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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Jul 07. 2022

육지 것들의 제주 기행

육지 잡것들이 왔다 두둥탁!!

휴가에 맞춰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요새 와이프와 나는 전기 자전거에 빠져 있어서 자전거로 제주도 외곽을 한 바퀴 도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할 수 있다면 비양도에서 백패킹도 하고 오는 것을 목표로 말이다.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해서 진도에서 출발했다.

자전거를 가져가려면 비행기는 무리고 배를 타고 가야 했다. 육지에서 가장 배로 빠른 경로인 진도에서 산타모니카 호를 타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제주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배인 산타모니카 호는 진도에서 1시간 30분 안에 제주도로 갈 수 있다.
구름의 형태가 물의 파장과 같은 형태라고 해야하나 참 예뻤다.
안전한 건 알지만 나는 이런 승선용 계단이 늘 무섭다. 비행기도 그렇고 배도 그렇고. 못 미더워서 라기보다 내가 무거워서.
배 위에 올라타 바라보는 진도항은 참 아름다웠다. 진도 옆의 수많은 섬들 모두 백패킹하기 참 좋아보였다.
시속 70km로 달리는 쾌속정 산타모니카 호는 참 안 이쁘게도 생겼다.
승선은 제법 널널하게 이루어졌다. 이 배를 통해 제주도로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듯 했다.
내부에는 쌩뚱맞게도 파리바게트가 있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배인데 자리를 제법 차지하며 배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빵의 종류는 많지 않았다. 완제품으로만 파는 빵들만 가져다 놓은 듯 하다.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는게 어디야. 홀린듯 사먹었다.
여기는 이코노미 석.
여기는 비지니스 석이다.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비지니스로 자리를 골랐다. 비행기로 못 타는 비지니스 석, 배로는 타봐야지 라는 마음이랄까.
두근두근.. 배는 처음 타본다. 멀미하려나??
멀미는 개뿔.
창 밖으로 보는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한시간 반동안 계속 바다만 보는 중.. 좀 지긋맨..
배가 멈추고
자전거를 꺼내서 배의 문이 열리기만 기다린다. 드디어.. 제주..
도착했다.

제주도는 촬영 때문에 몇 번 온 적이 있었지만 여행으로 오는 건 처음이었다. 남들은 밥 먹듯이 자주 가는 제주도인데 참 희한한 일이다. 38살이나 먹어 놓고 말이다. 그렇다고 여행을 자주 안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도 비행기까지 타고 어딜 가는 거라면 일본을 가지 굳이 제주도를 가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와이프의 전기 자전거, 저 안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짐들이 실려있다.

핸들 페니어 2개, 리어 페니어 4개, 그리고 텐트 가방, 카메라 가방을 자전거에 주렁주렁 달았다.

짐 목록은 아래와 같다.

텐트, 타프, 타프 폴 2개, 비치 체어 2개, 테이블 원, 니모 오라 자충 매트 2개, 침낭 2개, 야앤 레기 버너 1개, 소형 버너 1개, 코펠 세트, 그릇 2개, led 램프 3개, 돔 페리뇽 1병, 4일 치 옷과 속옷, 세면도구, 스피커, 자전거 배터리 1개, 자전거 배터리 충전기, 쿨러백, 카메라 2개, 아이패드, 렌즈 3개 등등.. 백패킹 해보겠다고 정말 바리바리 챙겨 왔다. 하지만 제주도 여행 내내 태풍과 비 소식 때문에 정말이지 속이 타들어갔다.

백패킹이고 뭐고 그냥 다 놓고 올까 하다가 제주도 날씨는 틀릴 확률이 더 크다는 말만 믿고 싸그리 챙겨 왔다.

제주항 안녕.

우리는 제주도항에서 바로 숙소로 향했다. 한경면에 있는 숙소였다. 총 47km의 거리, 3시간 17분이 걸린다고 네비는 알려주고 있었지만 사실 이래저래 헤매고 여기저기 들르고 하는 거 생각하면 50km는 넘고 4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을 것이다.

