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에 일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미스터리한 물질
오늘날 반물질은 적어도 지구에서는 일상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으며,
반물질이 사라진 것은 우주에서 설명되지 못한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오랜만에 물리 관련 책을 읽어볼까 하던 차에 이름부터 흥미로운 <반물질>을 읽어봤다.
처음 두 세장까지는 흥미롭게 읽었으나 중간에 수많은 입자들이 소개되는 부분부터 후반까지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읽었다.
이 책은 반물질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무기로써의 위험, 새로운 에너지원이라는 기대, 퉁그스카 사건은 반물질로 이루어진 혜성이 지구에 떨어진 거다)에 대해 실제적인 답을 찾아준다. 더불어 입자들의 과학적인 발견과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반물질은 물질이 기묘하게 뒤집힌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왼쪽은 오른쪽이 되고 양은 음이 된다. 주물과 주형처럼 물질과 반물질은 실재를 이루는 음과 양의 관계다.
물질과 반물질이 반응하면 서로 상쇄된다. 반물질은 파괴되면서 감마선을 내놓는다. (이 부분만 기억하면 추후 반물질에 대한 기사나 소식이 나왔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물질을 이루는 입자들(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 등) 또한 반쿼크라는 입자로 이뤄졌고, 반쿼크는 쿼크와 반대 상을 지니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기묘하게 뒤집혀있다고 표현되는 것 같다.
자연에서 발생되는 유일한 반물질로는 양전자가 있다. 반세계라는 거울에 비친 전자의 모습이라고 한다.
전자는 원자에 들어있고, 양전자는 반세계를 이루는 반원자에 들어있다. 양전자는 전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모두 전자를 지니고 있기에 양전자는 나오자마자 전자를 만나 감마선 불꽃을 내며 사라진다.
이러한 양전자를 이용해 만들어진 장치가 '양전자단층촬영장치 PET'이고, 역설적으로 파괴적으로 보이는 반물질을 잘 이용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한편, 태양 중심에서도 양전자가 만들어지는데 주변에 전자가 많이 존재하기에 바로 파괴되며 감마선으로 바뀐다. 전자는 감마선을 흡수하고 에너지가 약간 줄어든 감마선을 내놓는다. 태양 중심에서 생긴 감마선이 이런 과정을 거치며 태양 표면에 닿을 때까지 대략 십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빛은 에너지를 잃기 때문에 감마선은 X선이 되고 그 뒤 자외선이 됐다가 마침내 눈에 보이는 무지개색 빛이 된다. 따라서 햇빛의 일부는 태양 중심에서 생긴 반물질의 산물이다.
그동안 반물질에 대해 접해보지 못했고,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의료 장치 아니 햇빛조차 반물질의 산물이라니 인상 깊었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던 입자들(양성자, 중성자, 전자, 쿼크 등) 외에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된 입자들의 수가 많았다.
양성자나 중성자는 쿼크로 이뤄져 있다. 반양성자나 반중성자는 반쿼크로 이뤄져 있다.
반입자는 입자와 반대이기에 모든 입자와 그 구성 입자들에는 '반'이 붙는다.
쿼크는 업쿼크, 다운쿼크로, 스트레인지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업쿼크, 다운쿼크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이들보다 조금 이상한 입자인 람다와 시그마는 스트레인지쿼크를 하나씩 가진다.
크사이라는 입자는 스트레인지 쿼크를 두 개 가지고, 오메가는 스트레인지 쿼크 세 개로 이루어져있다.
쿼크를 반쿼크로 바꿔서 만들어보면 반업쿼크(=업반쿼크=반업반쿼크), 반다운쿼크, 반스트레인지 쿼크가 있고, 이들은 반양성자, 반중성자, 반람다, 반시그마, 반크사이, 반오메가 입자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모두가 실험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자와 양전자 실험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 설비가 만들어졌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50미터 아래에 있는, 영국 런던 지하철 순환노선만큼이나 긴 터널에서 자석으로 전자빔과 양전자 빔을 조절해 목표지점으로 가게 만든다. 거대한 링은 곡선 구획 8개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은 길이가 3킬로미터에 가깝고 길이 500미터인 직선 구획으로 서로 연결된다. 곡선 둘레에는 자석 3,500개가 붙어 있어 빔을 휘게 하고 또 다른 자석 1,000개가 빔을 모아 전하가 밀집되게 만든다.
전자와 양전자를 만들어내고, 그 반응을 관측하기 위한 물리학자의 노력이 정말 인상 깊었다. 특히나 그 장비를 만들어낸 공학자들의 노력에 감탄했다.
유럽의 입자물리학 센터인 CERN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입자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WWW을 만들었다. 학술적인 목적으로 WWW이 탄생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입자들의 발견의 역사와 더불어 읽다 보니 새로웠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반물질이 소개되었고, 대중이 널리 인지하게 되었다. 대중은 반물질이 무기로 사용될 것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써의 기대를 품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반물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와, 빛만큼 빠른 반물질을 감속하고 유지하기 위해(물질과 반응하면 바로 소멸하기 때문) 들어가는 에너지를 합치면 오히려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더불어 에너지원이나 무기로 사용되기 위해선 많은 양을 생산해야 하는데, 비용도 막대하지만 반입자를 생성하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린다.
오히려 반물질은 빅뱅이 일어난 직후 비등비등하게 물질과 반물질이 존재했고, 왜 물질로 가득 찬 세상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데 실마리를 주었다. 무(nothing)에 가까운 입자인 뉴트리노로 인해 물질과 반물질의 비율이 100만 개 + 1개 : 100만 개 정도로 차이 나게 되어 물질이 남았다고 한다.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이때 에너지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태어났다. 그리고 반양성자에 이어 양전자를 이용한 반물질 빔 실험은 초기 우주를 재현했고, 빅뱅 직후 10억 분의 1초 이내의 우주가 어떠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건 인류 지성사에서 놀라운 성취다. 원자들이 모여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나왔고, 자신을 만든 우주를 경이로움으로 둘러보고, 자신의 기원인 빅뱅을 재현하는 장치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런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게 바로 반물질이다.
앞서 언급된 퉁그스카 사건의 경우, 주변 나무들의 탄소 반감기를 확인한 결과 감마선의 흔적이 없으므로 반물질 혜성이 아닌 그냥 혜성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다행히 반물질이 지구에 큰 해를 끼친 경우는 아직 없어 보인다.
<반물질>은 물리적인 지식이 있어야 또는 내용을 소화할 시간이 충분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반물질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로 시작해 입자물리학과 빅뱅까지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만, 모든 내용을 습득하진 못했지만 얻은 내용들만 잘 기억해야겠다.
반물질은 물질을 만나면 즉시 파괴되며 감마선을 내놓는다.
반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반물질이 물질과 반응하며 생산하는 에너지에 비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소요된다.
무기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물질은 실제 존재하며 태양으로부터 온 가시광선도 반물질 반응의 산물이다.
반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은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에 '반'만 붙이면 된다. 반쿼크. 반양성자. (예외: 양전자(전자의 반대))
WWW는 입자물리학 연구 중 과학자들의 소통을 위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