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토지 소유권 이전과 설계 계약

#동업건축 실패기

by 김경만

15, 토지 소유권 이전과 설계 계약하기


2017년 8월 17일 목요일, 흐리고 가끔 소나기

서재에서 시계를 보았다.

곧 모닝콜이 울렸고 샤워할 때 모차르트 ‘아, 어머니께 말씀드릴게요’ 주제에 의한 여섯 개의 변주곡 다장조 k 265번 곡이 흘러나왔다. 익숙한 작은 별 멜로디였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듯한 선율을 감상하며 청바지에 흰색 셔츠, 하늘색 재킷을 꺼냈다. 닥터 백 안에는 부적인 빨간색 가죽 서류 봉투와 만년필 필통, 다이어리를 담았다. 도진에게 부탁했던 모닝콜 전화를 받을 때도 이때였다.

인천에서 출발해 용인으로 가는 도중 도진을 만났는데, 영동고속도로를 달릴 때였다.


“형님 어디쯤 가셔요? 차 많이 막혀요?”


블루투스 기능으로 카폰이 연결되었다.


“중간쯤 온 거 같은데, 시간 내에 도착할 거 같다. 차는 그런대로 잘 간다.”

“하하! 저 형님 뒤에 있어요.”


도진의 말에 룸미러를 보니 벤츠 흰색 C200 카브리올레가 지붕을 오픈 한 채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오른손을 하늘로 치켜들어 흔들었는데,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 루프탑도 열린 상태였다.

“부아아아앙--”


도진은, 같은 장소에서 토지매매 잔금을 치러야 함에도 뭐가 그리 바쁜지, “조금 있다 봬요.”라고 말하며 휙 사라졌다. 다시 만난 곳은 용인구청 주차장이었다.


용인 피렌체하우스가 건축될 토지매매 잔금 일이다. 2층의 법무사 사무실에서 매도인 두 사람과 근저당설정을 할 은행 법무사, 소유권 이전을 할 법무사, 그리고 매수자인 나와 도진이 마주 앉았다.


“제가 도진 씨 아주 힘들게 했어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까탈스러운 여자 매도자가 인사를 했다. 다소 짙은 화장이었다. 까탈스럽다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음에도 상황 전반을 확인하고 지시하려는 태도였기에 그렇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김 대표님께 전화하라고 해서 그러려고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안 하신 거 잘한 겁니다. 전화했다면 아주 정신이 번쩍 났을 테니까요? 매도자는 그저 돈만 받으면 되기에 이러저러한 전화는 불필요한 것이거든요.”


나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토지 공유자인 조 감독 계좌로 잔금 1천만 원을 송금하는 등 거래를 끝냈을 때는 “언제 또 보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가 “좋은 거 있으면 알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 매도자인 조 감독은 그저 웃기만 했다.

취득세를 납부하기 위해 용인구청으로 향했다. 한 사람당 2천만 원이 조금 넘었다. 당연히 현금이 없으므로 신용카드를 이용했는데, 한 번에 긁을 수 없는 금액이어서 몇 개로 쪼개졌고 ‘승인 거절’이 나기도 했다.

“이거 쪽팔리네. 그래도 오늘 용인구청에 세금 4천만 원 낸 겁니다.”


나의 농담에, 취득세를 납부받기 위해 카드를 쥐어 든 공무원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장내 웃음바다가 되었다. 내 카드는 도진 분 납부에도 이용되었는데 그 금액은 27,370,000원이었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므로 맛있는 브런치가 먹고 싶었다.


“쌀국수 드실래...”


도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곧장 중국 요릿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되려면 몇 분 남아 있는 탓에 한가했다. 주문받으러 온 여종업원에게 “동파육 됩니까?”라고 물었더니 어눌한 말투로 “안 돼요.”라고 대답했다. 중국인 여자였다. 이에 도진이 “형님, 이연복 가게 가야 먹을 수 있어요.”라고 놀렸다. “그러게~”라고 동조하며 종업원에게 “메뉴판 줘 보세요?”라고 말하고 라조육과 볶음밥을 주문했다. 도진이 “맥주 한잔하실래요?”라고 물을 때도 이때였다.