해안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렸는데 너무 경치도 좋고 바람도 시원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제주도의 바다를 바로 오른쪽에 두고 달려가는 기분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전달이 안될 것 같아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제주도에는 해녀 석상이 참 많다. 진짜 해녀가 더 많을까 해녀 석상이 더 많을까? 궁금하다.
새파란 바다와 하늘을 옆에 두고 내내 달렸다.
주택과 도로 사이에 바다가 보인다. 서울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우린 바로 엄마 해장국이란 곳에서 밥을 먹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자매국수가 사람이 너무 많아 대기 시간이 1시간 반이 걸린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는 전복 스지 해장국이란 것을 시켜 먹었다. 이름은 거창한데 맛은 그냥 그랬다. 맛이 없다기보다.. 그냥 그랬다. 엄마 해장국이란 이름이었기에 크게 기대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못하시기 때문에 “이 정도면 울 엄마보다 훨씬 낫잖아!”라는 마음으로 먹을 수 있다.

전복 스지 해장국에는 살아 움직이는 전복이 뜨거워서 온 몸을 비틀고 있다. 굉장한 생명 경시 음식이다. 꽤나 미안해진다. 이럴 줄 모르고 시켰지. 나는.
이렇게 된거 편하게 가라고 빠르게 국을 뒤집어 버린다. 안에는 스지가 꽤나 들어 있구요. 뭐 나쁘지 않다!
가는 길에 아름다운 풍경이 보여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다. 좀 덜 더웠으면 앉아서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다 왔음 좋았을텐대 아쉬웠다.
저러고 다녔던 와이프는 뜨거운 햇빛에 다리가 다 익어서 화상을 입고야 말았다. 물론 나는 팔, 다리, 목까지 화상을 입었지만..
예쁜 꽃이 종종 도로 옆에 피어 있었다. 이름은 칸나라고 한다. 칸나 새끼..
요즘 들어 하늘이 좋다. 우리 와이프는 빈 하늘은 뭐하러 찍느냐고 묻지만.
이런 풍경을 내내 바라보며 자전거로 달려가는 기분, 안 해보면 모른다. 자동차 안에서 보는거랑은 아주 많이 다르다.
제주도 곳곳에 이렇게 바다를 넋 놓고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 있었다. 왜 일 하러 왔을 땐 이런게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걸까?
와이프는 이런 건 도대체 왜 찍는 거냐고 묻는다. 하늘과 그림자 정도면 찍기에 충분한 피사체 아닐까?
볼트몬스터 전기 자전거, 15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150kg까지는 아니어도 나와 짐까지 합쳐서 125kg 정도까지는 오르막도 올라간다. 물론 짐의 무게는 비밀.
와이프는 굳이 전용 사진기도 건내줬는데 계속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찍는다. 화난다.
용연 흔들 다리에서 바라 본 쇠소깍,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은 참 좋겠다. 이런 풍경도 매일 보면 그냥 덤덤한 일상이 되어버리는 걸까?
거긴 어때여?
다음엔 카약도 타보는 걸로!
너무 더워서 커피숍에 갔다.
내부는 평범, 커피 맛은 더욱 평범.
바깥은 정말 안 평범, 뭐지 이 비일상적인 풍경은.
금강호
금강호 옆에는 영어 간판이.
푸르고 맑은 하늘을 이렇게 불길해 보이게 찍는 것도 재주.
그것이 나의 몇 없는 재주.
여러분들은 그런 저의 몇 없는 재주를 보고 계십니다.
이호태우 해변, 좀 앉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물놀이를 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바로 패스!
숙소에 가기 전에 와인 한병으론 안되지 않을까 싶어. 지나가던 길에 와인샵이 있어서 와인 한병을 사가기로 한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녀석들 다수 발견.
첫 숙소는 생각 이상으로 좋군요.
바깥 풍경이 끝내줍니다.
넓고. 풍경 좋고. 인테리어 좋고. 자쿠지 있고. 뭐 그럼 됐지.
왠지 이뻐서
넓다 넓어. 황송할 정도로 넓어.
저 식탁은 좀 많이 불편..
공사장 보이는 거 좀 불편. 와이프 왈 저런 공사하는 풍경 때문에 100만원은 했을 법한 숙소가 50만원 받는 것일거라 말했다. 나는 와이프에게 정신 승리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귀환, 지헌, 정병 동생들이 원기옥처럼 모아 생일 선물로 사준 돔페리뇽을 따보았다. 2009년산, 세준이가 초등학교 가면 따려했건만 결국 여기서 따고 말았다. 아주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풀때기쓰
창 밖으로는 이런 풍경이!!
나무도 보인다!! 끙챠!!

