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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경작하는 농업 세계일주

꿈꾸는 청년들의 농업 세계일주 <파밍보이즈>

by 퐝지

강릉의 한 독립서점에서 <파밍보이즈>를 발견했다. 개성 있는 책들 중 유독 흥미를 끌었다. 독립출판물이 아니기에 일반 서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을 테지만, 독립서점이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땅 파서 꿈 캐는 꽃청춘의 세계일주

2년 간의 농업 세계일주


요즘 많은 이들이 각기 다른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세계일주를 떠난다.

그런데, 농업 세계일주라니.


책을 펼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다.


꿈을 품은 세계일주

세계의 가난과 식량문제, 저자는 이를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로 정의했다. 그 해결책으로 농업을, 특히 비어 가는 농촌을 살리는 청년 농업을 꿈꾼다.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고, 농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그저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닌, 농촌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떠올린다. 이를 위해 세계 곳곳의 농장을 찾아가 생태공동체와 그들의 농업 노하우를 배운다.


시작은 호주에서부터

저자와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비상식량>이라는 팀을 이루어 호주로 떠난다. 기나긴 여행의 여비를 마련하고, 이곳의 농장들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농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려고 했지만, 종국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밤낮없이 알바를 해야 했다. 하지만 본격 농업 여행이 시작되고 나서 블로그에 올린 영상을 보고 영화제작사에서 연락이 와 영화 촬영도 더불어 하게 되었다. 호주를 거쳐 동남아시아, 유럽을 거쳐 유기농 농업과 농촌 공동체를 배워간다.

얼마나 기특하고 알찬 여행인가.


흙 곤충 작물 - 생태계를 존중하는 농업

자본주의의 농업은 광활한 땅에 헬리콥터나 기계로 모종을 뿌리고, 농약을 치고 수확한다. 당해 최대 생산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둘러보고 온 농장들은 자연 그 자체를 존중한다.

지구로부터 땅을 빌려서 그 흙을 비옥하게 한다. 작물을 병들게 하는 곤충에게는 농약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싫어하는 작물을 심어, 찾아오지 않도록 한다. 그 해의 생산량보다는 오랫동안 지속 가능함에 초점을 둔다.


생태 공동체

농촌은 혼자 꾸려가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구들이 모여 함께 농촌을 꾸려간다. 매주 열리는 프리마켓에서 베리 농사꾼은 수확물로 잼을 만들어 내놓고, 소를 키우는 이는 요거트를 만들어 판다. 농지가 중심이 되어 그곳에서 생산한 것이 그곳에서 소비된다. 3대 공동체 중 하나인 호주의 크리스탈 워터스는 그곳 자체가 외부의 영향이 필요 없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강물과 빗물을 받아 자급자족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비료로 만들어 사용한다.


현실 속 청년 농업

귀경 현상, 도시화로 농촌이 비어간다는 것은 교과서로도 뉴스로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런 현상은 심각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청년 취업난이 극심해졌고, 이에 청년 노숙자들도 굉장히 많다. 이들 중 비어있는 땅에 허가 없이 농사를 지어 사는 단체도 있었다. 어차피 노숙자가 되느니 땅주인이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그곳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것이다. 반면, 이런 이들을 위해 버려진 땅을 쓰도록 내어준 사람과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꾸려가는 청년들도 있었다.

한편, 네덜란드의 한 농업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자신의 밭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도록 하고, 4학년 때 우수한 학생으로 선발되면 2만 평이 넘는 땅을 1년 동안 지원해준다.


여행의 씨앗이 결실을 맺다

이들의 농업 세계일주는 그저 체험이나 공부로 끝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던 이는 세계일주 중 배웠던 노하우를 접목 해 생산량을 올렸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이는 자연드림에 취업했다. 그리고 저자는 청년 농부를 도울 수 있도록 농지와 더불어 필수 요소인 주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식 목조 주택을 짓는 프로젝트와 사업을 하고 있다.



평소 농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농업이 미래라는 말에 이제는 마음속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비옥한 땅과 사람들, 생태계를 존중하는 마음만 있다면 결핍이 가득한 이 사회에서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한 번 읽고 소화하기엔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다.

두고두고,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 때 무기력할 때 꺼내 보고 싶다.

이들처럼 꿈이 있다면 스스로 방법을 만들고, 넓은 세상에서 배울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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