건축설계 계약을 위해 설계사무소 ‘트러스트’에 들렸다. 나는 피곤이 극도에 달했기에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드러눕다시피 했다. 그러다, 임 소장이 다가오자 몸을 일으키며 “돈은 건축자금 나오면 집행한다고 해도 계약서는 써야 할 거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임 소장이 “가로수는 자르는 거보다 이식이 돈이 적게 들어요. 그러니 그쪽으로 알아보거나 옆으로 움직이도록 해 볼게요.”라고 말하며, 도진에게는 “설계 변경하려면 나에게 해야지, 왜 과장에게 살살 부탁하고 그래?”라고 나무랐다. 가오가 좀 상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저 듣기만 했는데, 5층 복층 거실을 위층까지 개방한 것에 대한 문제였다.

“복층은 막지 않으면 겨울에 춥고 여름엔 덥고 그래요. 부자들에게 파는 복층이야 그런 거 상관없지만, 여기는 그런 사람 상대로 파는 게 아니라 계단에 문이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다 그거 알고 설계를 한 겁니다.”

이에 내가 “대류 현상이니 그렇겠죠.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으니 그건 그냥 하시죠?”라고 말했다. 연료비나 전기료는 겨울 3개월, 여름은 잠깐이므로 펜션 같은 복층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설계비는 7천5백만 원, 지급은 은행 대출이 나오면 70%, 준공신청 시 30%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3천 평 토지 그거 괜찮아요.”


임 소장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도 썰을 풀었고, 나의 사각 인감도장을 보더니 “나도 도장을 선물 받은 게 있는데. 상아~라고 말하며 일어서 사무실로 들어가 가지고 나왔다. 아직 이름을 새기지 않은 재료 상태였는데, 윗머리 조각 부분이 부서져 내렸다.

“상아는 아닌 거 같고 돌 같은데, 조각은 또 다른 재질로 만들어 붙였네. 이거 도장 찍다 부서지면 가오 상하는데?”


내가 염장을 지르며, “계약도 했으니 기념사진 한 장 찍으시죠?”라고 말했다. 임 소장이 “현장에서 찍어야지?”라고 하며 사무실 앞에 섰다. 이것으로 설계 계약도 끝냈다. 모두 ‘신용’으로 이뤄진 계약이었다.

설계사무소를 나와 구청 주차장으로 가던 중 도진이 “오늘 술 한잔하시자고 하셨는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게. 술집이 문을 열 시간이 아니잖아?”

“전화를 한번 해 볼게요?”


도진이 단골 횟집에 전화하더니, “다섯 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래요. 그러면, 저의 집 근처로 가실래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의 시동을 걸며 말했다.


“많이 피곤하니 오늘은 그냥 가자!”


무사히 인천 피렌체하우스에 도착했다. 얼굴에 바른 BB로션을 벗겨내고 침대에 누웠다. 은행 전화가 올 것 같아 스마트폰은 옆에 둔 상태였다.

곧, 어제 아침에 들린 은행에서 “새마을 금고입니다. 대출은 실행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대출 불가를 통보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잠을 청했다.

“너무 오래 주무시면 저녁에 잠을 못 주무시는데?”


이번에는, 도진이 박혁수 이장으로부터 1억 원의 투자금을 송금받은 것에 기뻐서 전화했다.

“이 나이에 그걸 모르겠냐? 그렇지 않아도 은행 전화를 기다리느라 깊은 잠은 못 잤다.”

잠이 달아났으므로, 세탁물을 세탁소에 맡기고 ‘돈치킨’이라는 상호의 치킨집 문을 밀고 들어가 “튀김기 온도 올렸습니까?”라고 물었다. 주인장이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죠.”라고 대답했는데, 닭이 튀겨지는 동안 신문을 읽는 주인장의 모습에서 직장 생활의 흔적이 보였다. 그래서 물었더니, 화덕에서 노랗게 잘 구워진 로스트 치킨을 담아 내오며 “은퇴하고 시작했죠, 벌써 18년 되었네요.”라고 말했다.

홀로 앉아 생맥주에 치킨을 뜯었다. 자산이 늘어난 날의 파티치고는 너무도 소박했다.


“맥주 한 잔 더 주세요.”

주인장은 다행히 새 잔에 맥주를 따랐다. 생맥주는 그래야 한다.


** 추신 :

강도진은 6년 후인 2023년 7월 31일. 나를 상대로 이 사건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며 “119,493,790원을 지급하라”라는 부당이득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방배동 아파트에 대해서도 가압류 했다. 당연히 강도진은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했다. 2심 판결 선고일은 이번 달 26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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