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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No Man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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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Mar 22. 2022

“거, MBTI 소리 좀 안 나게 하라!”

MBTI 과몰입 현상 연구학자 강승원 박사의 논문

서문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인생에 있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헤아려줄 친구 한 명 얻기가 힘든 이유가 그 때문이고 어느 한 사람과 오랫동안 연애를 이어나가기 힘든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정한 사랑도, 진정한 우정도 많은 시간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이렇게나 힘든 일이지만 자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자아에 대한 탐구는 인간이 일평생의 기간 동안 해내야 하는 과업인 것이다.


MBTI는 2020년대의 가장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타인을 손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을 가장 편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발명 아니었을까? 

뭐 문제는 그게 희대의 사기이자 잡지나 신문 등의 한쪽에 실려있는 띠별 운세 같은 캐주얼 무속만큼이나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의 끝판왕이란 점이 있을 테지만 아무도 그 점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으니 그것을 문제라고 말할 거리도 아닐 테고 말이다.

나는 어느 인터넷 뉴스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참으로 골 때리는 소식이었다. 그 내용의 일부는 이하와 같다.


우리가 알던 MBTI는 '가짜' MBTI?


주목할 점은 MBTI 검사로 알려진 온라인 무료 검사들이 실은 정식 MBTI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입니다.

MBTI 한국어판 출판권을 보유한 어세스타의 김명준 대표는 "MBTI 검사라고 퍼져있는 모 사이트는 무자격 영국 회사에서 MBTI 지표를 도용해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93개 문항으로 이뤄진 정식 MBTI와 달리, 온라인 무료 검사는 신뢰도, 타당도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은 일종의 '가짜' MBTI라는 겁니다.


이 얼마나 골 때리는 소식이란 말인가?

 진짜 MBTI 검사라는 것조차 완벽하게 과학적으로 신뢰를 할 수 없는 물건인데 심지어 우리들 중 99.9%는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 MBTI 검사를 받고 나온 결과가 자신의 성향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아가고 있다니 정말 웃픈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어느 MBTI 과몰입자에게 이 사실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답하였다. "뭐 어때요. 별로 신경 안 쓰여요. 제가 사실이라고 믿으면 사실인 거잖아요."라고 말이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은 자신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한없이 두려워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고대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자연 현상과 재해, 역병, 맹수, 전쟁 등이 두려워 그 미지의 영역을 온갖 신화와 종교, 설화 등으로 채워 넣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그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의 현대인은 무엇을 이해하기 힘든 것일까?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 세상 많은 것들의 원리와 이해가 과학으로 인해 대부분 밝혀진 세상에서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여전히 자신과 타인의 마음일 것이다.


MBTI의 허위성 입증을 위한 귀납 논증


“우리가 준비한 설문에 15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정성껏 객관식 답안을 작성해주시면 당신이 16가지 유형 중 어떤 사람인지 알려드립니다.”라니 이 멘트 자체가 사기처럼 느껴지진 않는가?

잘 생각해보자. 내가 만약 당신에게 이렇게 질문한다고 치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어려워합니까?” 당신은 이 질문에 동의 혹은 비동의 따위의 답변을 한다. 동의한다고 하면 “당신은 외향적입니다.”라고 답변해주고 비동의한다고 하면 “당신은 내향적인 사람입니다.”라고 답변해준다고 치자. 그걸 듣고 당신은 “와, 나에 대해 이렇게 소름 끼치게 잘 맞춰주다니 이거 당신의 말을 전부 믿을 수밖에 없겠는 걸?”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저기에 주체를 내가 아닌 MBTI로 바꿔서 다시 한번 읽어보자. 이거 완전 코미디다. 어떤 사람은 “나의 MBTI는 그렇지 않아!! 문항도 60문항이나 되는 섬세하고 과학적인 심리 검사라고!! 빼애애애애액!!”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개의 문항이 그저 60개가 되었을 뿐 위에 적어놓은 나의 논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 않은가?


