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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내리며 송구한 마음으로

by 최명숙


분이 이야기를 서사의 중심으로 한 장편소설을 내립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해요.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을 게 뻔하니까요. 지금과 다른 옛날의 유물 같은 이야기가 공감 얻긴 힘들 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갈수록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분이라는 인물에 대해 애정이 있어 그녀의 삶을 조명하고 싶었고, 현실에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을 댔고 써보았습니다.


거의 5년 전쯤에 탈고한 작품입니다. 쓰면서 많이 울었고 애달았고 슬펐습니다. 분이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분이는 저의 할머니입니다. 할머니가 늘 그러셨어요. 내 이야기를 누가 책으로 쓰면 열 권도 넘을 거라고요. 그때 한 가지씩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플롯 짜고 가공하여 장편으로 만든 거였어요. 글 쓰는 손녀가 해드릴 게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쓴 건데, 게시하면서 망설이긴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지금 시대에 또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거였어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써온 소재이기도 하니까요.


며칠 나누어 발행하면서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지금은 재밌고 기발하고 신선한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을요. 그래서 지금까지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송구하지만 그만 멈추고 쓴 이야기를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많이 송구합니다.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뵈어요. 지금까지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렇다고 이 장편이 폐기되는 건 아닙니다. 이미 써 놓은 것이기에 더 다듬고 보완해서 언젠가는 출간할 예정이에요. 작가님들 모두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댓글과 공감으로 응원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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