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22. 계엄령 선포와 몸살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맑음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2억 원을 매수한 SQQQ 주식은 -5% 하락한 상태였다. 그래서 1억 원 상당인 2,200주를 31.35달러에 매수 신청해 두었다. 그리고 윤석렬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라는 속보를 접했다. ‘뭔 뜬금없이?’라는 생각으로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정말이었다. 그래서 ‘드디어 각성해서 종북, 좌파를 청산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카메라를 켜고 계엄령 선포 지지 영상을 촬영해 공개하고 다시 막걸리를 사기 위해 내려갔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도 이때였다. 편의점은 예쁘장한 아르바이트 학생이 자리 지키고 있었다. 면천 막걸리 세 병을 사 돌아왔다. 그러나 두 병만 마시고 내일이면 세상이 바뀔 것을 상상하며 안방 침대로 향했다.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맑음
어젯밤 윤석렬 대통령이 발표한 계엄령은 국회의원 의결로 철회되었다.
6시간 만의 일이었다. 지지하는 영상까지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했으나 황당한 결말이었다. 그러니 좌파들은 더 준동할 것이고, 정치는 혼돈의 상태로 들어갈 것이었다. 참으로 답이 없는 대통령이었고, ‘능력이 없구나’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도 회원 공개로 바꾸었다.
황당한 사람은 또 있었다. [ㅇㅇ 판넬산업] 강ㅇㅇ였다. 전화를 걸어와 “(마콘도 근린 창고) 턱을 기계로 까야 해”라며 일거리를 언급하고는, “(폐기물 처리) 내 몫은 일을 잘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디, 화물차 운임하고 일한 사람 일당은 계좌로 보내 줘!”라고 말하고 계좌번호가 적힌 사진을 보내왔다. 화물차 운임 20만 원과 일꾼 1명 일당 30만 원, 합해서 50만 원이었다.
이에, 마이클이 “이건 아닌데요? 사장님이 손해를 봐야 합니다. 폐기물 업자가 견적한 250만 원보다 더 적은 비용이 될 것으로 알고 진행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오히려 더, 지출된다면 뭐 하러 그렇게 하겠어요? 비용처리도 못 했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들 일당만 중요합니까? 내 시간은요? 나도 비싼 사람인데 일 도와주고 보령까지 가서 또 서류 작성해주고. 이번 건은 사장님이 손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니 [ㅇㅇ 판넬산업] 강ㅇㅇ는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했는데, 닳고 닳은 인간이기에 물러서지 않았다.
이는, 잠시 불편한 마음을 가진 마이클에게 날을 서게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마음으로 지급할 생각을 가졌으나 철회하고 “이런 말 하는 나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50억씩 빌라 짓고 했는데 50만 원이 아까워서 그러겠어요? 일은 일대로 못하고 돈은 더 들어가니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래서 못 준다는 겁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자 강ㅇㅇ가 “그러면 이것으로 보지 맙시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현금이 척척 나오는 마이클을 다소 물로 본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자신의 일당을 챙기기 위해 일거리를 몰아가던 강ㅇㅇ와 인연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지출된 금액은 첫 철거 비용 374만 원, 크레인 77만 원, 고리 비용 5만 원, 2차 철거 비용 154만 원, 폐기물 처리비 250만 원. 합계 860만 원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철거 견적 금액만 1,200만 원이었으므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마이클의 노동과 부상까지 생각하면 절약한 것도 아니었다. 모두 아마추어와 일한 탓이었다.
정 작가가 건너왔다. 미국 주식으로 수익을 내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내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 갈 버스표를 예매하고 “오늘은 건물 환기를 시킬 겁니다.”라고 말하고 “건전지도 사야 합니다.”라며 법인 카드를 들고 내려갔다. 마이클도 곰탕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마콘도 근린 창고에 사용할 전선, 콘센트 등을 주문하고 작업복을 입었다.
시간은 어둑해지는 밤을 향해가고 있었다. [백만장자 Life]에 게시한 계엄령 지지 영상으로 구독자가 약 40여 명 줄었다. 피아식별이 되었을 뿐이므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독을 취소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행위인 양 댓글을 적고 떠나는 의견은 우스웠다. 백만장자의 자유롭게 살아가는 행위를 훔쳐보는 재미를 못 보는 것은 오직 자신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는 방어회와 소주 한 병이었다. 남아 있던 막걸리를 마신 후 걸어서 농협 [하나로 마트]를 다녀왔다. 밤 10시가 조금 못 되는 시간까지 호젓하게 회를 김에 싸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3억 원어치를 매수한 미국 주식 SQQQ는 -6% 하락한 상태였다.
2024년 12월 6일 금요일 맑음
윤석렬 대통령은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 했다.
‘부정선거의 증거’를 완벽하게 잡은 것인지, 우파들이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많은 병력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었다. 마이클도 심정적으로는 그러기를 바랐다.