이거 정말 사이비 무속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어떤 사람이 점을 보러 가서 “제가 이제 나이가 삼십 대 중반인데 아직 결혼을 못해서요. 고민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이러면 점쟁이가 한참을 듣다가 “아이고, 여태 연애에 모두 실패했구먼!! 그러니 아직 결혼을 못했지!!”라고 일갈하면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역시 용하시네요.”라고 하는 것과 지금 무엇이 다르냔 이야기다. 정말 다를게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MBTI가 유사과학처럼 느껴져 더욱 신빙성이 느껴진다는 것이 무속보다 더욱 유해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나는 어제는 검사했을 때 “INFP”가 나왔는데 오늘 또다시 검사해보니까 “ENFJ”가 나왔더라고 이걸 처음 검사했을 때에는 “ISTJ”가 나왔었는데 말이야. 신기하지 않아?”라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 뭐 다중이야? 아님 씨발 저능아야?”라고 말이다. 아니 여러 번 해서 다 다르게 나오면 그냥 “아, 이거 사기구나.”라고 좀 인지하면 안 되는 걸까? 만약 우리가 IQ 검사를 했는데 매번 검사 결과가 정말 다르게 들쑥날쑥하게 나온다면 우린 그 결과와 검사 자체를 믿을 수 있을까? 난 아닐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가?”, “현재 어느 집단에서 어느 위치와 역할을 맡고 있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성향을 스위칭할 수 있는 동물이다. 나만 하더라도 평상시에는 극도로 예민하고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두려워하며 나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내가 정의 내리는 나 자신은 정말 그렇다. 그 모습인 나로 존재할 때가 가장 편안한 순간이다. 그렇지만 내 직업은 연출 감독이자 영상 강사이기에 내가 원하고 정의 내리는 존재로 내 업을 해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연출 감독은 모든 스탭과 배우들, 클라이언트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책이고 강사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떠들어 다른 이에게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받았으면 일단 최선을 다해 돈 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직업의 순간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나대며 소통하고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며 대부분은 그것을 잘 이뤄내는 편이다. 그리고 그 역작용으로 그 외의 시간들은 있는 힘껏 사람들을 피해 나 홀로 침잠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친에게는 한없이 스윗하고 친절한 우리네 아들들이 엄마 앞에서는 온갖 투정불평불만땡깡쟁이가 되는 경우라던지 작년까지 어리바리한 관심병사였던 이등병의 어깨에 견장이 채워지면 최고 존엄에 카리스마 쩌는 분대장이 되어버리는 모습 같은 것을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도 많이 봐오지 않았는가? 

인간의 성향이라는 것은 그저 사회라는 커다란 바다에 휩쓸려 나부끼는 해파리 같은 것들일 뿐이다. 인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하루에 다섯 번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그리고 어떻게 1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단 말인가? 세계 총인구수가 78억 인구인데 말이다. 말이 되질 않는다. 우리는 조금만 인생을 살아봐도 이 정도의 사실은 알 수가 있다. 인간은 질려버릴 정도로 다들 비슷하기도 하고 아찔해질 정도로 서로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16가지 유형에 사람을 억지로 껴놓는다는 게 참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억지란 말인가?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철학과 인문학의 영역이다.

철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개똥철학이라도 만들어야 할 일인 것이다. 

저딴 사이비 성격 유형 검사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그 편이 더 속 편하고 자신에게 잘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15분 만에 자신에 대해 깨닫고 타인을 단어 한마디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바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인 걸까 아니면 철학과 인문학이 실종된 제도권 교육이 만들어낸 비극인 걸까? 타인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유형 안으로 어떻게든 구겨 넣어 편견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나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MBTI 과몰입자들의 특성과 해악


어느 순간부터 술자리에 끼게 되면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듣곤 한다.

"감독님의 MBTI는 어떻게 되세요?", "저는 INFP라서 좀 성격이 그런 편이거든요."라는 말들을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술맛이 딱 떨어지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도대체 내가 무슨 대화를 나누어야 한단 말인가?

