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건축
5. 건축허가를 위한 투쟁
2013년 8월 19일 월요일 맑음
아침 10시에 설계사와 울란바토르 구청을 방문하기로 했다.
모닝콜 음악이 들리지도 않았는데 창밖은 환했다. 구청엔 9시 50분쯤 도착했고, 로비에서 설계사를 만나 함께 건축과를 방문했다. 그사이 건축허가 담당자는 남성 공무원으로 바뀌어 있었고, 계장도 바뀌어 있었다.
마이클이 담당 공무원에게 명함을 건넸고, 공무원은 하천과 등 관련 부서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여주며 “녹지과에서는 도로로 지정을 못 해주겠다고 하고, 하천과는......”라고 말했는데, 도로로 지정되려면 주차구획선을 삭제해야 하는데 차량통행이 가능하니 삭제할 필요가 없다거나, 하천을 도로로 지목변경을 못 해준다는 뜻이었다.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 또 재산권 행사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행정소송을 해야 하나요?”
마이클이 발언 수위를 높였다.
담당 공무원이 “저희도 대체로 되도록 하려고 하는데 좀 어렵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마이클이 “이게 뭐 백화점을 짓는 것도 아니고, 겨우 주택 하나 짓는데 민원인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무리일 듯하니 구청에서 움직여 주셔야죠? 이해 당사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는데 건축을 못 하게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건축심의를 할 때, 건축주가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참석하라고 하면 참석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담당 공무원도 “그럴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건축심의는 다음 달이었다.
2013년 9월 23일 월요일 맑음
"아이 니미럴, 이게 왜 준공이 안 되냐고?“
중년 남자가 건축담당 앞에서 큰소리도 처 보고 읍소도 하는 풍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을씨년스러운 구청 청사가 남자의 고함으로 윙윙 울고 있었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난 것 같은데 담당 공무원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에, 민원인이 씩씩거리더니 의자를 밀치며 "과장을 만나야 돼! 내가 지금 과장 사무실로 갈껴~”라고 말하고 복도 쪽으로 걸어나갔다. 그 소란은 반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건축담당 공무원이 화가 난 중년 남자 민원인으로부터 풀려나, 마이클이 앉아있는 원형 테이블로 오더니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이클도 “공무원도 감정 노동이 상당하네요?”라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공무원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건은, 일단 우리 건축과에서는 건축심의를 넣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심의 위원들에게 잘 설명하세요. 사진이나 자료도 준비 하시구요?”라고 말하고 “그럼 지금 저와 현장에 같이 가시죠?”라며 일어섰다.
현장에 도착한 마이클이 건축허가 대상 주택을 가르키며 건축담당 공무원에게 “이거 보세요? 울란바토르 역 앞의 얼굴이 이 모양입니다. 그러니 깨끗한 건축물들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멋진 건물을 짓자니까요?”라고 말했다. 공무원도 “허허, 그렇게 되면 저희도 좋죠. 그래서 이렇게 나온 것 아닙니까?”라고 웃었다.
그러는 사이 위쪽에서 건축 설계사가 뛰어왔고, 두 사람은 도면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도로에 그어진 주차구획선이 문제라고 했다. 유료 주차장도 아닌데, 그어진 것을 지우기는 힘들다며.
도로는 두 개가 나란히 있는데, 차량 이용이 적은 도로에 주차구획선을 그어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이 “이 도로의 주차선은 지우지 않아도 되겠네? 이 도로를 사용하면 되니까요?”라고 말하고, “사장님, 이 도로가 쭉 이어졌으면 괜찮은데, 도면으로 보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요. 그게 문제지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마이클이 “그러면 이 단절된, 한 3m만 도로지정 하면 되겠네요? 그게 훨씬 쉽지 않아요?”라고 반박하자, 공무원이 “구청에서는 이번 기회에 이 지역 도로 전체를 정비하고 싶어서 그런거죠? 개인 한 사람만을 위해 도로로 바꾸는 것보다는 그것이 더 공익에 부합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그러면 도로로 지정하던지요? 주차구획선은 건들지 않아도 충분하니까 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연탄재가 날릴 것 같은 몽골스러운 골목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건축담당 공무원은 도로로 지정될 곳부터 건축할 건물 및 주변을 가르키며 “저쪽 입구부터 사진을 찍으시고 심의위원회에서 설명 잘 하세요. 제가 먼저 구청에 들어갈 테니 들어오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설계사가 “사장님 카메라가 좋던데, 빨리 찍으세요?”라고 채근했다. 마이클이 랭글러 루비콘 트렁크에서 캐논 5D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설계사가 “아이, 그래가지고 되겠어요? 낙후된 집들도 찍고 그래야죠??”라고 타박했다. 마이클이 “그래? 그러면 헬기를 띄워야지. 기다려봐!"라고 대답하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장 높은 12층 정도 되는 건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옥상으로 통하는 문은 잠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복도의 창문을 열고 아래를 향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멋진 항공사진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그런 후 내려와 설계사에게 “사진은 오늘 이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알아서 심의자료 만드세요?”라고 말했다.
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맑음
"사장님, 운이 왜 이리 좋으십니까?"
설계사의 전화를 받은 때는, 사진을 찍었던 날로부터 2주가 지난 월요일 오전이었다. 설계사의 '운' 타령에 "왜요? 심의 결과가 나왔나요?“라고 되물었더니 "네. 이번 건축심의는 8건이 심의되었는데 사장님 건만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되었으니 운도 이런 운이 없는 거죠?"라고 대답했다. 마이클이 "그래요? 하하. 그런데 그게 운이 아니죠? 모두가 프로처럼 잘 해서 그렇지요."라고 칭찬하자, 설계사가 "구청 담당 공무원도 심의 위원들에게 의견을 잘 말해줬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클이 "깨끗한 건물이 신축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 그래야죠? 다음 순서는 어떻게 됩니까?"라고 절차에 대해 물었다. 설계사가 ”전기, 소방 등 설계해서 다음 주에 허가를 넣는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울란바토르 구청의 전향 적인 건축심의로 낙후되었던 곳에, 처음으로 멋진 건물이 신축되게 되었다. 한 사람이 건축하면 주위의 소유자들도 한 사람 한 사람 건축을 할 것이고 결국에는 그 일대가 깨끗해지는 상승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건축 자금이 여러 분야의 건축업자들과 현장 인부들에게 돌아가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며 구청도 수입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전화를 끊은 마이클이 컴퓨터 모니터로 설계도면을 불러들였다.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한 통의 전화로 중단되었다. 설계사가 “사장님, 건축허가 났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야, 좋습니다! 술 한 잔 마십시다!”라며 격하게 반응했는데, 무려 6개월이 걸려 나온 건축허가였기에 당연했다. 그러니, 남들이 보면 제2롯데월드 건축을 하는 줄 알 정도였다.
설계사가 “허가되었으니 남은 설계비, 또 채권도 사야 합니다. 금액 계산해서 문자로 넣겠습니다. 입금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마이클은 “돈이 문제인가? 땡빚을 땡겨서라도 입금해 준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곧장 컴퓨터를 켜 515만 원을 설계사무소 계좌로 송금했다. 내년 놀 거리가 생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