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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Nov 03. 2019

<슈독> 나이키 창업자 자서전

한 개인으로부터 글로벌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

독서모임에서 <슈독>을 함께 읽었다. 막상 책을 사고 보니 500페이지의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자서전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소설처럼 읽혀서 오랜만에 독서의 즐거움이 느낄 수 있었다.


0에서 시작한 나이키

나이키 창업자인 필 나이트는 원래 육상 선수였고, 스탠퍼드 경영 대학원 시절에 기업가 정신 수업에서 신발 사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했었다. 아디다스와 퓨마가 미국 시장을 장악했던 시절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세계여행을 떠났고, 중간에 일본을 들렀다. 일본의 신발 회사인 오니쓰카(현재 아식스)를 찾아가 자신이 미국 서부의 판매 독점권을 가지고 싶다고 설득한다. 당시 그는 블루 리본이라는 1인 기업이었지만 적당히 부풀려 독점권을 따낸다. 그렇게 나이키는 오니쓰카의 신발을 유통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물론 그는 오리건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사업 과정에서 부모님의 네트워크의 도움을 많이 얻는다. 시작 과정에서 때로 아버지의 돈과 신용을 빌릴 수 있었기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불가능하겠지만 오니쓰카와 협상하러 갔을 당시 블루 리본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 그들을 속이고 계약을 따낸다. 


중산층 배경이라고 한들 아무나 1인 기업에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나이키라는 기업을 만들어낼 순 없다. 특히나 기존의 큰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상태에서 유통업으로 말이다. 가상의 기업을 만들어 계약을 따낸 것은 추후 블루 리본과 오니쓰카의 재판에서 불리한 요소를 가져다주었고, 도덕적으로 옳은 처사가 아니다. 행위 자체는 배울 만한 점이 아니지만, 외국의 큰 회사를 혼자 찾아가 필사적으로 계약을 따내려고 한 자세는 매우 인상 깊다.


신발에 미친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다

슈독(Shoe Dog)은 신발에 미친 사람들을 뜻한다. 사람들은 외부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신발을 신는다.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갈 때 신발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이런 신발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으로 만들까 항상 고민하는 사람들을 슈독이라고 부른다. 

필 나이트의 주변에는 슈독이 많았다. 육상 선수 코치인 바우어만은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더 잘 달릴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선수들의 운동화에 발판을 바꿔보기도 하고, 고무를 덧 대어 보기도 했다. 그는 필 나이트와 동업자가 되었고, 오니쓰카의 신발을 연구하며 끊임없이 개선사항들을 연구했다. 추후 그는 초창기 나이키의 베스트 셀러인 와플 쿠션을 개발해낸다. 

필 나이트의 주변에는 신발뿐만 아니라 회사 블루 리본에 미친 사람들도 많았다. 존슨와 우델 등 초창기 멤버들은 블루 리본의 사업을 위해 갑자기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 가야 한다거나 서로의 업무를 바꾸기 위해 거처까지 교환해 일했다. 초창기 블루 리본은 매우 열악한 사무실에서 일했는데 깨진 창문을 고칠 수 없어 찬바람에도 옷을 껴입으며 일했다. 



중단하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이번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질문을 얻었는데, '나는 힘들 때 어떤 것들을 통해 견뎌낼 수 있는가'이다. 나이키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니쓰카에서 은밀하게 다른 미국 유통 회사를 알아보는 것을 알곤 살아남기 위해 직접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추후 오니쓰카와 재판을 하기도 했고, 미국 관세청으로부터 회사가 망할 정도의 세금을 부과받은 적도 있었다. 성장을 위해 큰 수요에 큰 공급을 생산하려다 보니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중단당하고, 현금이 부족해지는 위기를 끊임없이 겪었다.


그때마다 필 나이트는 달리기로 위안을 얻었다. 매일 밤 달리기와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통해 그는 절망 속에서 중단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나의 삶을 지탱하는 루틴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나아가는 힘을 가지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과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떤 이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하는 일들을 한다고 했다. 공연을 좋아하는데, 얼마 전에는 조성진 피아노 연주회를 보러 지방에 다녀왔다고 했다. 살아있음에 감사할 정도로 공연을 보는 게 좋고, 40살에도 50살에도 계속해서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이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집요하게 그 문제만 생각한다고 했고, 어떤 이는 가족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나는 수영과 달리기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새벽 동이 트기 전 어두운 하늘이 밝아지는 것을 보며 수영장으로 향할 때의 고요함과 수영을 하며 물 속에서 느끼는 평온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반복적인 루틴이 불안정한 마음과 감정을 차분하게 잡아주는 것 같다. 


답답할 때는 달리기를 한다. 막상 달릴 때는 페이스를 단축하려고 하다 보니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달리고 나서 땀을 식히며 걸으면 새로운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사실 누구나 때론 삶이 퍽퍽하고, 머리가 복잡함을 넘어 고통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사실 우리는 어떤 것을 하고 있었다. 


한 개인으로부터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개인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고난을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외의 이유들은 사실 다른 창업 스토리에 읽어왔던 것처럼 좋은 팀 멤버들, 다양성으로 부터 나온 아이디어들, 포기하지 않는 자세, 때로는 운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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