덮고 자는 이불이 여름용인지 겨울용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작은 방에 있는, 좀 더 부풀어 오른 이불로 교체하고 잠을 이어가려다 몸을 일으켰다. 아침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일어난 김에 여름용 옷을 옷걸이에서 내려 플라스틱 상자에 담았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입지 않기를”이라고 혼잣말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돌아가는 즈음에 폭발적인 뭔가가 있어야 할 것이었다.
몸살감기 증세도 더욱 심해졌다. 종합 감기약을 두 배로 먹어도 차도가 나아지질 않았다. 그래서 기운을 차릴 만한 음식을 떠 올리고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보양탕] 식당으로 향했다. 정오가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
홀 서빙을 하던 중국인 조선족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고 일전에 한 번 본 젊은 청년이 앉아 있었다. 아들로 추정할 뿐이었는데, 손님들의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여주인이 음식을 내왔다. 옆 테이블에 자리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국물을 떠 입으로 가져갔다. 딱! 24시간 만의 음식 섭취였다.
식사 후 병원을 다녀오기로 한 계획은 늦추었다. 점심시간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케렌시아 빌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얼마 후 눈이 떠지자 옷을 입고 [ㅇㅇ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위치를 대충 알고 있기에 쉽게 찾을 줄 알았으나 골목이 만만치 않았다. 한 바퀴 더 돌아 발견하고 주차장에 주차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정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경사도가 높은 토지에 건축한 탓이었는데, 실망은 계속되었다.
진료하는 의사는 50대 중반으로 보였다. 입을 벌려 부풀어 오른 목젖 상태를 보여 주자 “많이 부풀어 올랐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네. 주사 처방과 영양제도 맞으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내된 주사실은 북괴군이 6.25 남침하고 점령한 서울 수도병원 응급실 같은 풍경이었다. 이미 몇몇 골골한 늙은 여자들이 “끄크응-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워 수액 주사를 맞고 있었다. 그런 곳에 마이클도 자신을 눕히자니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대우 되는지 또, 한번 깨달으며 커튼으로 칸을 나눈 침대에 누웠다. 간이침대의 냉기가 등짝에 전달될 때도 이때였다. 벗어 놓은 외투를 등과 맞닿는 부분에 깔고 누웠다. 잠시 후 마흔 중반으로 보이는 살집이 있는 간호사가 “손가락은 어쩌다 다쳤어요?”라고 말하고는 왼쪽 팔목 힘줄에 주사했다.
“카톡! 카톡! 부르르르~”
다시 한번 빡침이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 아닌가? 알람을 끌 줄 모를지도 몰라’라는 인내로 좀 더 견디다가 “전화기는 좀 꺼 놓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시는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 이것으로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거에,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더욱 이곳을 떠나야 할 이유였다. 그런데, 깨달음의 사건은 전혀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마이클의 왼쪽 침대에 나란히 누운 두 늙은 여자는 모녀지간이었다. 간호사가 “어머니가 체온이 좀 높네요. 37.7이네요. 해열제를 놓기는 했는데.”라고 말하며 주사 처치를 끝내자 “열이 오르면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간호사가 “그러면 체온 측정 등 자료 드릴게요.”라고 말하고 돌아갔고, 딸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난데, 엄마가 열이 좀 오른다. 내일 병원에 갔으면 하는데 시간이 되니?”라고 말했다. 이에, 상대방이 “약속이 있는데~”라고 대답했다. “알았다!”라고 대답하고 또 다른 곳에도 전화를 걸었고, 또 걸었다. 모두 형제자매들일 것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전화를 받은 자매가 “내가 모시고 갈게!”라고 확답했다.
아들 솔 군이 급변하는 정세를 이야기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올 때도 이때였다. 마이클이 “아빠가 지금 몸살감기로 병원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옆 침대의 할머니가 급하게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야 하는데, 큰딸이 여러 곳에, 전화를 돌리는구나. 그래서 누워 들으며, 아빠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다. 혼자 택시 타고 병원을 갈 수는 있지만 병원비를 대납해 준다는 보증인이 없으면 치료를 안 해 줄 테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아들 솔 군이 웃으며 “걱정 마, 아빠! 내가 모시고 다닐게요.”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아니야, 어서 빨리 여자 친구 한 명 만들어야겠어. 하여간 몸 좀 나아지면 하수관 청소도 하러 넘어가야 하니 그때 보자!”라고 말했다. 간호사가 주사 처치를 끝내기 위해 들어오다가 들었는지 웃었다.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주가 하락에 배팅한 SQQQ는 손실이 -9%로 늘어난 29,990,000원이었다. 1억 원을 더 매수하려다가 ‘어차피 더 하락할 가격이라면, 더 하락하고 매수하자’라고 마음먹고 안방 침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