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건축 실패기
5. 비행(飛行)
2017년 6월 7일 수요일, 흐리고 약한 비
도진이 용인 빌라건축 설계비 문제로 전화를 걸어와 “형님, 사업계획서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라고 말하며 “임 소장이 설계 계약하자고 하네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에 내가 하자고 했을 때는 허가 나오고 하자더니?”라고 되물었다. 도진이 “그러게요? 저한테는 안 팔리면 설계비 안 받는다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일하는 스타일이 좀 깜깜이 스타일이야. 뭐 어영부영하는 것 같아서 난 많이 불편해. 그러니 설계비를 얼마에 할 것인지 예기해 달라고 해. 복비 이야기도 좀 당황스럽고. 주긴 해야 하는데 설계비에 얹어 주는 게 맞는 거 같고. 하여간 너는 ‘그 형님이 경매해서 짜요.’라고 내 핑계를 대며 조율해야 할 거야!”
내 말이 끝나자 도진이 하자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다시, 내가 “설계비를 평당 얼마에 할 것인지 말해야 계약할지 말지 하는 거야. 사실 우리가 불법으로 건물을 짓는 것도 아니기에 지역 인맥이 그리 필요한 것도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도진도 “그러긴 그래요. 그래서 골프도 하기 싫어요?”라고 대답했다.
도진에게 골프를 배우라고 제안한 사람이 임 소장이다. 물론, 도진도 임 소장을 큰 나무로 보고 배우기로 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기대치가 낮아졌다. 내가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세상에 그리 별놈이 없다구? 죄다 그저 그런 놈들이 그렇게 살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을 때는,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가 공영주차장에 거의 다다를 무렵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2017년 6월 8일 목요일, 맑음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의 맑은 날이었다.
하늘색 반바지에 연두색 재킷을 입고 밀러 선글라스를 썼다. 이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때, 현장소장 준열이 전화를 걸어와 용인 토목 공사 일정에 대해 말하며 “출퇴근이 너무 멀어 방을 얻어야 할 것 같아 알아보았는데,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내가 “방? 아파트나 빌라 하나 얻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물었더니 “아파트까지는 필요 없고요, 깨끗한 방이면 되는데, 원룸도 고시원처럼 작거나 아주 더럽지만 않으면 됩니다. 방도 없는데 본 것들은 더럽드라구요.”라고 말했다.
잠시 생각하던 내가 “근데 방값을 내가 내어야 하나? 월급에서 나가야 하는 거 아냐?”라고 물었다. 준열이 “어헤헤, 그래도 40만 원까지는 해 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 이에, “그러게? 생각지 못한 비용이 발생 되네? 그래도 멋진 집을 지으려면 짓는 사람들도 쾌적한 곳에서 살아야 하겠지. 원룸 월세를 내느니 아파트를 사 대출이자를 내는 게 저렴할 것 같아. 내기 도진에게 알아보라고 할게!”라고 결정했다. 이에, 준열이 “괜히 방 안 빠지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라고 걱정했다.
“상관없어, 집값이 오를 수도 있잖아?”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곧장 도진에게 전화를 걸어 “용인 아파트나 빌라 시세 좀 알아봐라, 매입해 쓰는 게 비용이 더 절약되면 그렇게 하자.”라고 말했다.
2017년 6월 9일 금요일, 맑음
부동산 경매로 16억4천만 원에 낙찰받은 토지에 도시형생활주택 및 오피스텔 35세대를 건축하고 분양 중인 인천 피렌체하우스 606호에서 용인 3,474㎡ 토지에 4개 동 32세대 연립주택을 신축할 두 명의 공동사업자가 만났다.
동업자 도진이 “형님, 평당 4백2십만 원 했더니 공사비가 50억 나와요. 줄인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는데요?”라고 말하며 제시한 ‘용인 빌라건축 사업 수지 분석’표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대출받기 위한 은행용이고, 다른 하나는 실질적인 투자 비용 및 이익을 위한 내부자용이었다. 은행에 제출될 것은 공사비를 넉넉하게 산정하고 분양가도 그런 식이었다. 반면, 내부자용은 공사비를 평당 3백2십만 원으로 낮추고 분양가도 보수적으로 계산했다.
도진이 “그럴 경우, 분양가격은 5,920,000원이고 공사원가는 4,098.499원으로 1,821,501원이 남습니다. 30% 정도 수익률입니다. 형님은 얼마 정도 수익을 예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10억 박고 10억 가져오면 되는 거 아냐? 그러니 5억씩 가져가는 거지?”
이에, 도진이 “그 정도 생각하시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형님과 같이한다고 했더니 아내가 ‘망하지는 않겠네?’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형님!”하고 말을 멈추고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설계비 말입니다. 임 소장에게 얼마를 줘야 할까요? 일단 평당 10만 원 잡아 놨습니다.”라고 말했다.
“10만 원? 이건 아니지, 보통 5만 원이야. 게다가 우리 설계는 여기 인천 피렌체하우스처럼 복잡한 게 아니고 판상형 똑같은 4개 동이야. ctrl + V지, 그러니 전체 설계 면적으로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게 큰 사업의 이점 아냐? 단가 할인!”
그러자 도진이 “그럼 얼마나?”라고 되물었는데, 스스로 만든 ‘사업 수지 분석’에 의하면 7천8백만 원이었다.
“여기 (인천) 피렌체하우스와 건축 면적이 비슷해. 난 3천5백만 원을 줬어. 설계와 감리 계약서 줄 테니 가서 보여줘. 무조건 싸게 해 달라는 게 아니고 기준을 정해 주는 거야?”