숙소에서 쉬다 제주도에 왔는데 제주도 흑돼지도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별돈별이라는 곳에 갔다. 딱 봐도 인스타 감성 맛집 스타일이라 왠지 가기 싫었지만 근처에 여기뿐이라 어쩔 수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분위기.
제주도는 보통 한근부터 5-6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시작해서 삼겹살을 팔고 있었다. 2명이서 가도 한근은 무조건 먹으라는 소리인 건가.. 좀 관광지라 바가지 씌우는 것 같은 느낌..
확실히 고기가 좋아 보인다.
친절하게 구워주지만 잘 태워먹는 편
오 꽤나 맛있다. 바가지 좀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정도 맛이라면.
김치 찌개가 갑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김치 찌개
죽을때까지 매일 봐도 질리지 않을 만한 것은 해질녘 노을 뿐이라던가
노을을 바라보며 또 마냥 달렸다.
새끼 손톱 같은 달이 새침하게 떠있다. 해가 모두 지지도 않았는데도.

첫날이 지나고 다음날 일찍부터 또다시 자전거로 이동했다. 태풍이 경로를 틀었지만 비 소식이 있어서 제주도 한 바퀴 도는 건 포기하고 다시 애월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여행은 여기서부터 아주 크게 꼬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햇빛이 너무 쌔서 11시부터 3시까지는 자전거 라이딩을 포기해야 했다. 왜냐하면 전날에 이미 피부가 다 타버려서 온 몸이 쓰라린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풍경
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은 살면서 뜨문뜨문 생각나는 법이다.
음 굳이 카페에서 콜라라..
남들 다 간다는 리치 망고
대기표에는 손예진이라고 써있다. 손예진 고객님, 배용준 고객님하고 대기표에 적힌 연예인 이름을 부르면 받아오는 시스템, 브런치에 이런 말 쓰고 싶지 않은데 개 오글거리고 유치하다.
뭐랄까, 공짜로 주면 먹겠지만 두번 다시 돈주고 사먹을 맛은 아닌 걸로.
제주도는 아름다운 풍경에는 꼭 이렇게 해녀상을 두는 편이다. 으흠~!
멋있긴 하다. 콧노래가 흘러나오는 풍경.
유명하다는 이춘옥 원조 고등어 쌈밥
미친 개꿀맛 완전 존맛탱, 완전 취향 저격!! 세끼 연속 섭취 가능.
와이프가 주변 카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와이프는 전국 팔도 카페 맛집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다. 징글 징글.
옛날 한옥 돌담집을 개조한 느낌이다. 힙스터가 드글거릴 것 깉은 첫인상. 그리고 첫인상은 기가 막히게 들어 맞았다.
안에 들어가서 보는 풍경은 제주 그 자체.
실내가 이렇게 어둡지 않은데 내 카메라는 정말 암부에 자비가 없다.
이렇게 마당 구역도 있다. 다만 저기서 커피를 마시려면 화상 정도는 아랑곳 않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천장은 좀 느낌있는 편
다 똑같이 생긴 커피 사진은 뭐하러 찍는 걸까. 커피 맛집이라곤 하지만 그닥.. 잘 모르겠다.. 맛없는 편이 아닌 걸 맛집이라고 하나 요즘은.. 그냥 인테리어가 좀 별난 정도.
내부는 대충 이렇다. 의자가 거의 “손님 10분 이상 앉아있지 마세요.” 수준의 미친듯 불편한 의자. 무례한 수준의 불편함이다. 카페 맛집이란 것들 하는 꼬라지가 이렇다. 어휴.

