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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Dec 13. 2020

무인양품 보이지 않는 마케팅

브랜드 없는 브랜드의 보이지 않는 마케팅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의 마케팅은 무엇이 다를까


소비자는 스타벅스나 애플같이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를 뚜렷한 제품을 믿고 구매한다. 

'이번에 스타벅스에서 새로운 크리스마스 음료가 나왔구나! 한번 마셔봐야지'

'신형 맥북 에어는 애플이 만든 CPU를 사용했대. 성능이 어떨지 기대된다'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표현에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 덕분에 소비자는 신제품 구매라는 도전적인 과제에도 심리적 장벽이 낮춘다.


상품에 로고조차 없는 무인양품은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 안에 자리 잡게 된 것일까. 


MUJI = 심플함

'무인양품'하면 몇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아이보리 톤의 흰색,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원만한 곡선, 톤 다운된 레드, 로고 없는 깨끗한 단면.

무인양품의 상품에는 로고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무인양품의 제품을 알아볼 수 있다.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심플함이 MUJI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없음으로 시작했지만 심플하다는 것이 무인양품의 정체성이 되었다.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이다.

muji.com


무지는 보편적인 심플함과 자연스러움, 합리성을 추구한다. 집안의 다른 상품들과 잘 어울려야 하고,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자연스러움과 합리성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 심플함인 것이다. 심플하기에 다른 어떤 상품과도 잘 어울리고, 기능에 집중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합리적은 가격을 만들어낸다.



무지의 상품 개발자들은 무엇을 뺄지 고민한다.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자는 언제나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상품에서 색과 장식을 빼면 어떻게 될까?'
'이 상품은 디자인을 조금만 바꾸면 훨씬 편리해질 것 같은데..'

장식이 달려있거나 무언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형태의 상품만 보면 '무인양품이라면 이걸 어떻게 바꿀까?' 하고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무인양품은 전 세계의 다양한 물건의 아이디어를 흡수해 심플함을 버무려 전세계로 판매한다. 무인양품의 가장 큰 특징인 '심플함'은 나라와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더불어 무지의 글로벌적인 인기는 '미니멀리즘' 덕분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자 심플함이라는 강점을 가진 무지는 자연스럽게 각기 다른 세계인의 취향에 부합하게 되었다.



MUJI는 불특정 다수를 공략한다

MUJI는 최대공약수의 개념을 활용하여 되도록 많은 사람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상품을 개발한다. 각각의 취향과 문화에 몰입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마케팅 이론에서는 목표 고객층을 명확히 하고 그 고객층에 딱 맞는 상품을 만들 것을 권한다. STP(Segment =시장 세분화, Targeting = 목표시장 설정, Positioing = 시장 위치 선정)에서도 고객을 세분화하고 그중 어떤 집단을 목표로 삼을지 결정한 뒤에 자사의 상품, 서비스를 시장의 어떤 지점에 위치시킬지 구상하라고 한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방향성이 흐트러져 상품의 특징이 모호해지므로 고객에게 매력으로 어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MUJI는 다른 기업들처럼 대상 고객을 세분화하지 않는다.

MUJI는 어떤 공간에서 누가 사용하더라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 MUJI식으로 말하면 '이거면 됐어' 싶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세세한 개인적 취향에 딱 들어맞아서 '바로 이거야' 싶은 상품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합리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이거면 됐어' 수준의 상품을 만든다.

무지가 가진 정체성이 심플함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타겟팅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 화려함, 엘레강스, 컬러풀, 귀족적 등의 단어를 가진 브랜드라면 불가능하다.


MUJI의 '무지다움'

1. 관계성

MUJI의 상품 개발자는 한 가지 상품의 편리함을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다른 상품과 조합함으로써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이를 위해 무지의 수납용품은 스테인리스오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다양한 사이즈로 만들어낸다. 기존에 집에 있는 사물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고, 무지 상품들 간에도 조화로울 수 있도록 구성한다.


무지의 인스타그램의 광고들을 살펴보면 이런 관계성이 느껴진다.

@mujikr

상품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닌,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이미지화된다. 고객은 이 이미지를 보고 자신의 집과 무지의 상품이 잘 어울릴 것인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이걸 보고 나같이 광고에 약한 유저들은 상품을 사게 된다. 무지 책 읽다가 감성에 취해 구매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이래서 제품이나 기업에 관한 책이 나오는건가.


