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라이프
7. 유치권자 인도명령 신청
2014년 11월 21일 금요일, 맑음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 처럼...”
가수 이용복의 노래가 나의 고독한 새벽 공간을 찢듯이 울려 퍼졌다. 한참을 그대로 듣다가 일어났다. 샤워 후 밥 한 공기로 아침 식단을 차렸다.
충식이 “사장님,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올 때도 이때였다. “고생요? 오늘도 법원에 다녀왔네요.”라고 답장하고, 전화를 걸어 “오후에 피렌체에 가니 그때 이야기하죠?”라고 말했다.
인천 구청 건축과 담당 공무원의 전화도 받았다. 건축주 명의 변경 신청 사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바닥 버림 공사만 된, 건물이라고는 전혀 없는 현장을 두고 “건물에 대해, 대위등기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내가 부동산경매만 11년째 합니다. 건물이 되려면 구조물의 기둥과 벽체가 세워져야 하는데, 그 땅은 지하 터파기 작업을 하던 중이었기에 건물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담당 공무원이 “선생님이 제출한 판결문은 건물과 토지가 경매로 함께 낙찰된 경우를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판례를 보낸 것은 판단에 도움이 되라고 보낸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공무원이 “그럼 지금 접수하신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접수가 뭔가요? 명의 변경을 해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다시 물었더니, 공무원은 “아닙니다. 인터넷으로 접수하시거나 민원실에 접수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인터넷과 1시간 넘게 씨름했으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서, 결국 PDF 파일로 출력하고 위임장도 하나 만들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천 구청 민원실에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직접 갈지, 위임받은 자가 갈지는 월요일이 되어 봐야 알 일이다.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흐림
아침부터 부지런 떨었다.
냉엄한 겨울 날씨가 나와 맞섰다. 샤워하고, 장롱문을 열어 검정 차이나 카라 슈트를 꺼내 입고 호박마차에 올랐다. 2,776cc 디젤 심장이 “그르르르-러어-응” 울었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스스로 로드무비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천지방법원 주차장 군데군데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다. 창구를 지키는 공무원에게 “매각 허가 결정문 서식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공무원이 “28번 문서를 쓰셔서 3번에 접수하세요.”라고 말했다.
인천 구청 건축과에서 건축주 명의 변경 보완서류로 요구했기에, 발급받아 바로 우편으로 보내려 했으나 생각을 바꾸었다. 보완서류에서 ‘건축물’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기에, 더 조곤조곤 씹어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보완요구 답변서’를 작성했다. 내용은 나의 경매경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거칠게 썼다. 구청이 건축주 명의 변경 결정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1. 귀 청의 번영과 담당자님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2, 귀 청의 ‘건축관계자 변경 신고’에 대한 2차 보완요구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답변드립니다.
해당 민원 토지(동 34-59 외 5필지)의 건축물은, 건축물이 아닌 ‘철거 대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귀 청이 민원인에게 보낸 2차 보완요구서 중 “토지에 건축 중인 건축물에 대한 경매 절차상의 확정된 매각허가결정서” 요구는 잘못된 보완요구입니다. 그 이유는, 해당 민원 토지는 2014. 3. 28. 채권자가 채권 회수를 위하여 부동산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인천지방법원이 이를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경매 개시결정은 ‘압류의 효력’이 있으며, 그 이후의 행위는 정당한 건축 및 유치권자라고 하더라도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그 자료로 ‘부동산 임의경매 결정문’을 첨부합니다. 또한 건축물이라 함은, 기둥과 보 등 형상을 갖춘, 건축물로 보일 수 있는 상태여야 하나, 현장은 터파기 공사만 했을 뿐 건축물로 볼만한 실체가 없으며, 그러므로 경매 당시 감정평가서 또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공사는 압류효력이 발생한 경매 결정 이후 행위이므로, ‘철거’의 대상일 뿐입니다. 기 제출된 감정평가서의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3. 토지에 대한 매각 허가 결정문을 첨부합니다.