솔직히 아무리 여행이 좋아도 아닌 건 아닌지라 솔직하게 적어 보기로 했다. 제주도는 관광지이다 보니 각종 네이버 리뷰나 블로그 정보, 평점 같은 것들이 허위성 정보들이 많은 편이었다. (광고비를 엄청나게 써대는 듯하다.) 바가지요금도 살벌하고 말이다. 관광지까지 제 발로 왔으니 남들처럼 둥글게 둥글게 지내다 가봐야지 싶으면서도 화가 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나라도 좀 제대로 된 정보를 적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물론 세상 맛있는 건 다 서울로 몰리는 법이고 그렇기에 서울의 기준에서 판단하면 무리가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한참 미달인 곳이 맛집이랍시고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 채로 영업 중인 곳이 너무 많았다.

관광지가 어딜 가든 다 그렇고 그런 법일 테고 서울만 하더라도 외국인들 많이 가는 음식점은 제주도랑 다를 바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 빈도수가 좀 더 높은 편이랄까?

누군가는 관광지에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두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17만원 짜리였는데 불쾌할 정도로 엉망이다. 물도 없고 수영장은 이끼 투성이라 절대 이용 불가.. 정말 별로다.
사진으로는 그럴싸 해보여서 킹받는다.
문제의 수영장. 장난하자는건지 뭔지. 관광지 주민들은 서울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것 같다. 그냥 쿨하게 넘어가주는 건대.
자전거 배터리를 충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정말 큰일난다.
저녁을 먹으러 다시 해변도로를 달려본다.
사이 카레라는 곳을 가보았다. 여기도 맛집이라길레. 네이버가..
풍경은 정말 끝내주는 편
실내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열심히 꾸민 듯.
한정판 콜라를 열심히 진열해두었다. 뭐하러..?
카레의 맛을 평가하자면.. 서울에 차렸으면 큰일났을 맛.. 솔루션이 필요한 맛..
숙소에서 야식으로 고등어회와 도미회를 시켜 먹었다. SoSo.

카레 먹고 회 먹고 2일 차가 끝났다. 2일 차는 완전히 망했다.. 심지어 비도 오지 않았고…

다음날 우리는 한림 비양도로 백패킹을 하러 가기로 했지만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천년호는 다음날 배가 없다고 해서 포기하고 성산 일출봉으로 가서 우도 비양도로 가기로 했다. 하아..

한림항에 또 자전거를 끌고 왔는데 다음날 돌아오는 배가 운행 안한다는 건 또 뭔소리..
다음엔 좀 미리 알아보고 와야겠다!
시장도 있네.
옥만이네 해물갈비찜. 최악의 음식점, 내 입이 더러워질 것 같아서 말을 아끼련다. 각 잡고 뱉기 시작하면 이쪽에서 고소가 들어올 정도로 말이 막 나갈 것 같다.
사장님이 군대 주방장 출신이라 맛이 없으면 군대로 재입대한다고 하시는데 말뚝 박으셔야 할 것 같다. 진심. 최악!!
이렇게 된거 콜밴을 불러서 간다. 자전거를 2대를 실어날라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성산 일출봉으로 갔다. 제주도는 몇번 일 때문에 왔었는데 성산 일출봉은 처음이었다. 기가 막히게 멋져서 탄성이 나오는 풍경이다.
파도가 꽤나 거세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우리 와이프 분.

