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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Jan 26. 2020

행동변화 디자인 프로세스로
사용자에게 ‘개입’하라

기획에서 마케팅 끝에서 시작하라

우리 인간은 타고난 행동과학자다. 갓난아이 시절부터 울음소리로 압력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낸다.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압력에 따라 모습이 만들어진다.
오늘날 기업들의 비전 가운데 상당수가 이와 같이 만들어진다. 여기에는 행동도 없고, 목표에 대한 합의 과정도 없다. 단지 그럴듯해 보이게 하는 과장된 수사들만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행동심리 과학자로 행동변화 디자인 프로세스(Intervention Design Process)를 통해 과학적으로 기획과 마케팅을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행동변화 디자인 프로세스란

사회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일어난 진보 덕분에 우리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행동변화를 위한 개입을 설계하는 일을 더 잘하게 되었다. 인터넷과 그 기반의 다양한 기기들이 발전하면서 설계한 개입을 실행하고 측정하는 일이 보다 쉬워졌다. 행동변화 디자인 프로세스는 이러한 배경에서 발전한다.


행동변화 디자인 프로세스

행동목표를 만들어낸 뒤에 우리는 행동변화를 위한 개입을 설계한다. 

개입에 대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실험 범위를 넓힌다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선택하는 작업을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이 우리가 바라는 행동변화를 촉진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확인한다.

행동의 변화를 원할 때 그 가능성에 대해서 가늠해본다. 현재와 바라는 목표 사이의 간극을 살펴본다. 간극과 실현 가능성을 바탕으로 행동목표를 세운다. 이 행동목표는 우리가 의도하는 행동을 만들어내고 변화를 촉진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저자가 마이크로 소프트에 재직할 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었던 행동목표가 이것이다. 

'학생들이 궁금한 게 있는데, 마침 그들이 학교에 있고 근처에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있다면 Bing을 이용해 답을 찾도록 한다. 이를 QPS(학생 당 질의 수)로 측정한다'

행동목표를 세우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않자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을 관찰했다. 탁상공론으로 추측했던 이유와 달리, 원인은 교사들이 유해한 검색 결과와 광고 때문에 사용을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한 기능을 넣어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했고, 그 결과 학교에서의 검색엔진 활용이 40퍼센트로 증가했다. 당시 구글처럼 단순하게 광고에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들였다면 얻을 수 없는 결과였다.


때로 행동목표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들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만 그럼에도 손목시계는 사라지지 않은 것은 영리한 시계 회사들이 행동목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시계 회사들은 사회적 지위나 개인 철학의 표출이라는 손목시계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발견했으며, 이런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행동목표를 정립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시간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표출하기 위해서 손목시계를 찬다. 검소함과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타이멕스를 차고, 부와 지위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롤렉스를 차는 식이다.


촉진압력과 억제압력을 파악하라

촉진압력이 억제압력보다 더 크면 행동을 하게 되고, 억제압력이 촉진압력보다 더 크면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식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촉진압력과 억제압력 양쪽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촉진압력이 없어서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거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억제압력이 압도적으로 커서 행동을 하지 않게 된 것일 수도 있다.

특히나 억제압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촉진압력, 사람들로 하여금 제품을 사게 해야한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를 위해 광고에 수많은 돈을 들인다. 그러나 저자가 맡았던 마이크로 소프트의 Bing 프로젝트처럼 사용자의 행동을 억제하는 압력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입에는 윤리적 판단이 수반된다

우리가 행동변화 디자인 프로세스를 따른다면 ‘어떤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는가’와 관련된 윤리 문제는 사라진다. 행동목표에 사람들의 욕구, 즉 의도가 나타나 있고 의도-행동 간격을 줄이려는 것이 우리가 하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우리가 바라는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의도가 있는 사람에게 의도-행동 간격을 줄이기 위한 개입을 하는 것은 ‘어떤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는가’와 관련해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체육관에 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에 대해 체육관에 가도록 개입하는 것은 일단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여기서 윤리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식의 개입’을 하느냐다.

이미 의도가 있는 사람에게 행동하기 위한 동력을 주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애초에 의도 자체가 없었던 사람에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윤리적 책임이 뒤따른다. 

의도-목표 간격을 줄이기 위한 개입은 반드시 윤리적인 검열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인지능력을 사용할 때와 아닐 때를 파악하라

사람들이 인지 능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활동과 그렇지 않은 활동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그럼으로써 어떤 집단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어떤 개입을 실행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를 파악하는 데 오토메이션(Automation)과 큐레이션(Curation)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사람마다 인지능력을 사용하는 분야가 다르다. 내 서비스의 사용자가 어디서 힘을 빼고 싶어 하고, 어디에는 정성을 쏟고 싶어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사용자가 편안하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부분에는 Automation을 이용하고, 인지능력을 사용하는 부분에는 Curation을 사용한다. 모바일 게임이 떠오르는데, 대부분의 RPG 모바일 게임에서 단순한 전투의 경우에는 '자동전투' 기능을 제공하고, 캐릭터를 꾸민다거나 아이템을 구매하는 부분에서는 Curation을 통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이는 게임 회사가 사용자가 어느 부분에 노력을 쏟고 싶어 하고 어느 부분은 편리하게 넘어가고 싶은 지를 파악한 결과일 것이다.


다만, 사용자의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적절한 정도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입을 통해 인지 능력 사용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옷 사기를 좋아하고 옷을 사는 데 최고 기준을 추구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의 유형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가짓수는 제한하는 식으로 인지 능력 사용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인지 능력을 적게 투입하면서 만족스러운 옷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정성을 쏟고 싶어 할 때에도 온갖 정성을 쏟도록 해서는 안된다. 몇 가지 선택지를 제안하는 식(Curation)으로 인지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제목을 봤을 땐 ‘어떻게 하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에 총력을 기울인 책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실상은 행동심리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의 관점으로 무난한 내용이 전개된다. 

제목과 내용이 안 맞아서 내용이 나쁘진 않아도 전반적인 소감이 나쁜 경우라고나 할까. 행동심리의 용어들을 사용했지만 사실 책에 있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어디선가 접해본 내용이었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때 기대할만한 인사이트의 평균값만큼 얻지 못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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