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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Feb 14. 2024

나의 글쓰기 본질

본질


나의 글쓰기의 본질은 성찰과 표현이다. 내가 생각할 때 그렇다. 모든 사물이나 행위가 내포하고 있는 그 자체의 성질 그게 본질 아니던가. 사람에 따라 글쓰기의 본질을 얼마든지 다르게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러므로 내가 생각할 때 ‘성찰’과 ‘표현’이라고 본 것이다. 내 글쓰기는 성찰에서 시작되었고, 성찰함으로써 알게 된 것을 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 표현은 바로 나의 존재 확인이기도 하다. 그 문제, 사건, 상황, 느낌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그 사람이 바로 나라는 확인 말이다. 


나는 어떤 소재가 되었든 그것을 나와 관련시키면서 글쓰기를 시작한다. ‘물’이라는 소재가 있다면 그 물의 본질을 먼저 떠올리고 그 본질과 맞닿아 있는 경험이나 느낌, 생각 등을 연관 지어본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경험을 소환하거나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헤집어 보기도 한다. 그것들을 나와 관련지어 깊이 들여다보며 자세히 살피기도 한다. 그게 바로 성찰이다. 글을 쓰려는 대상을 관찰함으로써 정확한 이해를 하게 된다. 그 대상이 작가 본인이 경험한 어떤 것이라도. 그러면서 깨닫게 되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글로 표현한다. 


표현할 때 문장을 비교적 간결하게 쓴다. 길면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글은 작가와 독자의 소통 통로이다. 작가의 의도가 독자에게 잘 전달되어야 한다. 아무리 문장이 아름답더라도 의도가 바르게 전달되지 않으면 오류가 발생한 글이다. 그건 제대로 쓰인 글이 아니다. 작가와 독자의 소통에 문제가 생긴 글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오류는 생길 수밖에 없다. 완전하게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독자는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주제를 읽어내는 데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문학작품인 경우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의미의 확장을 기대하는 특성이 있다. 실용적인 글인 경우엔 조금 다른 면이 있지만. 간결한 문장으로 어법에 맞게 쓰면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내가 현학적이거나 관념적인 문장을 잘 쓰지 않는 건 바로 그 이유이다. 쉽게 잘 읽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것도. 


성찰하는 과정에서 조금씩이나마 진보하지 않을까.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지금도 이렇게 어리석기 그지없는데,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엄벙덤벙 살았다면, 더 형편없는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 다른 이들은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본래 사람은 다양한 형질로 태어나므로 누구를 원망할 필요 없다. 깨우치는데 부족함이 있지만 그래도 배우는 자가 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것이라도 갖고 있는 게 천만다행이다.


나는 글쓰기도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다. 태어나면서 잘 쓰는 사람은 아니기에, 배워서라도 잘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으며, 적어도 꾸준히 배우고 익혀 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글은 언제나 나로부터 시작하고, 성찰을 통해 문장으로 표현되는데, 그러한 나의 바람을 내포하고 있다. 시나 소설이나 수필이나 모두 ‘나’와 닿아 있어 때론 발가벗겨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모든 작가가 다 그럴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래서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하는 걸까. 


본질적으로 나의 글쓰기는 이렇듯 성찰과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물과 행위에 본질이 있다. ‘나’를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 글쓰기를 행할 때, 내가 경계하는 것은 미문의식과 명문의식이다. 무엇보다 글이 독자의 마음에 가 닿아야 한다. 아름다운 문장이나 명문장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관념적이고 현학적이며 미사여구만 나열하는 식의 글이 되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독자의 마음에 가 닿지 않으면 공감과 감동이 없다. 나는 글이 작가와 독자의 소통 통로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미문의식과 명문의식을 버리고 쓴다. 


어떤 일에든 본질에 충실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도 그랬다. ‘나’의 역할 그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누군들 그렇지 않으랴. 지난한 삶의 골짜기를 건너고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흔들리고 비틀거린 적 있다. 눈물을 흘리고, 참고, 닦으며, 노력했다. 본질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아마 더 비틀거리다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글쓰기도 내가 정한 본질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으리라. 흔들려 갈등이 있을지라도 글쓰기를 아예 작파하는 일이 없으리라. 내가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밥 먹듯이 글 쓰는 것이다. 나를 성찰하고 표현하는 일이므로 할 수 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바로 나다. 그것이 어렵다면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글쓰기는 ‘나’로부터 시작되었다.


더 나아가 모든 글의 대상이 되는 세상과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깊이 있으며 정확하게 이해하는 행위만 있다면, 글쓰기 소재와 주제는 고갈되지 않으리라. 내 글쓰기 본질 ‘성찰’과 ‘표현’에, 글의 대상을 ‘나’에서 ‘세상 모든 것’으로 확장하면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글감이 충만하리라. 본질에 충실한 글을 쓰려 노력하고 대상의 확장을 꿈꾸며,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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