그러자 도진이 “토목 공사도 줄이고 설계도 잘했다고 그러는데요?”라고 말했다. 이에, 내가 대답했다.
“그렇겠지, 잘했겠지. 그런데 잘했다는 것을 어떻게 금액으로 수치화하지? 못하는 놈들도 있어. 우리는 같은 가격으로 잘 그리는 사람을 찾을 뿐이지, 잘 그린다고 돈을 더 집어주진 않아. 안 그래? 임 소장의 문제가 뭔 줄 알아? 도면을 잘 그려서 집이 잘 팔리고, 집 장사가 돈을 많이 버는 줄 아는 게 문제야. 그래서 그 수익에서 얼마 정도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말이야, 도면 때문에 장사가 되는 게 아니야. 건축업자가 돈을 들여 땅을 샀기 때문에 자기가 도면을 그릴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거라고? 그 땅이 왜 우리에게 왔어? 아무도 그 땅을 사지 않았어. 왜냐하면, 50억이나 들어가는 사업을 할 만한 건축업자가 없거든? 그런 땅은 팔기 어렵기에 남아 있는 거야. 난 복비 포함 5천만 원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가서 그렇게 전해. 앞으로 매사에 이렇게 부닥칠 거야. 자신이 욕심을 줄일 때까지.”
듣고 있던 도진이 “형님을 어려워하긴 해요?”라고 말했다. 내가 “당연히 어려워해야지, 이 건물은 우리가 짓는 거라고. 우리 사업이야. 우리 돈 들어간다고? 망하면 우리가 망한다고? 그러니 어떻게 해? 정신 바짝 차리고 원가 절감해야 하는 거야? 안 그래? 파티는 남았을 때 하는 거야. 그런데 이거 뭐, 촛불 붙이기도 전에 파티를 벌이려고 해. 이놈들은 사실 우리 사업의 결과에는 관심이 없어. 수고비만 받으면 그뿐이야. 마치 사채 브로커들처럼.”이라고 기세를 몰았다. 하여, 도진은 더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설계사 임 소장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래서 저도 골프 배우기 싫어졌어요?”라고 말했다. 도진의 대답에 내가 다소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네가 임 소장과 감정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이해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야. 그러나 나는 다른 경우야. 그러니 모든 곤란한 결정은 내 핑계를 대. 너는 착한 경찰, 나는 나쁜 경찰 역할이 되어야 해. 알겠지?”라고 말했다. 도진이 “네, 형님! 식사나 하러 가시죠?”라고 말했다. 초밥집 ‘에비’로 향했다.
도진이 “한잔하실래요?”라고 물었다. 내가 “다이어트로 권투 시작했는데 맥주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승낙하며 “아사히 한 병 주세요.”라고 주문하고 초밥 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이때, 도진이 “전 소장에게 아파트 알아보라고 했더니 원룸 알아보고 ‘없다’라고 하잖아요? 아파트는 보증금 1천에 월세 50만 원짜리 많이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에 내가 “아파트나 빌라 매매나, 월세 알아봐”’라고 말하자 “형님, 이 건물이에요. 5층짜리 5층이에요. 지붕 공사를 해서 방수는 걱정 없답니다?”라며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오래된 아파트였기에 “엘리베이터가 없겠네?”라고 묻자, “당연히 없지요. 그런데 전 소장이나 막내는 젊으니 괜찮아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팔 때를 생각해야지, 얼마냐?”라고 물었더니 “4천 5백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억?”
내가 금액을 확인하자 “아뇨, 그냥 4천5백.”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헐, 미친. 그때부터 하나도 안 올랐네?”라고 놀랐는데 9년 전, ‘동아아파트’, ‘동진 빌라’를 낙찰받고 매매한 그때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진이 “그런 거죠. 이제부터 좀 오를 겁니다. 공단이 들어올 거거든요?”라고 대답하고 ”중국 여자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살았나 봐요? 중국에 다시 들어가야 해서 내놓았데요.”라며 매도자의 정보를 덧붙였다.
“그래? 그럼 현금 일시불이라고 하면서 4천까지 밀어봐?”
내 말에 도진이 부동산 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을 시도했다. 중개사가 “그럼 저에게 소개비 좀 많이 주시나요? 이거 중개료 몇십만 원 밖에 안되거든요?”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내가 “1백만 원 준다고 해라!”라고 말했고, 도진이 익살스럽게 “70만 원 드릴 게~”라고 전달했다. 그리고 얼마 후 매매가격을 “4천5십만 원에 끊었어요.”라는 답이 왔다. 그렇게 현장소장 준열과 막내의 거처를 확보했는데, 늘 이런 식이었다. 막히면 부수고, 필요하면 사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그런 사내였다. 도진이 아사히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내밀며 물었다.
“형님, 비행기가 언제가 제일 힘든지 아세요?”
“이륙할 때지!”
“맞아요, 그때가 제일 힘들대요?”
“용인 사업도 지금이 이륙할 때야. 그래서 힘들지. 은행, 설계사, 소장, 건설사 조율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륙만 하면 그때부터는 편해. 그러니 오늘 고통을 즐겨라!”
내가 그렇게 말한 후 카드를 ‘에비’ 주인장에게 내밀었다.
도진은 일찍 집에 가기 싫었는지 내 거처인 606호로 따라 올라왔다. 녹차를 마시며 두 시간 정도 더 꿈을 이야기하다가 흰색 벤츠 C200 카브리올레를 타고 인천 피렌체하우스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