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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Nov 08. 2018

모니터만큼의 세상

매일 책상에서 마주하는 27인치만큼의 세상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이 지겹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상태에서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올해 초부터 부글부글 끓던 복잡한 생각들이 지금은 온도에 맞게 적당히 눅눅해졌다.


그런데 문득, 단순한 질문 하나에 머리가 쭈뼛했다.




"헬스 끝나고 받는 마사지 너무 시원한 것 같아. 마사지하는 법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배울 수 있어?"


"태국이나 인도 같은 곳에 여행자를 위한 마사지 자격증 코스 같은 것도 있어. 일주일 정도 배우면 수료증도 받을 수 있대."라고 무심코 대답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크리에이터의 경험담이 떠올랐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여행을 하며 이것저것 배웠다던, 그중 마사지를 배웠고 지금도 이것저것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세상엔 넓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둘러볼 곳도, 경험할 것도, 배울 것도 많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는 이 모니터만큼의 세상만 보이는구나.


지금의 상황이 나쁜 것도 싫은 것도 아니다.

다만, 매일매일 모니터만큼의 세상만 보다 보면

내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다 보면

더 나은 로직에 집착하다 보면

이런 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딱 모니터에 보이는 크기로 생각하게 될까 봐

지금 내가 풀고 있는 문제만큼의 시야만 가질까 봐 그게 걱정된다.


개발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던 것은 더 넓은 세상에 나가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교환학생이었을 때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일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27인치만큼의 세상이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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