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건축 실패기
7. 루이비통 벨트
2017년 6월 25일 일요일, 오전 맑음 오후 흐리고 영등포 비
계양산을 내려오며 어제 전화했던 도진과 통화를 시도했다.
일어나기 전인지 잠긴 목소리로 “예 형님, 땅 주인 여자가 전화했어요. 돈 달라는 거죠. 실거래가 늦장 신고로 과태료 내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해서 알려 줬는데도 남편이란 남자가 또 전화해서 받아버렸네요. 형님에게 들은, 질 나쁜 흙 받은 것도 이야기했고요. 토목공사비 더 드는 것은 이해하는데 만약에 폐기물이라도 나오면 알아서 하라고 으름장을 놨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통화는 피렌체하우스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으나 중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토지 잔금을 지급하는 때가 개발행위허가를 득한 후인지, 건축허가를 득한 후인지는 계약서를 봐야 했는데, 오후 늦게 도진이 “건축허가 때 잔금을 내기로 했네요?”라며 계약서와 확인서를 사진으로 보내왔다. 토지 잔금을 구하지 못했는데 시간을 조금 더 벌게 되었다.
2017년 6월 28일 화요일, 맑음
도진은 현장소장 준열이 기거할 아파트 매매 잔금을 치르고 법무사를 통해 소유권 이전까지 마친 사실을 알려왔다. 내가 벤츠 SLK 로드스터에 주유하고 자동세차기에 들어갔다 나와 블루닉스 합주실로 가는 중이었다.
“한 시간 후에 도착하니 시간 되면 보자!”라고 말하고 밴드 합주실 근처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 “육번지 고깃집으로 와라”라고 정정했다. 육회 사시미에 소주를 한 잔 마실 생각이었다. 주인장이 “죄송합니다. 사시미 고기가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육회 비빔밥’을 주문했다. 그때 검은 재킷에 선글라스를 쓴 도진이 들어오며 “식사하시면 여기 주차장에 차를 둬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 그런데 뭐 (공용) 주차요금이 4천 원밖에 안 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모르지. 한 1만2천 원 정도 나온다면 고민하겠지만~”이라고 말하자 “그러긴 하죠, 만 원 이하는 물처럼 쓰시는 양반이라. 하! 하!”라고 웃었다. 그래서 9천 원 하는 밥값도 내가 냈다. 이때, 맥주도 한 병 추가했다. 식사하며 용인 빌라 건축사업 일정에 대해 공유했다.
합주는 만족할 정도로 사운드가 좋았다. 뒤풀이는 펀비어킹이었다. 주문한 치킨 등 안주와 음료수, 맥주가 나왔다. 팀장 정석이 도진을 지칭하며 “동생 오라고 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 뒤풀이 자리에는 와라”라고 했기에 오는 중이었다.
“화이어스타가 보컬을 구하는데 한번 해 볼래?”
정석의 제안에 6개월 동안 보컬 렛슨을 받은 도진이 망설이자, 내가 “어차피 팀이 연습하려면 보컬이 있어야 해, 잘못해도 좋으니까 한번 해봐.”라고 힘을 실어 주었다. 그래서 해 보기로 했고 술잔을 부딪쳤다.
그러니, 도진의 안양 주택 경매 매수사건 이후 공동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밴드 합주실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멘토처럼 믿고 의지하는 도진의 노력이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맥주를 한 잔씩 더 하고 ‘대리운전’을 호출했다.
2017년 6월 29일 목요일, 맑음
현장소장 준열이 초인종을 눌렀다.
일기를 글을 쓰는 중에 문을 열어주었다. 대화는 용인 빌라 건축 사업 이야기였다. 개발행위 허가가 나오지 않아 토목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 동진신협 현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천 피렌체하우스 잔여 공사비 및 용인 토지 매입비 확보를 위한 대출이 가능한지 타진하기 위함이었다.
