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집콕생활(소소함 주의)
예전에는 가끔 그림을 그렸다. 카페에 재료 몇 가지를 챙겨가 그리기도 하고, 혼자 여행을 갔을 때에도 그렸다. 흰 종이에 연필로 윤곽을 잡고 색연필로 색을 채워가고, 펜으로 디테일을 다듬는 거치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빠름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턴 내 안의 마음보다는 내가 밖으로 창출해낸 것에 시선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감정을 돌아보는 걸 소홀히 했고, 바쁜 세상에선 눈감고 지낼 수 있었지만 팬데믹으로 멈춰버린 세상에서는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무심코 서점에 갔다가 <제주 여행 드로잉 컬러링북>을 발견했다.
제주도로 여행 갈 순 없지만, 그림을 한 장 한 장 칠하다 보면 공허한 마음이 조금은 채워질 수 있을까.
창고 속에 눅눅하게 묵어가던 재료들을 꺼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멈추었던 세상에서 다시금 내 감정을 돌보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또 서론이 길다!
드로잉 북의 힐링 포인트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색만 칠하면 된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 버리기!
흰 종이에 붓과 연필로부터 나온 색이 펼쳐지는 모습이 힐링된다
그림이라는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에서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드로잉 북은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여행 장면을 그리면 여행 감성을 음미할 수 있다
이것저것 많이 꺼내 두었지만, 색연필만 있거나 수채화 도구(붓, 물감, 파렛트, 물통은 컵으로 가능)만 있으면 된다.
수채화용 색연필(물에 녹아서 물감으로 쓸 수 있는 용도)을 사용했다. 수채화를 잘 못해서 두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색연필이 나에겐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싶은 페이지를 펼치곤 잘 그리겠다는 욕심을 버린다. (매우 중요)
그저 쓱쓱 칠하며 기분을 좋아지게 할 거라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음악을 틀거나 컴퓨터로 무언가 영상을 틀어두면 '난 두 개다 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이 잘 활용되는 느낌이다.
완성 사진의 색을 참고하여 색연필로 쓱쓱 칠해준다.
사실 이렇게 색연필로 칠한 것만으로도 완성이다.
수채화의 느낌을 주고 싶다면 붓을 활용한다.
색연필로 칠해진 부분을 물에 적신 붓으로 쓱쓱 녹인다. 미세한 붓으로 칠하면 섬세하게 칠할 수 있다.
여기서 더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명암을 준다.
어둡게 칠하고 싶은 부분을 어두운 색연필로 진하게 칠하고, 큰 면적은 빗금 형식으로 쓱쓱 그려준다.
색연필로 명암을 줬던 부분만 물에 젖은 붓으로 녹여주면 완성!
책 보다 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감성으로 그림을 한 장 그려냈다는 것에 아낌없이 뿌듯해한다.
내가 우리집에서 제일가는 화가다~ 1명 중 1등인 건 비밀~
수채화를 좋아하면 온전히 붓으로만 그림을 완성해볼 수 있다. 나는 수채화를 잘 못해서 색연필로 돌아섰다. 그래도 종이에 번져가는 느낌은 수채화가 확실히 강렬하다.
수채화 할 때는 물 조절, 마른 후 사인펜으로 테두리 다듬기를 명심하면 좋다.
예전에 문화센터에서 여행드로잉 수업 들었을 때 그렸던 그림들이다. 오랜만에 드로잉 북을 해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