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6억4천만 원 낙찰받은 토지 접수

#디벨로퍼 라이프

by 김경만

4. 경매로 16억4천만 원에 낙찰받은 토지 접수


2015년 5월 1일 금요일, 맑음


현장소장 준열이 전화를 걸어와 “오늘 시간 되세요? 설계사 선배님을 모시고 인천 현장에 가려고요?”라고 물었다. 이에, “절단기 있어요? 열쇠를 끊어야 하거든요. 아니면 열쇠 업자를 부르든지?”라고 되묻자 “저에게 그라인더 있습니다. 그것으로 자르죠?”라고 대답했는데, 이번에는 전기가 문제였다. 그래서 “전기가 주위에 없는데, 아, 촬영할 때 쓰던 연장 전선이 있으니 가지고 갈게?”라고 대답하고, 곧장 옷장을 열어 청바지와 5연발 리볼버 가스총, 소유권을 증명하는 서류, 그리고 50m 전선과 트라이포드, 카메라를 챙겼다.

그러니 호박마차를 타고 인천 토지에 도착했을 때는 홀로 전쟁을 시작하는 배 나온 전사처럼 보였다. 군화 때문에 더욱 그랬다. 곧장 현장소장 준열의 등을 밀며 “고물상에 담뱃값 주고 전기 한번 꽂아?”라고 말해 고물상 콘센트에 전기를 꽂도록 했다.


“기이이이잉---”


토지 입구를 잠근 열쇠를 자르는 그라인더 날에서 불꽃이 튀었다. 나는 작업 광경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후일 혹시 생길지 모르는 분쟁을 대비해서였다. 그러므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도 촬영은 계속되었다.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니 콘크리트 위로 녹슨 철근들이 서 있는 현장이 나타났다. 지하층엔 물이 고여 있었다. 내가 동행한 건축사에게 “이렇게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 봤습니까?”라고 물으며 셀카 사진을 찍고, 출입문에는 7천 원을 주고 산 새 자물쇠를 채웠다. 그리고 “좋은 날이니 삼계탕이나 먹으러 가시죠?”라고 말해, 각자의 차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2015년 5월 8일 금요일, 맑음


내가 충식에게 “피렌체에 계시면 식사나 하시죠?”라고 문자를 보냈고, 곧 백반집 ‘온정’에서 마주했다. 식사 후에는 카페 [그루나루]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때 충식이 “인천 토지는 파시죠? 공사란 것이 변수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훈수했다.


“그럴 수 있지요. 그럼에도 지어 볼랍니다!”


내가 대답했는데 강한 거절이었다. 그렇게 충식과 헤어진 후 잠실 피렌체 빌딩으로 걸어오는 중에 우편집배원을 만났다. 인천 법원에서 발송한 행정심판결정서였다. 기다리던 내용이니 반가움이 컸다.


2015년 6월 1일 월요일, 맑음


6월이다.

새해 계획을 점검하고 현황을 파악해야 할 시점이었다.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하루 일정을 점검했다. 인천 구청 건축과에 들러 ‘건축주 명의 변경’에 대해 압박하는 것, 도봉산 아래 토지매매를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르는 일이었다.

아침 식사는 번잡하지 않았는데 어제 남은 잡곡밥을 찌개에 말아 먹는 것이었다. 옷장에서 여름용 감색 슈트와 빨강 넥타이를 골라 침대 위로 던졌고, 거의 한 달 전에 멈춘 롤렉스 시계의 용두를 꺼내 일자와 시간을 맞추었다.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전투에 앞선 전사처럼 일종의 의식으로, 적에게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애마 중 한 대, 호박마차의 먼지도 벗겨내야 했다. 그렇게 요란한 행차로 인천 구청 건축과를 방문했으나 “담당자가 연차휴가 중입니다.”라는 말처럼 망했다. 구청 건축과 담당자를 만나 포스를 보여주려고 1만 4천 원짜리 음료수까지 사 들고 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동료의 일을 봐주는 옆자리 공무원에게 “연락 전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메모를 남겨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토지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로 들어갔다.


“땅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이에, 여자 중개사가 “어! 사장님, 내놓지 않으셨어요? 한 달쯤 전에 매물로 돌았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내가 “무슨 소리입니까? 이제 법적으로 해결되었을 뿐인데요?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라고 말하자, “다른 부동산에도 내놓으실 겁니까?”라고 물었다.


“양타 치려고 가지고 있지 말고, 돌린다면 여기에만 내놓을게요. 그러나 안 돌리면~”

“걱정 마세요, 사장님, 내가 다 돌릴게요? 그런데 가격 조정은 안되나요?”

“왜 안 되겠어요? 조정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남은 커피를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씁쓸했다.


2015년 6월 10일 수요일, 맑음


세상에 공짜 돈은 없었다.

전업 투자자가 되어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깨달은 진리였다. 1천만 원을 벌려면 1천만 원어치 고통이 있고, 1억 원을 벌려면 1억 원의 고통이 있었다. 그렇기에 투자하고 고통이 심할 때면 ‘큰돈이 되려나 보다.’라고 위안 삼았다.


1시 30분, 인천지방법원 402호 심문실에서 채무자 겸 소유자였던 피고 염상섭과 마주했다. 70세 정도 나이로 보이는 조정위원이 “사건을 설명해 보세요.”라는 말로 조정이 시작되었다.


피고 염상섭은 할 말이 많았다. 특히 충식에게 주었다는 3천5백만 원에 대해 “저쪽에는 보여주기 싫고요, 이거 형사사건으로 갈 겁니다. 여기 보면 충식이 나 대리라고 쓴 것이 보이시죠?”라고 말하고, 종이를 조정위원에게 내밀며 “판사님(조정위원을 판사로 잘못 알고 있다)이 보시다시피 저는 원고를 대리한 충식에게 수표로 3천5백만 원을 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피고 염상섭의 진술에 나는 “그 서류가 사실이라면 소송 과정에서 주장해야 했으며, 또한 나의 위임장이 있는지 확인했나요? 나는 충식에게 그런 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조정위원은 원고와 피고를 번갈아 심문실에서 내보내며 나름대로 조정을 시도했다. 나는 미회수된 채권에 대한 승소가 확실함에도 피고의 변제능력이 의심스러워 자발적으로 ‘갚겠다’라고 한다면 금액도 감액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자발적 지불 의사가 없으면 승소해도 채권을 회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조정위원이 원고 나에게 “4천5백만 원 어떻습니까? 물론 피고에게는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의견을 말했다. 이에, “조정위원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받아들이겠습니다. 단 지급기일은 한 달 이내로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는데, 처음에는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습니다.”라고 밀당하다 마지못해 승낙하는 듯했다. 그러니 조정위원이 오히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피고 염상섭이 심문실로 들어왔고 밖으로 나오자, 조정위원이 원고 나에게 “피고가 충식을 만나 확인할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어쨌든 피고는 충식에게 3천5백만 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한 달만 기다리시죠? 제가 문자를 보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조정은 끝났는데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피고 염상섭과 이 사건 설계자인 임진태가 법정에 같이 왔으니 그렇다고 치는데, 토지를 매수하겠다고 기염을 토한 김영오도 함께 왔기 때문이었다. 나와 작성한 ‘매매 합의서’에 따라 계약 지연 손해배상금이 3억 원으로 불어나 있는, 이제는 채무자 처지인 영오는 갈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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