현 팀장이 “기존 대출은 건축 대출이고, 지금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담보대출이라 기존 대출을 갈아엎고 다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감정료며 취급수수료 등 하면~”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이에 내가 “그렇게 할 거면 뭐 하러 전화했겠어? 지금 7억 상환했고, 곧 8억 정도 상환되는데 몇억 덜 받았다고 생각하고 빌려주면 안 되냐는 거지?”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안 돼요?”라는 현 팀장의 말에 “일단 무슨 말인지 알았어.”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고, “이번에도 딱 한 달 정도 기간 때문에 돈이 막히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듣고 있던 준열이 “어쨌거나 저는 8월 말까지 외상으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대답했다. 내가 “밥이나 먹으러 가세.”라고 말하고 보리밥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2017년 7월 8일 토요일, 흐림
인천 피렌체하우스 606호 아일랜드 식탁 위에는 소주병과 맥주 캔 몇 개가 서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산허리에서 밀려 내려오는 아침 바람이 알몸으로 거실 러그 위에 자는 나의 몸을 간지럽혔다.
일어나 컴퓨터를 켜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활동 로그’를 확인했다. 취중에 오해가 될 만한 댓글을 단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정신을 잃지 않았는지 깨끗했고, 스마트폰 통화 내역 또한 그랬다. 다행이었다. 이때였다.
주말에는 전화하지 않는 도진이 “충성! 뭐 하십니까? 형님.”이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의욕이 하나도 없이 그냥 있다. 나가기도 싫고 그렇다.”라고 대답하자 “그러실만해요. 분양이 절반 됐으면 그 현장은 사실 끝난 거거든요? 그러니 재미가 없을 만합니다. 그러면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 드릴게요. 의욕이 살아나실 겁니다. 거기 계시면 넘어갈게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흰색 벤츠 카브리올레 자동차가 인천 피렌체하우스에 도착했다. 하여, 함께 드럼 연습실을 거쳐 ‘뒷고기 식당’으로 들어가 주인장에게 “뒷고기가 무슨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몸이 좋은 남자 주인장이 “뒤로 나온 고기죠.”라고 말했다. 유통경로에서 ‘뒤로 나온 것이란 말인지, 뭔지’ 더는 묻지 않고 “그럼 그거 주세요.”라고 말하자 “예, 기본 3인분 드리겠습니다. 술은 뭘로?”라고 되물었다. 그러니 무료한 주말이 도진의 방문으로 약간의 활기가 생겼다. 그렇게 소주 4병을 비우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길에 올랐다.
도진이 배를 쑥 내밀며 말했다.
“형님 이게 70만 원짜립니다. 이거 하나 하세요. 술집에서 여자들이 이걸 보거든요?”
VL 알파벳이 엉킨 모양의 벨트가 보였다. 내가 “벨트가 70만 원? 진짜야?”라고 되물었다. 도진이 “아니 그럼 형님 가짜겠어요?”라고 타박하듯 말했다.
“아니 허리띠 튼튼한 소가죽이면 되는 거지, 70만 원이면 소를 잡아 벨트를 만들겠다. 나는 그 가격에 허리띠를 못 사겠다?”
그러자 도진이 “왜 이러십니까? 백만장자 형님께서. 그럼 시계는 왜 1천만 원이 넘는 롤렉스를 하세요?”라고 되물었다. 내가 “시계는 부품도 들어가고 만드는데 들어가는 수고가 있지만, 벨트는 아니잖아? 가죽 쓱 잘라 만들면 되는데, 70은 아니다. 지갑이면 몰라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도진이 “우헤헤헤~ 정말 납득을 못 하시네?”라고 말했는데 산행은 그런 식이었다.
내려와 초밥집 ‘에비’로 가 맥주를 주문했다. 얼마나 마셨을까? 술에 취한 도진이 거실 소파에 쓰러졌다. 이불 담요를 가져다 덮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