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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Aug 14. 2022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기분이 들 때

나도 인간인지라

1. 그저께 술자리에서 나보다 젊은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잘 모르는 다수와의 술자리는 나를 조금 외롭게 만든다. 그게 싫으면 피하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겠지만 되려 내가 만든 술자리였다.


2. 나는 가까운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고만 싶다. 그 가까운 사람을 붙잡고 울고 불며 “당신은(너는) 날 조금은 알잖아. 나는 고통받고 있어. 작고 언젠가 스쳐 지나갈 고민을 태산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어.”라고 하소연하고 싶다.

내게 그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남편이고, 아빠고, 대표고, 아들이고, 선생이며 감독이기 때문이다.

내게 그런 건 좀처럼 허락이 되질 않는다. 별 것도 아닌 인간이 참 많이도 짊어지고 말았다. 가찮게도.


3. 한 친구가 내게 “브런치는 이제 더 이상 쓰지 않으시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영화 각본을 쓰느라 쓸 시간이 없어서.”라고 거짓말을 했다. 영화 각본을 쓴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난 요새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게 되려 정답이었을 텐데..


4.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 내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분위기가 되며 공간의 분위기가 서서히 얼어붙어감이 느껴져 요새는 꽤나 속상하다. 나는 타의로 어려운 사람이 되어 간다. 점점. 나는  기운이 느껴질 때엔 냉큼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5. 좋아하던 직원 친구가 퇴사를 한다. 곁을 2년이나 지켜준 내 곁에 계속 있어줄 것만 같은 친구였는데 퇴사를 한다고 한다. 나는 직원이 입사하면 “안 맞아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조금이라도 처우가 나은 회사가 있다면 괜히 미안한 마음 같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이직을 해라.”라고 말을 해주는 편이다. 왜냐면 한창때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만두는 그 친구의 앞날이 늘 창창하기만 바라는 내 마음을 들여다볼 때 “그 친구는 참 나와 함께 열심히도 일해주었고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친구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너의 앞 날이 밝게 빛나길.


6. 자려고 눈을 감으면 수도 없이 많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 가까웠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내게 실망해서 멀어진 사람, 내가 싫어져서 멀어진 사람, 내게 얻어낼게 더 이상 없어서 멀어진 사람,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람, 이젠 더 이상 나눌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멀어진 사람, 같이 있기 버거워 멀어진 사람 등등.. 아직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잘 못 챙기면서 왜 그들을 그리워할까. 막상 그 사람들이 다 내게 돌아와도 정작 바쁘다고 챙겨주지도 못할 거면서..


7. 내겐 종종 “나는 당신의 둘도 없이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을 건네고 싶은 사람이 몇 명쯤 있다.

문제는 내가 그런 말을 좀 채 꺼내지 못하는 성향을 갖고 태어났다는 점, 가정과 회사일 때문에 그 정도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 이 두 가지가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도 없이 가까운 친구까진 무리라 해도 흔한 남들만큼 쉽게 멀어지진 말아주세요. 나이가 들 수록 버거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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