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빈티지
카페를 새로 시작할 때, 우리는 되도록 재활용을 했다.
공사를 몇 번 했더니 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생겨나고 없어지는 가게가 수십 개일 텐데, 그럼 거기에서 버려진 자재며 물건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 일까.
물론 멀쩡한 테이블이나 의자 등은 재활용 센터에서 수거해 가서 다시 되파는 경우도 많지만, 가게에 짜 맞추어 제작한 것들은 대부분 부서져 버려진다.
조금만 신경 쓰면 버려지는 것들만 모아서 가게 몇 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쓰레기는 처음부터 쓰레기가 아니다. 버려지는 순간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재활용 달인이 된 이유는 돈이 없어서인 이유가 제일 크기도 하지만 그렇게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아까워서 이기도 했다.
조금만 고치면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나무는 너무 멀쩡한데…
이상하게도 그런 버려지는 것들에 시선이 갔다.
나는 그것들을 필요로 했고, 다시 쓰임새를 줌으로써 하나의 낭비를 줄일 수도 있지 않나 라는 나름의 기특한 명분도 있었다.
그런 명분으로 꾸며진 가게는 비록 모던하거나 통일된 멋은 없지만, 틀에 맞춰 특정한 콘셉트로 분류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생긴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 지만, 모든 물건을 다 재활용할 순 없다.
아무거나 막 들고 왔다가는 자칫 말 그대로 쓰레기장으로 변할 수 있으니 쓸모 있는 물건을 잘 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눈은 한 번에 생기지는 않는데, 오랜 시간 매일매일 주변의 물건들을 공을 들여 보는 습관으로 점점 ‘알아보는’ 눈은 키워진다.
사람들이 빈티지 함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 물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 손때 가 묻은 편안함, 그리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스턴트적 물건들과는 비교되는 정성스러움, 좋은 재료, 세월의 집합체 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카페를 오픈할 때 친구가 주워온 오래된 바둑판은 좋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디자인도 나름 훌륭했다.
누군가는 필요가 없어 버렸겠지만 우리 눈에는‘만들래야 만들 수도 없는’ 좋은 재활용 거리였던 것이다.
길에서 방치된 지 오래되어 먼지가 잔뜩 묻은 바둑판을 분리하여 불필요한 곳은 뜯어 버리고, 잘 닦아 벽에 거니 예쁜 선반이 되었다.
그리곤 또 이사할 때 다시 칠하고 다듬어 작은 간판으로 사용해 보았다.
버스를 타러 골목을 돌아서는데 집 하나가 또 허물어지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먼지를 풀풀 날리며 포클레인은 집을 사정없이 부수고 있었다. 문득 걸음을 멈춰 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갑자기 우리 카페가 철거되던 날이 생각난다. 손수 칠한 벽이 허물리고, 바닥에 그렸던 노란 꽃도 부서졌다.
고심하며 자리 잡아 놓은 싱크대 하수구 구멍도 소용없게 되었다.
건물주와의 오랜 싸움으로 지쳐있어서 그런지 슬프다거나 먹먹한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저 사라지는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어떤 것들이 부서지고 사라지고 버려지고 그리고 다시 새로 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슬퍼할 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일도 아닌 것이다.
새로운 것들은 지겹고 힘든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환각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줄을 이어 새로운 곳을 찾아다닌다. 이것이 도시의 순리 인지도.
하루가 지날수록 옆집이 사라지는 소리를,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게 되는 내 감정의 무뎌짐 또한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그 무뎌짐 가운데에 서서 길가에 난 풀을 무심코 바라본다.
전소영_sowha
그림그리는 사람.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 합정동에서 남편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며 작은 그림 클래스를 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왔지만 늘 자연을 동경하고 그리워합니다.
시골 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 꿈입니다.
MAIL / iris5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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