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희망 1. 행정소송

#디벨로퍼 라이프

by 김경만

제2장 희망



1. 행정소송


2015년 2월 3일 화요일, 맑음


“염상섭 님이 보낸 우편물을 배송할 예정입니다.”


우체국에서 보내온 문자를 보고 지역 담당 집배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지금 출발해도 30분 정도 걸려요.”라고 말했다. “네. 천천히 오세요. 기다려서 받아 갈게요.”라고 대답했다.


내용증명이었다. 내가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답신 성격으로 요지는 이랬다.


귀하가 본인과 체결했다는 대부계약서를 보존하고 있다면 복사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귀하가 주장하는 채무 원금 3억5천만 원에 대한 차용증거를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귀하가 주장하는 원금과 이자금의 금액 511,067,122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귀하는 본인에게 채무 원금 및 이자, 상환금액, 상환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귀하의 대리인을 통하여 수차례 거쳐 상의하였으나, 매번 차용금액과 상환방법의 변동, 그리고 귀하의 갑작스러운 임의경매 신청으로 인하여 본인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염상섭은 처음부터 자기 땅도 아니었고, 바지를 선 주제에, 이제서는 주인인 줄 착각하는 후진 놈이었다. 그럼에도 내용증명이 송달되었다는 사실 하나에는 위안 삼을 수 있었다. 미회수 채권은 지급명령으로 다투면 될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염상섭에게 서류를 보여 줄 이유도 없었다. 무시하기로 했다.


토지를 매수하기로 한 김영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행입니다. 좀 있다 전화할게요?”


두 사람이 토지매매를 위해 작성한 합의서에 따르면, 영오는 작년 12월 30일까지 토지를 매수해야 했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하루 100만 원의 손해금을 물기로 되어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표현도 없었기에 확인 전화를 한 것이었다.


잠시 후, 김영오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이번 달부터 이자는 자기가 내기로 했다느니, 유치권 포기각서를 써주지 않았으면 내가 대출받을 수 있었겠느냐느니, 건축허가서니, 뭐니 다 해준다더니 내가 한 게 뭐가 있느냐느니.


허위 유치권자로, 내가 오히려 경매방해죄로 고소해도 부족하지 않을 놈이 되려, 큰소리를 쳤다. 약속하지 않은 일까지 사실처럼 주장했는데, 건축허가권 운운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내가 빡친 것은 당연했다.


“그래? 알았어. 내가 다 풀어줄게.”


즉시 인터넷 대법원 등기소에 접속해 합의서에 기재된 김영오의 주소인 시흥시 정왕동 쓰레기 빌라 103호를 열람했다. 당연히 소유자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내가 가야 할 길은 더 분명해졌다. 그러함에도 문제는 돈이었다.


소송도, 집행도 결국은 돈이 든다. 통장에 흩어져 있던 자금을 모아보니 겨우 3천7백만 원. 마이너스 통장까지 끌어다 쓰면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2015년 2월 13일 금요일, 맑음


아침 9시, 대한지적공사에 전화를 걸어 토지 측량을 신청했다.


“지적공사죠? 경계 측량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잠시 후 측량 비용과 입금 계좌가 문자로 도착했다. 바로 송금하고 입금 사실을 알렸다. 잠시 후 여직원이 “23일 측량 괜찮으신가요? 다른 요구사항은 없으십니까?”라고 물었다.


“네. 일정 괜찮고, 다른 요구사항도 없습니다.”


이때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는 선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건축주 명의 변경은 안 되겠는데요? 그냥 건축허가 취소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아는 건축사에게도 물어봤는데, 취소한다고 하면 당사자들을 부른대요.”


선무는 부정적인 의견을 분명히 냈다. 이에, “그럼 건축행위 취소는 어떻게 하는데?”라고 묻자 “그냥 건축과에 신청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알았어. 내가 전화해 볼게.”


전화를 끊고 인터넷으로 ‘건축허가 취소신청서’를 찾다가, 인천 구청 건축과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인천 토지를 낙찰받은 김경만입니다.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담당 공무원은 “그건 건축 허가권자만 할 수 있습니다. 법령을 확인한 뒤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결론은 같았다. 내가 “그냥은 안 된다? 그렇다면 행정소송을 하라는 말이군요?”라고 말하자 “네. 그럴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가닥은 잡혔다. 구청장을 피고로 한 건축주 명의 변경 행정소송이었다.

건축주 명의 변경 행정소송 사례를 찾다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신동화 행정사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경매로 토지를 낙찰받았습니다. 건축 중인 건물이 있긴 한데, 기둥도 보도, 벽체도 없는 상태입니다. 건축주 명의 변경 행정소송을 검토 중입니다.”


신동화는 잠시 듣더니 “예전에 종합건설회사가 30억짜리 토지를 낙찰받은 사건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얼마에 낙찰받으셨습니까?”라고 물었다.


“16억입니다.”

“큰 건이네요. 저희는 비용만 받습니다. 토지 규모는 상관없습니다. 자료를 먼저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안 되는 사건은 안 합니다.”

“당연하지요. 이메일로 자료 보내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선무에게 보냈던 사건 이메일을 그대로 신동화에게 재전송했다. 그러는 사이, 또 하나의 소식이 도착했다. 염상섭을 상대로 신청한 지급명령 신청 결정문이 송달되었다.


“흐아, 좋아.”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슬슬, 쌈꾼의 피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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