토지에 대한 매각대금 완납 증명서를 첨부합니다. (매각대금 완납 증명서는 이미 제출한 바 있으나, 다시 제출합니다.)
4. 결어!
발신인은 부동산경매 투자를 10년간 해오면서 100건을 낙찰받았고, [부동산 경매비법 (2009. 4.매일경제신문사)]을 저술한 저자입니다. 관련 자료를 첨부합니다.
신천동 189 (서울 동부 2011타경 19***)을 2,960,000,000원에 낙찰받아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현재 소유하고 있습니다. 경매자료를 첨부합니다.
안양 1195 (안양지원 2012타경 10***)을 765,000,000원에 낙찰받아 근린 빌딩을 신축하여 소유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를 첨부합니다.
따라서 이번 건축주 명의 변경 또한, 당연히 ‘토지의 소유자’에게 행정관청이 허가하여야 한다고 사료되므로, 위와 같은 자료들을 제출합니다. 마지막으로, ‘건축주 명의 변경신고 수리거부 처분취소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누4911 판결]’ 판결문을 첨부합니다. 판결문을 통해, 행정관청이 건축주 명의 변경에 관하여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별첨 서류 -
부동산 임의경매 결정문
토지 매각허가 결정문
토지 매각대금 완납 증명서
발신인이 저술한 『부동산 경매비법』
발신인이 낙찰받은 서울동부 2011타경 19*** 낙찰 내역
발신인이 낙찰받은 안양지원 2012타경 10*** 낙찰 내역
‘건축주 명의변경신고 수리거부처분취소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누4911 판결]’ 판결문
발신인 김경만 (서명 또는 날인)
2015년 1월 1일 목요일, 맑음
“돈은 어떻게 된 거요?”
인천 토지 매수희망자인 김영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영오가 “내가 3억이 들어 갔는디, 가만히 있겠어요? (유치권 인수했다느니 뭐니 하며) 3억이 들어갔는디…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땅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해놨어요. 보름쯤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말끝을 흐렸으나 은근한 곤조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음 ‘패’를 준비해야 했다. 유치권자 영오를 상대로 하는 ‘인도명령 신청’이 그것이다.
오랜만에 작성하는 인도명령 신청서는, 저녁 식사 전부터 쓰기 시작해서 오래 걸렸다. 그러니 뇌가 ‘경매투자자’에서 ‘문학가’ 쪽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녁 식사는 김치찌개였다. 물론 조리된 김치찌개였다.
2015년 1월 2일 금요일, 맑음
모닝콜 음악은 들리지 않았다.
일어나 서재로 걸어가 시계를 보니 8시 35분이었다. 샤워하고 아침을 먹은 후, 검정 차이나 슈트를 꺼내 입고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의 엔진을 깨웠다.
“부으으으윽—”
작년 11월 20일, 매각대금을 완납했으니, 얼추 40여 일 만에 다시 법원행이었다. 주차한 뒤, 법원 내 신한은행에서 송달료 4회분과 1,000원짜리 수입인지 하나를 샀다. 수입인지는 ‘인도명령 신청서’ 우측 상단에 붙였다.
그렇게 인도명령 신청서를 접수하고 법원을 나서며, 인천 구청 건축과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건축주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라고 물었다. 공무원이 “보완 명령 못 받으셨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못 받았는데요. 무슨 내용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건축물도 경매물건에 포함되었는지 여부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내가 “그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이미 적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공무원이 “그렇다면 반려됩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행정심판 결정문도 필요 없겠군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화를 정리해보니, 결론은 단순했다. 건축주 명의 변경은 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부득이하게 행정소송을 준비해야 한다. 어쨌거나 결과는 알았다. 돌아갈 길은 없다. 부딪치고, 깨지면서도 전진하는 수밖에. 늘 그래왔듯이.
https://youtu.be/BpCitgyGp_Q?list=PL7IGv76tfCC-Jm61zoh5QjWutLomb0v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