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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l 31. 2024

고양이의 교미

[연재] 110. 이혼 86일 차

110. 이혼 86일 차      


    

고양이의 교미     


2014년 5월 25일 일요일 흐리고 오후에 비      


  고양이는 발정기가 따로 없다. 

  고양이는 수컷이 암컷 등 뒤로 올라타 성기를 암컷의 성기에 삽입하며 발정한다. 수컷 고양이는 암컷 고양이의 목덜미를 물고 등위에 올라타고 후배위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암컷의 척추를 기준으로 성기를 찾아 끊임없이 엉덩이를 들썩인다. 이때, 암컷 고양이는 허리를 쭉 늘어뜨려 이물질이 성기 주변에 못 오도록 한다. 하지만 결국 수컷의 성기는 암컷의 성기를 찾아내고 삽입하려는 순간 “커-엉!”하는 암컷의 비명이 터져 나온다. 교미가 끝난 것이다. 수컷 고양이의 성기는 가시 같은 돌기가 있어 암컷의 성기에 상처를 낸다. 그 때문에 교미하는 순간 암컷 고양이는 비명을 지르고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다. 이것은 암컷 생식기 상처가 아무는 동안 다른 수컷과 교미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자도 성기가 ‘상처 났다’라며 아파했다. 그의 성기가 수컷 고양이처럼 돌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과격한 마찰이 부드러운 질의 점막에 상처 낸 것이다. 그러니 첫 번째 성교는 즐거웠으나 새벽의 두 번째 성교는 피하고 싶은 이유였다. 그래도 결국 삽입하긴 한다. 섹스하면서 그가 고양이의 교미를 생각했다.      

  외로움이 지친 그는 비움과 원망의 대상인 여자와 섹스가 끝나자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적과 동침’이며 평온한 휴식이었다.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났다. 여자가 “당신 정말 잘 자더라. 밥은 있는 밥에 먹을까? 나가서 설렁탕이나 먹을까?”라고 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집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처럼 잔뜩 찌푸린 표정이었다. 설렁탕집은 김치가 맛이 있어서 오는데, 오늘의 김치는 절임을 하지 않아 많이 별로였다.      

  “ㅁㅎ가 애들을 사립학교 보내느라 돈이 많이 드나 봐. 5천 정도 해 달라고 했는데 내가 지금은 없다고 했어.”     


  그가 사용하는 투자금 중 2억 원은 여자의 친구 자금이라고 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패를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주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아니 하루빨리 모든 세상의 인연들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후 바람처럼 거지처럼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가 “그래? 다 돌려줘야지. 그러려면 2, 3년은 걸릴 거야. 모든 것을 다 팔 테니.”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식사도 끝났다.      


  “그냥 갈 거야?”

  여자의 질문에 “가서 주차장 청소도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비 온다고 하니 비에 불은 다음 하지?”라고 말했다. 그가 “허, 그거 좋은 생각이네.”라고 동의했다. 그렇다고 집에 있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올림픽 도로를 이용해 빌딩으로 돌아왔고, 남은 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맥주 안주로 먹었다. 그의 파워 보트를 구매한 구매자의 전화를 받을 때도 이때였다.      


  “시동을 어떻게 걸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아도 ‘잘 타고 다니는지’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어디세요?”라고 물었더니 “여기 평택항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한강인 줄 알았더니 평택으로 끌고 내려간 모양이었다. 그가 “액셀 중간 스위치를 누르고 액셀을 45도 정도 밀어 놓고 시동키를 돌리면 됩니다. 돌려도 안 걸리면 액셀을 앞뒤로 살살 움직여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전화가 오지 않았다. 시동이 걸린 모양이었다. 


  얼마쯤 후, 다시 전화를 걸어와 “프로펠러가 조금밖에 올라가지 않네요.”라고 사진까지 첨부해 왔다. 물론, 기계적인 결함이 아니기에 “파워 트림은 선외기처럼 꺾이는 것이 아닙니다. 경계석보다 조금 높게 올라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에, 선주가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그 가족의 여름은 행복한 추억을 만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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