처음 본 성산 일출봉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이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는 게 굉장히 생경한 느낌이랄까 사실 성산 일출봉 주변으로 도심이 생겨난 것이겠지만..

또 그놈의 맛집이라고들 해서 왔다. “금돗”

밥은 먹어야 하기에 또 흑돼지 삼겹을 먹으러 왔다. 금돗이란 고깃집이었는데 여긴 정말 맛있었다. 서울 어느 삼겹살 집보다 맛있는 느낌.

여긴 그래도 400g 단위로도 판다. 캬 양심적!!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다 고기를 구워주는 편. 여긴 참 고기도 잘 굽는다. 이래서 제주도 흑돼지 타령들을 하는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맛.
계란찜은 세트 메뉴 중 하나.
김치찌개도 세트 메뉴중 하나, 때깔이 맛 없는 김치찌개의 때깔인데 맛이기가 막히다. 어째서지.
반찬은 무척 단촐한 편. 오히려 손이 안가는 반찬들 수도 없이 내주는 것보다 낫다.
고기도 먹었으니 광치기 해변으로 달려가본다.
여긴 또 여기대로 풍경이 색다르다.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적당한 곳을 찾아 햇볕을 피하기 위해 타프를 설치했다. 타프 치자마자 구름 때문에 햇볕 약해진건 안 비밀
비치 체어와 테이블원을 밀리터리로 깔맞춤 해보았다.
타프 뒤로는 이런 모습, 벌레가 4만 마리 이상 서식할 기세.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며 멍을 때린다. 너무 아름다워서 말문이 막힌다. 이 풍경도 매일 보면 그저 그런 일상의 하나가 될까? 궁금하다.
녹차 파우더를 뿌린 브라우니 같다. 올라갔다가 미끄러져서 내가 세상 하직하든 400만원 짜리 카메라를 아작내든 둘 중 하나는 할 뻔했다.
데이지 체인에는 뭔가 또 주렁주렁.
이런게 캠핑의 매력.
요즘 마약 배게라던지 마약이란 단어를 붙여대면 안된다고 한다. 음악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란 표현은 이제 쓰면 안될 것 같다. 음악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보약.
보약 들으며 풍경을 본다. 아름답고.
아름답다.
벌레 4만 마리와 우리 와이프.
수영복을 챙겨왔으면 좋았을텐대 아쉽다.
다음에 또 오자 꼭.
발만 담궈봤다. 나는 바닷물에 몸을 담구는 체질은 아닌 걸로.
와이프를 찾아라.

저녁을 먹으러 왔다. 종달리엔 이란 음식점이다.

종달리에 있어서 종달리엔 이란다. 그럴싸한데?

이번에도 큰 기대가 없이 갔지만 여기 대박이다! 아주 맛있었다. 너무 기대감이 없이 가서 카메라조차 안 챙겨가 아이폰으로 찍게 된 건 좀 유감스럽다.

가게 외관도 귀엽다. 일본 느낌.
문패도 깔끔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원래 집이었던 곳을 개조한 듯한 느낌이다.
조명도 이쁘다. 빈티지한 느낌.
이렇게 찍어놓으니 일본 여행 갔다 왔다고 해도 될 법.
흑돼지 튀김, 간장 소스와 곁들여 먹는다. 큼직하게 썬 고기를 뭉쳐 튀겨내놓았다. 맛있다.
처음 먹어보는 달고기 튀김, 생선 튀김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주 담백하고 감칠맛이 훌륭하다.
오징어 고추장 무침, 아는 그 맛. 얘만 간장 베이스가 아닌지 느끼함을 해소 해준다. 어울리는 조합.
오뎅 3개도 준다. 얘네는 걍 오뎅
아기자기 귀엽다. 술이나 음료를 꼭 1인 1잔 시키라는 건 좀 치사하지만 맛있으니 넘어가기로 한다.
서울이나 제주나 덧없는 감성적인 멘트가 술집에 써져 있는 건 매한가지다. 그만들 좀 했으면.