물론 그 'MBTI'라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대화 안주거리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기에 나는 그냥 가만히 듣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요즘은 해도 해도 정도가 너무 심하다.

보통 어떤 사람들은 “저는 재미로 믿는 편이에요.”라고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때 술자리에서 mbti로 한 시간 이상을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면 전혀 재미로 믿는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저는 그런 걸 믿지 않습니다."로 시작해서 왜 MBTI를 싫어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단호하게 말하면 그들은 그런 걸 믿지 않는 유형이 또 있다는 거 아세요?라고 맞받아치기 일수다. 그럴 땐 조금 심하게 짜증이 나는 편이다. 정신병자들이 따로 없다.

“전 세계 78억 명의 인간들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성향을 파악하고 나랑 잘 맞는 사람, 나랑 잘 맞지 않는 사람을 그 질문 하나로 빠르게 선을 그어버리고 판단하겠다.”라는 발상이 너무 폭력적이지 않은가?


모두가 MBTI 이야기만 주고받는 술자리에서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은 끝없는 사유와 철학, 타인들과 끝없는 교류와 대화 속에서 조율되는 조금 더 미묘하고 복잡한 것이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면 나는 그저 시대를 잘 읽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나도 빠르고 편한 것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끔 어떤 것들은 특히나 자아성찰이나 타인에 대한 판단과 평가와 같이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은 수많은 고려사항과 유연한 판단력, 깊은 통찰을 통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친구는 나의 이 말에 "감독님은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사시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니 내가 말하는 것이 무슨 낭만이란 말인가. 어이없다. 정말.


나는 MBTI가 '스몰토크'의 소재로 얼마나 훌륭한 역할을 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알고 있다. 하지만 보통 무식하고 무례한 몇몇 이들에게 그것이 스몰토크로 끝나지 않고 일종의 철학이 되어 버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고 그 무식하고 무례한 몇몇이 권력을 잡은 무언가가 되었을 때 타인에게 갑질을 시전 하고자 할 때 빌미와 수단이 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기에 나는 MBTI를 혐오하는 것이다. 우생학이 나쁜가, 히틀러가 나쁜가? 우생학은 그저 틀린 주장을 하는 하나의 이론적 학문이었을 뿐이었다. 히틀러는 그 우생학을 통해 악마조차 혀를 찰만한 짓들을 수도 없이 행하였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사실 MBTI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나는 아래에 열거할 예시 같은 것들이 더욱 극대화될 것을 염려하는 것일 뿐이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시절에 나는 교보문고 안에 위치했던 멜로디스라는 패스트푸드점에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러 갔었다. 그때 매니저였던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혈액형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나는 B형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B형이라.. B형은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데.. 흠..”이라고 말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것은 근거 없는 유사과학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대꾸를 하기에는 그때 나는 너무 어렸다. 통할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었고.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것은 미신에 가까운 일이다.”라는 사실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만약 아직도 혈액형이 인간의 성격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믿는 저능아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당장 이 페이지를 종료해라. 저능아랑 말싸움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혈액형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더욱 그럴싸하게 과학적이라고 느껴지는 MBTI라는 것이 등장함으로써 MBTI를 철썩처럼 믿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주변에 생겨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종종 얘기한다. “나치 히틀러가 유대인들과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들을 죽인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 그 근거는 우생학에 있어. 그 우생학의 잔재가 혈액형별 성격 이론이 되었고 혈액형이 시들해지자 그것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MBTI야.” 혹은 “사람을 어떠한 유형으로 나누고 분류하기 시작하는 모든 행위와 이론은 결국 차별과 억압, 불이익,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말 거야.”라고 말이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마치 나를 사회성이 결여된 미치광이 취급하거나 헛소리라고 웃어넘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생학은 너무 많이 간 이야기라고.”


뭐가 너무 많이 갔다는 건지, 내가 봤을 때에는 한도 끝도 없이 비슷한데.

