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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Jan 02. 2020

1년 동안 매주 독후감을 썼습니다

꾸준히 독후감을 쓰면서 느끼고 얻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

2019년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습니다.

세어보니 적지도 많지도 않은 52권 그리고 52편의 글을 썼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독후감을 발행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bookreport2019

https://brunch.co.kr/brunchbook/cookedbook

뿌듯하기도 힘들기도 했던 독후감 쓰기에 대해 돌아보았습니다.

2019년 독후감을 쓴 책 52권 목록

이 일을 왜 시작했을까


점점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되다가 2019년을 맞이하기 직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고 접할 지식은 많은데, 나는 아직 너무 무지하다.

30대를 맞이하기 전에 조금 더 어른스러워지고 싶었다. 독서보단 놀기 좋아했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보충하고자 독서를 습관으로 맞이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읽은 책이 쌓일 지라도 지식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

정독했던 책인데도 몇 주가 지나고 나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는 방식을 접하게 됐다. 트레바리를 통한 독서모임에는 독후감을 써야만 참석할 수 있는 규칙이 있다. 이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 매번 독후감을 쓰게 됐다. 그렇게 4편의 독후감을 작성하고 그 효과를 몸소 체험했다.


독후감을 쓰면 책을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


기억이 더욱 선명하고 오래 남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당시에 느꼈던 영감이나 감상을 저장하고 나중에 꺼내볼 수 있다. 인상 깊은 구절이나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같이 정리해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2019년 한 해 동안 일주일에 1권씩 읽고 브런치에 독후감을 올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위기가 찾아왔었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에는 관성이 붙는다. 처음 습관이 동작하도록 하게끔 초반부를  견디면 그다음부터는 저절로 된다. 2-3주 차가 지나자 관성이 붙었고, 자연스럽게 되는 평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다만, 무언가 일이 생겼을 때 그 관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어려워진다.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계셨던 외조모가 돌아가셨을 때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할머니가 떠났는데도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할까. 이럴 때조차 관성을 지키는 게 너무 인간미 없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자꾸 맴돌았다.


인생을 공유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지라도 사람은 항상 슬픔에 잠겨있지 않더라.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며 그래도 애써 미소 짓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계속했다. 조문객들이 발길이 드문 오전과 이른 오후에 책을 읽었다. 그래도 두꺼운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 그때 <누가 치즈를 옮겼을까>와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를 읽었다.


슬픔의 상황에서 독서에 몰입하는 것은 조금의 위안을 주기도 했다. 할머니께서 완쾌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으셨을 때 나도 모르게 서점에서 죽음에 관한 책을 집어 들었다. <죽음 카탈로그>였고, 읽으며 당시의 상황을 조금 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세 분의 어른들의 죽음을 맞이할 때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마지막 남은 어른을 마중할 때는 조금 더 어른스럽게 당신을 보내주고 싶었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다독여줄 수 있었다.




가끔씩 버거웠다.


지난해 유독 해외여행을 많이 갔다. 삿포로, 하와이, 교토, 타이베이, 뉴욕, 타이베이 이렇게 6번을 다녀왔다. 시국이 안 좋아지지 않았더라면 취소하지 않았을 오사카가 있었다면 도합 7번을 갈 뻔했다.


올해 첫 여행으로 삿포로에 갔을 때는 미처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지 못해서 같이 간 동행을 괴롭게 했다. 그때의 잘못을 반성한 후로 하와이에 갈 때는 세이브 원고를 몇 개 준비했었다.


세이브 원고를 한 두 개 준비해보니 내가 발행하는 글과 현재 내가 읽는 책, 그리고 변화된 나의 모습이 불일치한다는 점이 불편했다.

또한 세이브를 쌓아 두면 자연스럽게 독서에 게을러졌다.


그 후론 여행이 있으면 서둘러서 책을 읽고 발행일에 며칠 앞서 독후감을 작성해두기만 했다. 뉴욕처럼 긴 여행을 가는 경우에는 1개의 미리 쓴 원고를 발행하고 나서, 1개의 독후감은 공항에서 환승할 때 작성해야 했다. 12월에 타이베이를 방문했을 시기에는 다른 공부를 하느라 평소에 책을 읽어두지 못했다. 왕복 비행기에서 책을 읽고 귀국해 집에 오자마자 캐리어도 풀지 않고 독후감을 썼다. 이런 날은 뿌듯하기도 했지만 때론 버거웠다.




확실히 좋아진 것


독서를 꾸준히 하는 습관이 생긴 건 물론이고 (글을 써야 하기에)책을 더 깊게 읽게 되었다.

책을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덮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대와 다를지라도 끝까지 읽는 인내심이 생겼다.

이 점은 다른 면에도 적용되어 단편적으로 현상을 보고 판단해버리는 오만함이라던가, 일을 마무리 맺지 않고 다른 재밌는 걸 찾으려고 하는 무책임함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됐다.

책이 재미없어서 덮고 다른 책으로 손이 가는 것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며, 그것 또한 하나의 독서법이다.


다만,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습관을 통해 재미없더라도 마무리하는 인내를 배울  있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글을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1-2시간 정도 걸렸다.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 고민하는 데에도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 그러나 쓰면 쓸수록 키보드만 있으면 쓸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내용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접한 책에 대해 묘사하고 내 감상을 쓰는 일이기에 1시간 이내면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콘텐츠를 요약하고 글을 쓰는 능력이 좋아졌다.



다음 해엔 그만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 주중에 약속이 많아서 일요일에 몰아서 책을 읽었을 때

- 공항에서 돌아오자마자 캐리어를 풀지도 않고 독후감을 쓸 때

- 이동할 때마다 ebook 앱으로 책을 읽고 있을 때

... 때때로 현타가 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친구들이 가끔씩 물었다.

"대단하긴 한데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왜 하는 거야?"


올해도 이 습관을 계속 가져가는 것은 이에 대한 답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숱하게 경험했다.

나를 위해서 하기로 이미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 권씩 읽고 쓸 때마다 매주 나는 새로워졌고, 달라졌다.


그래서 올해도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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