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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ug 13. 2024

이상한 바지를 입은 여자

[연재] 115. 이혼 91일 차

115. 이혼 91일 차          



이상한 바지를 입은 여자     


2014년 5월 30일 금요일 맑음     


  새벽 즈음이었다, 

  막걸리에 취해 잠들어 있는 여자의 둔부를 건드렸다. 꽃잎도 건드리며 촉촉이 젖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술이 과했는지, 아니면 흥분하고 싶지는 않은 건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부드러워야 할 계곡은 젖지 않았기에, 이어지는 삽입과 사정의 과정 또한 매우 간단했다.     


  “밥 먹을 거야?”
   여자의 물음에 “11시에 일이 있으니 그냥 잘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집을 나섰다. 깨끗한 날씨와 빨간 벤츠 로드스터의 색이 대비되는 날이었다.      



  그가 ㅇㅇ하우스 안양점으로 이름 짓고 신축 중인 건물은, ㅇㅇ은행이 12억 3천만 원을 대출해 준다. 급하게 대출받는 이유는 2억 2천만 원을 투자할 곳이 생겨서였다. 하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미리 지급한 공사비의 일부인 1억 6천만 원에 불과했다.      


  “식사하고 가세요.”

  조 과장의 말에 그가, ‘취급수수료 1%를 삥 뜯겼으니 밥은 얻어먹어도 된다’라며 “횟집”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근처 참치 횟집으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 조 과장은 그의 투자방식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며 “투자할 때 저도 끼워주세요.”라며 확답을 요구했다.  

    

  “그래. 뭐 나쁠 건 없지.”     


  그러는 사이 돈을 빌려 갈 사람들이 빌딩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벤츠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세팅하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지하 홀에는 50대와 30대 후반의 남자가 베드로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중 나이 든 남자가 “우리는 (주택조합) 조합원만 모집해 주고 1인당 5백만 원을 받는 조건입니다. 그런데 약간 돈이 부족해서 빌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결과에 대해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에 30대 후반의 남자 소유의 부평동의 근린상가 1/3 지분에 근저당설정을 어제 날짜로 했었다. 이어, 서로 약정서를 읽고, 각자 서명 날인을 했다. 그가 “돈은 위에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펜트하우스라고 주장하는 옥탑방으로 향했다.      

  ㅇㅇ은행의 대출금은 입금 전이었다. 그러므로 통장의 금액 2천만 원 중 근저당설정비 138만 원을 빼고 송금했다. 그러는 사이, ㅇㅇ은행에서 1억 6천만 원이 입금되었고, 이체하려고 하니 1일 이체한도 초과였다. 하는 수 없이 ㅇㅇ은행으로 가서 타행 송금을 하고 이체한도도 5억 원으로 상향했다.   

   

  “교대 가서 마지막 서비스를 해 주고 오겠습니다.”

  베드로는 이 말을 남기고 남자 일행과 떠났고, 저녁 무렵에 ‘선물옵션을 잘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내와 나타났다. 셋은 초밥 뷔페인 [천국의 한점]으로 갔다. 식사를 끝낼 즈음, ㅇㅇ이 맡겨둔 카메라를 가지러 찾아왔다.      



  둘은 지하 홀로 향하며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샀다. 그리고는 신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 부장 어디야?”라고 말하며 술자리에 합석시켰다. 신 부장은 묻지도 않았는데 “홍대 마사지 업소에 여자를 연결해 주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라가 7단인 친구이기에 ‘믿거나 말거나’였다. 그렇게 셋이서 술을 마시던 중에 여자의 전화를 받았다.     


  “모임이 있어서 막걸리 한잔하고 대리 불러 가는 중이야. 누구랑 있어?”


  이에, ‘와도 될만하다’라고 말했더니, 얼마 후 이상한 바지를 입은 여자가 계단을 내려왔다. 세련된 파마 머리에 검은 블라우스를 입었다.     


  “이 바지는 작년 벤츠 처음 타고 갔을 때 입은 바지쟎아.”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났다. 아니 그때 사진도 있다. 그렇게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시는데 “너무 시끄러워요.”란 문자를 받았다. 노래를 부르지도, 드럼을 치지도 않았는데 시끄럽다는 문자에 “누가 떠드나요?”라고 답장을 보내고, “내일 당장 마지막 소식지를 만들어 붙여야겠어. 모두 나가라고.”라고 말하며 투덜거렸다. 


  이에 신 부장이 “아직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라며 말렸다. 그러자 그는 “어차피 게스트하우스가 안되어도 1인 35원짜리 2인실로 운영할 거야. 그러니 내보내야지.”라며 맥주를 들이켰다. 다시 문자가 왔다.      

  “드릴 소리, 공사소음이요.”     


  건너편 삼겹살집 인테리어 소음을, 지하에서 나는 소음으로 착각하고 항의한 것이었다. 대화는 자연히 ‘요즘 아이들은 돈을 줬으니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배려가 없다’라는 주제로 넘어갔다.      


  여자가 피곤을 못 이기고 “방 비밀번호가 어떻게 돼?”라고 말하며 스마트폰에 입력하라고 하더니 먼저 올라갔다. 세 명은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술을 마셨는데, 중간에 술과 육회를 사 오기도 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ㅇㅇ이는 원룸에 자도록 배정하고 자신의 공간으로 올라갔다. 풍만한 엉덩이의 여자가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그가 방바닥에 이불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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