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국보급 채무자

#동업건축 실패기

by 김경만

8. 국보급 채무자


2017년 7월 12일, 맑음


도진은 용인 빌라 동업 건축에 필요한 자금 5억 원 중 2억 원을 박혁수 이장으로부터 빌리기로 했다. 조건은 빌린 금액에 30%를 더 얹어 주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 겸 술자리에서 확답을 들었는데 “두 장 빌려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함에도 아직 1억 원이 부족했으므로 내가 투자를 더 해야 했다. 그러면 6:4 지분 구조를 가지게 된다. 합주를 마치고 도진을 아파트에 내려주고 벤츠 SLK 로드스터의 루프탑을 열었다. 이에, 도진이 “형님, 춥습니다!”라고 염려했다.

“그러려고 산 거 아니냐?”


대답하며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으으으윽---”

작은 별 하나가 빨간 오픈 스포츠카를 인천 피렌체하우스까지 따라왔다.


2017년 7월 14일 금요일, 맑음


분양 중인 인천 피렌체하우스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받으려는 대출 문의 서류작성을 시작했다. 그런 후 농협과 저축은행 대부계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한 부는 출력했다. 그리고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2Km 떨어진 ‘개성신협’이었다. 하늘색 재킷 차림이으로 들어서더니 “담보대출 담당은 어느 분이십니까?”라고 물었다. 곱상하게 생긴 여직원이 일어서더니 왼쪽을 가리켰다. 두꺼운 노란 파일을 몇개나 올려놓고 일하는 안 계장이었다. 안 계장 또한 내가 보낸 이메일을 출력해 읽고 있었다.


1. 발신인은 인천 길마로 21-2 토지 위에 - 용도 : 공동주택 28세대(연립주택), 주거형 오피스텔 7세대 - 규모 : 1개동, 지하1층 ~ 지상 6층 - 건축면적/연면적 : 473.15㎡ / 2,166.35㎡ - 건폐율/용적률 : 49.70% / 224.91% 건축하고, 2017. 4. 11. 사용승인을 득하고 분양중에 있습니다.

2. 건축하면서 동진신협으로부터 건축자금 28억 원을 대출받았고 신탁 관리되어 있으며 1세대 분양 시 1억 원 정도의 상환을 해 11억7천4백만 원 상환하고 현재 16억2천6백만 원 남아 있습니다.

3. 발신인은 분양 중인 24세대를 담보로 귀 금융사에서 각 주택별로 1억 원(조정가능)씩 근저당을 설정, 24억 원 정도 대출을 받아 위 동진신협 채무 상환 및 진행하는 건축자금으로 사용할까 합니다.

4. 대출금 상환은 분양, 또는 전세 입주시 그때그때 상환할 계획이므로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조건이면 좋겠습니다. 분양현황표를 뒤에 첨부합니다.


출력물을 읽어가던 안 계장이 “저희도 건축자금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이에 돈을 빌리러 온 채무자인 내가 “그래요? 조건은요?”라고 물었다.


“총금액은 36억까지 가능하십니다. 건축허가가 나오면 토지는 80%까지, 직접공사비의 80%까지 해 드리고 금리는 7%, 취급수수료는 1%입니다.”


이에, 내가 “자기자본비율 한 20%는 인정하는군요?”라고 정리하자 “네, 근데 20% 정도는 현금으로 예치해야 합니다. 그중 10%는 공사비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대환할 때 상환에 포함시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군요. 근데 총액이 문제긴 하네요. 40억 정도 필요하거든요. 하여간 알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건, 실행된다면 집행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안 계장이 “넉넉잡고 10일 이내면 됩니다.”라고 대답하며 “지금 대충 탁상감정 떠 가부 여부 결정 드리겠습니다. 사장님도 빠르게 결정되시는 거 좋으시죠?”라고 시원하게 말했다.

오후 5시. 안 계장이 전화를 걸어와 “대출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우선 맞아야 할 것 같아서요. 24억 금리는 4.5% 2년 상환 구도로 취급수수료는 1%입니다.”라고 말했다.

“취급수수료를 좀 더 낮춰 주실 수 없을까요?”

“그건 월요일 실사 나가고 나서 더 이야기해보죠? 점심때쯤 갈 거 같은데 분양사무실에 사람 있나요?”

“그럼요, 그리고 꼭대기 층에 내가 상주합니다. 오세요?”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맑음


93.1Mz 클래식 방송이 모닝콜이며 공간의 배경음악이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의 향연이 좋기는 하지만 삶의 리듬을 너무 느리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기발랄한 대학가요제 CD를 틀고 샤워했다.

“두두둥 둥둥 둥둥 두두두두 짱------”


부자가 되는 힘찬 하루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키노아 선식을 한 컵 마시고 어제부터 하던 데이터 이동작업을 하다 개성신협 안 계장의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분양팀과 함께 담보 물건인 피렌체하우스를 둘러보려고 방문했다. 동행한 사람은 자신을 ‘여신담당자’라고 소개했다. 빈 세대에는 날파리 사체가 가득했다. 안 계장 일행이 돌아가자 분양팀장 인수에게 전화해 “날 잡아 빈 세대 청소 좀 해야겠드라. 날파리 사체도 많고 그래?”라고 말했다.


안 계장은 나에 대해 “사장님 만나 뵈니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라며 호의적이었다. 특히 “신용등급은 1등급인데? 소득은 2억 정도 되고?”라는 말에서 더욱 그랬다. 내일 은행을 방문해 몇 가지 서류를 확인해 주기로 했다.



2017년 7월 18일 화요일, 맑음


아침 일찍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개성신협 건물 앞에 멈추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는 흰 바지에 하늘색 재킷 차림이었다. 안 계장이 전화를 걸어와 “신용등급 조회해야 합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나는, 신용등급이 1등급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말로 그런지는 알 수 없었기에 “신용등급은 바로 나옵니까?”라고 물었다. 안 계장이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기고 클릭한 후 키보드 자판을 두들기자 프린터기가 작동했다.


“나이스는 1등급이고 신용정보는 2등급이네요. 대단하십니다?”


정말로 1등급이었기에 한껏 기가 살아, 외치듯 말했다.

“거봐요, 내가 국보급 채무자라니까요!”


이어 안 계장이 “소득금액증명원도 좀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다. 곧바로 세무사 사무실 최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개성신협 팩스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잠시 후 전화를 걸어와 “작년에 대출이자 지출이 많아 소득이 마이너스인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뭐, 달라는데 속일 수도 없고. 보내세요?”


그리고 건물 감정을 받기 위한 감정료 10만 원도 송금했다. 이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으며, 친구 고 사장의 건축자금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기로 했다. 일전에 방문한 동진신협이 자기자본 준비금을 15억 원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또, 용인 빌라 건축 부지에 대한 농지전용부담금도 나왔다. 동업자 도진이 수원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내가 입금을 했는데 12,848,100원과 12,917,430원 2건이었다. 입금확인증은 출력 후 스캔해 자료로 보관했다.



https://youtu.be/KhugWK7CeWo?list=PL7IGv76tfCC-VozwgHFXueaG6cr1hJY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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