. 등등.. 정답을 맞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틀린 그림 찾기 - 런닝맨을 모방했지만 기대보단 별로였던 게임

상대팀을 지목해 점수를 뺏어올 수도 있는 마지막 게임으로 틀린 그림 찾기 게임을 했다. 한 팀이 방을 초기화한 상태를 상대팀이 보고, 방에서 물건 위치를 조작한 후에 상대팀이 바뀐 물건 3가지를 찾아야 한다. 런닝맨에서 보고 신박하다고 생각하여 실행해봤다. 재밌는 포인트도 있었지만, 두 팀이 진행하는 중에 다른 팀은 할 일이 없기도 하고 생각보다 시간과 움직임이 많이 소요되어 기대보다 별로였다. 아마 다음번 워크샵을 한다면 제외할 게임이다.


이번 워크샵에서 하진 않았지만 레크레이션에 적합한 게임들이 많다. 음악 첫 소절 듣고 맞추기, 몸으로 말해요, 보물찾기 등등. 사람들이 과연 잘 참여할까 싶어도 다들 은근 열심히 참여한다. 특히 매일 보지만 일만 같이 했던 사람들과 레크레이션을 하고 나면, 앞으로도 계속될 만남의 순간들이 더욱 즐거워지는 것 같다.




워크샵을 직접 준비해보는 것이 은근한 부담이었다. 어떤 퀴즈를 낼까, 무엇을 할 까. 길가는 중에, 자기 전에 짬 내어 메모하기도 하고, 괜히 MC 본다고 한 거 아닐까 손톱을 물어뜯은 적도 있었다. 워크샵 준비하는 나의 모습에 친구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사서 고생해서 하냐고 했을 땐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이크를 잡으니 사회인이 되어 봉인했던 끼와 감성이 오랜만에 기분 좋게 발산되었다.


이렇게 자원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혹시 어쩔 수 없이 워크숍을 준비해야 하는 그대가 있다면 이 후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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