우도도 한 바퀴 둘러보고 대망의 비양도 백패킹을 하기 위해 우도로 가는 배를 탔다. 드디어 나도 비양도 백패킹을 해보는 것인가.. 설렌다. 두근거린다.

이 날을 위해 산 전기 자전거와 백패킹 용품들을 그리도 구매했다 아닙니까!! 이제 빛을 발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태풍이 오네 마네 폭우가 쏟아지네 마네 마음고생 많이 했는데 결국 태풍도 피해 가고 비 소식도 사라져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고.

대합실은 이글루 모양
성산 일출봉 안녕
오늘도 하늘이 이쁘다.
우도랜드 배에 탔다. 두근두근. 15분이면 간다고 한다.
사람이 꽤나 많이들 타는 편
우도가 보인다.
순식간에 이동 끝. 정말 짤 없이 15분 걸린다.
해안도로 안 쪽은 다 돌담이 쌓여있다. 언제 이걸 다 쌓았을까 대단해. 근데 이 돌담은 구역을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잘 모르겠다.
우도 주민들은 안 쪽에 들어가 봤자 볼 것 하나 없다고 말했지만 육지 잡것들에게는 생경하고 각별한 풍경.
바다랑 하늘은 질릴 법도 한데 여전히 좋고.
검멀레 석벽, 보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내 나이 38살 이런 걸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니. 참 인생 헛살았다. 내 주변 사람들도 이런걸 자기들끼리만 보고 추천도 안 했다니.
요리 봐도 멋있고.
저리 봐도 멋있다.
이런 풍경은 보트를 타고 감상해야 하는 법. 하지만 검멀레 해변쪽 보트보다 우도 올레보트가 코스가 더 좋다고 하니 그 쪽으로 가보는 걸로.
우도는 넓지 않아서 자전거로 40-50분이면 한바퀴를 돈다. 이날 3-4시간 동안 두세바퀴는 돈 듯 하다.
밥을 먹으러 섬소나이로 갔다. 가고 싶었던 다른 곳들은 다 영업을 하지 않아서 그냥 아무데나 들어갔다.
나쁘지 않다. 좋지도 않고. 감흥 제로.
주인 잘못 만나 미친듯이 고생중.. 캠핑짐에 100kg짜리 주인까지 태우고 다닐 줄 몰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 달린다.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이란 것을 먹어보기 위해 우도 블랑로쉐에 가보았다.
가을에는 여기 앉아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지금같은 폭염에는 30분만 앉아있어도 응급실행.
별관으로 들어가자. 사람이 별로 없다.
본관은 북적한데 여기는 이렇게나 한산한 편.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은 음 그냥 땅콩 아이스크림이다. 그렇다. 더이상 미사여구를 붙일 여지가 없다.
그래도 카페 내부는 괜찮은 편.
인생은 돌고 돌아 검멀레.
우도 아이스크림의 원조는 지미스라고 해서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본다.
한라봉 아이스크림. 이 친구에 대해서도 하고픈 말이 없다.
자전거 배터리도 아낄 겸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댕겨보기로 한다. 3시간 3만원, 참 돈 벌기 쉽다.
뭐랄까.. 할말 없다. 감흥 제로.
우도 올레 보트, 고양이 선장님과 함께 달려보기로 한다.
와, 살다 살다 이런걸 다 타보네. 예전에는 누가 이런걸 타는 걸까 궁금했는데. 겁이 많은 와이프는 한참 안 탄다고 하다 설득에 넘어와 결국 같이 탑승.
멀리서 다른 무리들이 달려 온다. 까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일인당 2만원의 가격, 하지만 절대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우도 여행와서 이거 안타본 사람들은 우도 괜히 온거나 다름 없다. 최고다. 정말 짜릿하고 스릴 넘친다. 풍경도 멋지다.
캬… 이렇게 멋지나니..
사진에는 담기지 않지만 미친듯한 스피드!! 보트 사장님 입담은 덤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아재개그지만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게 돋은 건지 웃기다.
용머리 바위라는데 좀 억지다.
드뎌 비양도로 입성.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20분안에 피칭 완료. 이 정도 미니멀 캠핑이면 육수 한방울 나올쯤 피칭이 끝난다.
피칭이 끝날 때쯤 골든 타임이라 사진이 기가 막히게 찍히기 시작했다. 볕도 너무 좋고.
단촐한 살림 살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황금 자리에 너무 보기 좋게 피칭했다.
골든 타임에는 돌조차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법
오늘의 선곡은 마일즈 데이비스, 역시 좋다.
타프 누가 보면 색종이 접어 놓은 줄 알겠네.
접히는 주전자와 코펠, 컵과 식기의 시대에 살고 있슴다.
천국에 있는 것 같은 기분. 근데 너무 더워서 아 여긴 이승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게 됨.
하지만 사진으로만 보면 마냥 멋진 곳
여태 스노우피크 팩해머를 사용해왔는데 후회한다. MSR 제이 스테이크 해머, 이게 짱이다. 가볍고 가볍고 가벼운데 잘 박힌다. 신기하다.
비행기가 지나갔나봉가
비양도 안에는 건물이 두 채가 있다.
요것과
요것. 좀 삭막하게 생겼다. 이 두 건물만 없었어도 비양도는 정말 예뻤을텐대.
뒤로는 이런 풍경이
자전거는 주차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비행기 한번 요란하게 지나갔다.
해가 더 눕고 진짜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아련하다. 아련해.
이렇게 아련할 일인가. 이러다 진짜 천국 가겠다.
개 똥꾸녕도 아련하다.
이 녀석, 백패커들한테 음식 좀 뺏어먹은 경력이 상당한 친구 같다. 뭐 음식 좀 먹으려고 하면 냄새을 맡고 저 멀리서 헤엄쳐서 달려온다.
밤이 되면 랜턴을 켜야지. 자충 매트는 니모 오라. 진짜 편하다.
이렇게.
전등을 너무 소심하게 안 밝은 친구들로만 챙겼다. 아무래도 무게 땜시 어쩔 수 없다.
진짜 온몸이 끈적거리고 찝찝해서 온수 샤워가 된다기에 찾아가봤다. 귀신 나올 것 같은 샤워실이 1인당 요금 5000원.. 당연히 수건이나 샴푸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좋았다..

