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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Dec 13. 2023

내 이력서 제대로 본 거 맞아?

일상 19



... 라고 오늘 한 15번은 소리질렀다. 아, 상대가 없는 분노.


솔직히 말한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려 한 달 반이나 걸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내 손에 쥐어져 있는데도 이걸 어떻게 해야 심플하고 구조적이며 설득력 있게 내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하는 중에 또 나는 이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 나의 문제해결 능력 중 하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는 기본, 하나부터 열까지, A부터 Z까지 정돈 된 문서화 작업을 해야 하는 삶인 PM의 포트폴리오가 지리하게 보일 정도로 지저분하면 그 쪽에서도 별로 뽑고싶지 않을 것 같거든. 아마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고 이 녀석은 뭔데 이런 이력서를 제출했냐며 인사 담당자가 코웃음을 쳤을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지, 1분만에 확인하자마자 떨어뜨리는 게 어딨냐......................


결론. 요새 내 마음은 참 알 수 없는 얼레벌레 상태인 것 같다. 조금만 더 침착하게 시간을 들여 준비하면 좋을텐데. 원래 내 플랜은 딱 내년 3월쯤 취업을 하는 게 목표였다. 그 전까지는 내가 듣고 싶은 수업 다 들어보고, 배울 거 다 배워보고, 마음을 좀 먹고 시작하는 게 계획이었다. 그 플랜을 세우는 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래도 돈을 빨리 벌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내 계획을 앞지르려고 해. 집에 있기 싫어질 때마다 이러는 것 같다. 꼭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지 못 하는 것처럼. 이젠 지치는 상황이 오면 애인의 집으로 가있으면 되고, 면목 없지만 모든 지출이 전부 애인 카드로 나가서 돈 쓸 것도 없어졌는데... (사실 이게 제일 미안하긴 하지만...) 9월부터 12월까지 근 3개월간 참아왔던 생각들이 자꾸만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다.


이마를 탁 치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하다가 일기라도 적어야 할 것 같아 브런치를 켰는데 정보가 머리에 들어올 때마다 눈 앞이 빙빙 돈다. 내일 그가 월차를 쓴다고 했으니 아침 일찍 얼굴을 보러 가서 꾹 안겼다가 오면 마음이 조금 나아질까 싶다가도, 혼자서 좀 머리를 비울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가도. 주변 지인들이 내가 다시 부트캠프에 들어가는 걸 바짓가랑이 찢어져라 말리고 있는 걸 보면 나만 혼자 불안하고 그들 눈에는 난 괜찮은 모양이고. 마음을 너무 급하게 먹지 말라는 말들이 가슴 깊이 머무른 채로 자꾸만 심장을 쿡쿡 찌른다.


내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고 나면, 이 일기들을 다시 열어봤을 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그 때는 그랬지,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았지, 하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시간이. 하. 기운 빼지 말고 포폴 정리를 어떻게 할 지 좀 생각이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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