2. 용도

무지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것을 예상하고 심플한 상품을 제안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린아이라면? 독신 여성이라면? 나이 많은 남성이라면? 여러 가지 유저의 사용 모습을 상상하여 편리할 것인지 고민한다. 

유리그릇은 음료를 담는 컵도 될 수 있고 꽃을 장식하는 화병도 될 수 있다. 또 연필꽂이로 쓰거나 장식품을 넣어둘 수도 있다. 따라서 판매 방시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 상품명에 특정한 용도를 표현한 단어, 즉 '컵'이라는 말을 넣지 않고 그냥 '유리그릇'이라는 말을 넣었다. 사용자가 용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무지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무지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게 확보되어있는 상태에서 무지의 여러 상품을 둘러보며 고객의 사용 가능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성 없이 유리그릇에 용도를 정하지 않고 판매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구매를 할 때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물건의 용도를 정의하고, 용도에 따라 해당되는 명칭으로 상품을 검색하기 때문이다. 유리컵을 구매하기 위해 검색하는 사람이 보편적인 명칭인 유리그릇까지 가기 전에 이미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다른 상품을 찾아낼 것이다. 

@mujikr

그러나 무지도 덜렁 제품만 보여주지 않고, 용도를 제안한다. 제품에 대한 사용 씬을 다양하게 제안하여 사람들의 숨겨진 니즈를 발견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용도를 상상하게 한다. 주전자 사진이 같이 나와 살짝 상상해봤지만 이 수납도구는 사지 않았다.


3. 전통

MUJI가 도입할 상품이 유래한 지역은 기후와 환경이 어떤지, 그곳의 관습은 상품의 소재나 형태 등과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해외에서 별생각 없이 상품을 사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에 관련된 역사를 이해하고 그 상품을 속속들이 분해하여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상품을 현재의 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상상해 본다. 

MUJI는 상품의 본질에 집중한다. 왜 그 지역은 이런 상품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한다.



MUJI의 플랫폼 사고 

무지는 플랫폼적 사고를 통해 생활자와 생산자를 연결한다.

생활자는 생활의 지혜, 생활하면서 힘든 점, 행복한 점, 만족스러운 점, 유대감을 느낀 사건, 실제 생활하는 방식 등의 정보를 MUJI에 제공한다.
생활자와 상품 개발자는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생산자는 생산 기술과 거점 지역에서 나온 생활의 지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책, 자연 환경에 대한 아이디어, 지역의 현안 과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MUJI는 생산자와 더불어 양심적인 생산을 한다. 양심적인 생산에는 합리적인 생산, 필연적인 설계, 기술 혁신, 진품의 전승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플랫폼은 온라인을 기반이라고 좁게 생각했었다. 이커머스 마켓 플레이스, 앱 스토어, 소셜 네트워크 등 온라인만 플랫폼이 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오프라인에서도 충분히 플랫폼이 가능하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의 유통업체들도 단순하게 상품을 유통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체적인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브랜드의 상품의 출발점이 소비자의 필요로부터 나온 것인지, 어떤 철학으로 브랜딩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기회가 있으면 알아보는 것으로


MUJI의 디자인 사고

1.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할 상품을 매일 생각한다.

2. 세계인의 생활을 배우고 받아들인다.

3. 개방된 프로젝트를 자주적으로 성립시킨다.

4. 사용자와 대화의 캐치볼을 한다.

5. 보통 사람의 집을 철저히 관찰한다.

6. 어떤 편익을 제공했는지 수치로 검증한다.

7. '형태'의 의미를 생각한다.

8. '제약'을 넣어 상상한다.

9.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다.




이전에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를 통해 무인양품의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통해 그들이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무인양품의 마케팅과 철학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한 기업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퍼즐을 맞추는 알아가는 것은 재밌다. 특히 동시대에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에 대해 읽고 생각하는 일이라 즐겁다.

 

무지의 성공 비결은 심플함 때문만도, 매뉴얼 때문만도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모여 무인양품을 이루고, 그 안의 여러 가지 이슈들이 해결되어 지금의 무인양품이 된 것이다. 무인양품에 관한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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