우도 비양도에서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제주항 쪽으로 향했다. 아침을 먹으러 올래 국수를 갔다. 제주도에 일하러 왔을 때도 매번 들렀던 그곳. 솔직히 제주도에 진짜 맛집은 올래 국수 아닐까 싶다. 내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50분 줄을 섰다. 뭐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단일 메뉴 고기 국수, 자태가 뽀얗고 아름답다. 뭐 다들 한번쯤 제주는 가봤을테고 제주도에 갔으면 올래국수는 먹어봤을테니 굳이 맛평가는 하지 않겠다. 최고!
나에게 비양도 백패킹이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면 와이프의 목표는 카페 템플에 가는 것.. 카페 템플까지 가는 길은 꽤나 험난했다. 또 하필이면 제일 더운 날이었기에..
솔직히 외관도 이쁘긴 하다.
실내 인테리어는 그냥 그렇다.
커피는 인정, 진짜 맛있긴 했다. 그 험한 길을 9km를 12시 땡볕에 40분을 달려서 왔던 게 조금은 이해도 되는 맛이랄까.. 아주 좋다.
제주항으로 돌아왔다. 이제 서울로 가자.
두시간 만에 진도항 도착.. 이제 집에 가자!!
안녕 제주야!! 안녕 진도항!!
아마 십년 동안은 두번다시 찾아올 일 없을 것 같아. 잘 지내!!

이렇게 나의 제주 기행이 끝이 났다.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여행이었다.

나의 어이없을 정도로 긴 글을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즐거운 휴가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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