우생학은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차별과 혐오를 통해 악마적인 일들을 행하도록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생학이 한 일이 아니고 우생학을 과하게 맹신하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겠지.

유전에서 심리로 그 대상이 넘어왔을 뿐 사람을 구분하고 분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이란 점에 있어서 그 두 가지는 매우 다를 바가 없다.


패스트푸드 점 알바 면접에서 나의 혈액형으로 인해 불이익을 얻었던 것처럼 곧 이내 회사 면접에서도 “당신의 MBTI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이 나와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분류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인 몇몇에게 자신이나 혹은 지인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이 “당신의 MBTI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했더라는 이야기를 얻어들었다고 한다. 결국 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 아주 지독한 일이다. 인터넷 뉴스 한편에도 요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찾아볼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저능아는 윗자리에 올라가지 못한다고들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이게 인생의 슬픈 부분이다. 

나는 만약 그 질문을 면접관에게 받는다면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기에 “우생학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MBTI로 저의 유형을 특정하고 차별하려는 당신은 그럼 MBTI 유형으로 봤을 때 히틀러와 같은 유형을 가진 사람인가요?”라고 말해버리고 그 자리를 나와 버렸을 것이다.

정말 못 말리는 인간들이다.


이게 비단 기업이나 민간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건 군대라는 조직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어느 군 간부가 모든 신입 병사들에게 MBTI를 하도록 강요하였다는 말을 나는 직원에게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래서 특정 유형이 나온 신병들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거 아주 미친 세상 아닌가? 나는 군이라는 집단만큼은 절대적으로 그런 짓만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키는 군대가 파시즘을 아주 대놓고 실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저 군 간부가 저런 행위를 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상처와 억압을 주고 그것을 통해 성과를 인정받아 더 높은 직급으로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면 나는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 것인지 걱정될 따름이다. 나는 이 글을 그 군 간부가 좀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빡대가리 같은 인간인지. 저능아인지. 병신인지. 진정한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인지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MBTI로 사람을 분류하고 통제하고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이 혹은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행하려 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날수록 그리고 그 사람이 더욱 높은 직급을 갖게 되고 그가 앉아 있는 자리가 국가의 기관 혹은 생계와 연관된 집단에 가까워진다면 우리는 위에 열거한 예시보다 더욱 지독한 꼴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술집에서 친구들 혹은 지인들과 MBTI로 자신과 타인에 대해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매우 즐거웠기에 혹은 MBTI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고 정의 내리는 일이 있었기에 이 글이 불편하고 꼴 보기 싫으리란 점을 매워 잘 알고 있다. 사람이 한번 믿고 신념을 갖은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MBTI는 이제 사라져야 하는 개념이다. 3년간 그걸로 재밌게 놀았다면 이제 놓아줄 때도 되었다.


긴 시간의 사색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눈과 생각으로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기.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며 언제든 어떤 계기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가 다른 존재이며 자신만의 생각과 개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자신의 잣대만으로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 


이 당연한 인간관계의 명제를 MBTI가 해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할 때도 되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승원이는 MBTI 성향이 "INTJ"인 거 같아."라는 이야기를 최근 나는 종종 듣곤 한다. 그래서 나무 위키로 그게 도대체 어떤 유형인가 찾아봤더니 맞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틀린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마치 점을 보러 갔을 때와 무당이 나에 대해 말해주는 것과 그다지 상반되지 않는 느낌이다.

내 성격은 그냥 내 성격일 뿐이다. 나와 비슷한 그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심지어 인구의 16분의 1이 나와 같은 성격 유형일거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진다.


어떤 사람은 내게 "저는 "ENFP인데요. 어쩌고저쩌고"라며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나는 이럴 때 조금 당황스럽다. 이제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제 나는 저 16가지 유형을 다 외워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아찔해진다.


인간은 78억 명이 있다면 그 유형 분류는 78억으로 나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사람은 그 사람이기에 설명될 수 있는 특별함이 있고 그렇기에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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