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지 Sep 27. 2018

SNS를 다시 시작한 이유

내 행복의 범위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대학생 시절에는 SNS를 했었다. 친구들과 댓글을 주고받는 것도 좋았고, 교환학생을 갔었던 터라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소통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마음껏 여행한 사진, 특별한 경험을 한 것들을 올릴 때는 괜찮았다. 하지만 교환학생 귀국 후 진로를 변경한 후 매일 치열하게 공부했다. 특히 콩나무 시루처럼 들어찬 지옥철에 있을 때는, 핸드폰을 켜고 SNS를 보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로, 제 글입니다)

다들 재미있게 사는데, 나만 재미없게 사는 것 같다.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고  즐겁게 살아야지가 모토인데, 나는 출퇴근하며 그냥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다들 잘 사나 보다. 마음속에서 질투와 답답함이 솟아올랐고, 그래서 지나치게 잘살아 보이는 몇몇 친구의 팔로우를 끊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킬까 봐 글을 잘 올리지 않았다. (가끔 감성이 폭발해 미칠 것 같을 때를 빼곤..)


그러다가 다시 SNS를 시작하게 된 것은 두 가지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소통하고 싶다


첫 번째 이유는,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과 동창회를 했고, 그때 서로 잘 지내나 궁금증을 어떻게 해결했냐 하면 SNS였다.


"너 여행 많이 다녔던데! 어디 갔다 왔어? 좋았어?"

"너 그 회사 다니지? 페이스북 봤어. 정말 축하해!"


다들 순박하고, 고등학교 시절 힘든 시기를 함께했기에 질문에도 대답에도 가시 하나 없었다. 다들 SNS를 통해 친구들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래, 이렇게 서로 소식 전하면서 사는 거지. 사람의 특성 중 남의 이야기는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내 소식만큼은 남긴다면 좋은 소식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나. 어쩔 수 없는 본성이고, 소통을 하기 위해서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해커톤 행사에 참여하면서 그곳의 젊은 개발자들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다들 SNS를 활발하게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느라 오랜만에 글을 썼는데, 그냥 누군가와 함께 어떤 것을 했다는 것을 태그도 하고 사진도 남기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우연적인 기회로 만난 친구들과는 SNS야 말로 소통하기 좋은 창구였다.


내 행복의 범위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독서모임에서 들은 말 때문이다. 은연중에 SNS를 하긴 할 건데, 그래도 내가 올리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 나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춤하고 있던 차였다. 어쩌다 보니 독서모임에서 SNS라는 키워드가 나왔는데, 그때 어떤 분이 그러셨다(생각하시는 깊이가 정말 깊으신 듯하다. 나보다 더 앞서 가고 계신다는 게 느껴졌다)


요즘 SNS가 생기면서, 다른 사람들이 좋은 곳에 여행 갔다던지 맛있는 것을 먹었다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래서 일시적으로 불행해질 수는 있죠. 하지만 SNS가 없던 시절에는 삶에 어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지 몰랐는데 이 덕분에 우리는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죠.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행복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고, 다만 그 안에서 내가 나의 삶에는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수용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행복해질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한두 해 안에는 내가 들여다보지 못했을 깊이인데, 이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퇴근 후 비 오는 날 독서모임에 갔던 값어치를 다 했다.


앞으로 질투가 안 느낄 것 같냐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대답할 순 없다. 가끔 질투가 나서 일시적으로 팔로우를 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좋아요 맘껏 누르며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며, 나의 행복의 범위를 넓혀 나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덕 구석구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