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건축 실패기
16. 토지 소유권 이전 축하파티
2017년 8월 18일 금요일, 맑음
침대는 고단한 육신을 포근하게 품어 주었다.
잠들기 위해 껴안았던 베개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잠을 깨운 것은 스마트폰 벨 소리였다. 동진신협 현 지점장의 대출 확정 소식이었다.
“사장님, 21억 원 대출에 이자는 그대로 4.5%로 하고요. 취급 수수료는 말씀대로 1%...”
“오, 좋은데, 그리고?”
“저희 건축자금 상환하고 7억 몇천이 남은 것은 용인 건축자금 에쿼티로 맞추는 조건입니다.”
“에이 나도 좀 써야지?”
“토지매입 자금도 대출받으셔야 해서 그 정도는 하셔야 하는데요?”
“토지매입은 어제로 끝났어, 소유권 이전 중이야?”
“네. 저희 것 쓰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4억8천 대출 된다고 했잖아? 알다시피 내가 돈이 없어. 개성신협에서 5억4천을 해 줘서 소유권 이전 한 거야!”
“아, 그런 조건이었으면 한 번 더 말씀해 주시지, 그럼 건축자금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토지 담보대출에서 건축자금으로 갈아타면 중도상환 수수료 0.5, 배신하고 다른 곳에서 건축자금을 받으면 1.5% 조건이 있어. 그러니 잘 비교해야겠지?”
“그러셨구나. 내가 바빠서 신경을 못 써드렸네요. 죄송해요. 건축자금이라도 저희 것 쓰세요?”
“잘해주면 못 쓸 것도 없지, 그제 시공사 계약을 했고 어제 설계사 계약도 끝냈어!”
“시공사는 어디? 인천 시공사인가요?”
“그렇지.”
“그러면 사장님, 죄송한데 한 번 들어오실 수 있으세요? 자료 되도록 다 가지고 한 번 들어오셔서 설명 부탁드려요?”
“그러지 뭐! 월요일 오후에 갈게!”
동진신협은 채무자인 나에게 걸어 놓은 낚싯줄을 팽팽하게 감던 중이었다. 더 감으면 줄이 터질 줄 알기에 급히 릴을 풀었다. 높은 금리와 2% 취급 수수료를 요구하던 태세를 전환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떠나 첫 번째 정류장인 토지 소유권 이전을 한 상태였다.
빌라 건축에서 토지 소유권을 가져왔다는 것은 사업 성공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것과 같다. 건축허가권자와 토지 소유자가 일치하면 은행을 통한 건축자금 조달이 편할 뿐만 아니라 업체도 안심하고 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안 계장님, 어제 담보 대출하느라 고생했는데 인사도 못 드려 전화했어.”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 참관을 위해 청바지에 국방색 셔츠와 연두색 재킷을 꺼내 입고 호박마차에 올랐다. 오른쪽으로 개성신협 건물이 보이자 전화했더니, “뭐 저야, 하는 일인데요. 감사합니다. 분양은 잘 되고 계세요?”라고 물었다.
“약간 답보 상태야. 다만 전세가 계약되어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오전 맑고 오후 흐림
“형님 충성! 식사하셨어요?”
용인 현장에 있던 도진이 전화했다.
그렇게 ‘사업부지 소유권이전등기 축하 술을 마시자’라는 약속이 이행되었다. 강 교수도 아내와 용인 현장 부지를 둘러보고 “와 대단하십니다.”라고 전화했었다.
“강 교수가 서 있는 곳에서 저 멀리 보이는 곳까지 다 내 땅이다. 하, 하!”
나는 그렇게 허세를 부렸는데, 안양 65평의 대지에 5층짜리 고시원 빌딩 피렌체하우스([꼬마빌딩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다.)를 건축했고, 인천 287.9평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6층, 35세대 다세대 공동주택을 건축했고, 지금은 1,050평 대지 위에 4개 동 32세대 다세대를 건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산 증인이 될 강 교수에게 한껏 허세를 부릴만했다.
낮잠에서 깬 나는 도진이 도착할 때까지 동네 골목을 거닐었다. 거미줄이 처지고 쓰레기가 쌓여 있는 낡은 빌라를 구경하며 “나도 자칫 했으면 이런 곳에서, 살아갈 뻔했는데.”라고 생각했다.
도진이 물었다.
“그럼 형님은 언제부터 (주거환경이) 올라온 거예요? 하남 땅 팔고부터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반지하 월세를 꽤 오랫동안 살았지. 집을 키우면 지출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애들이 클 때까지도 그랬어.”
“대단하시네요?”
“대단한 거는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니 주거환경에 대해 불만이 없었던 거 같아. 워낙 가난하게 커서 말이야.”
“그럴 수도 있죠, 저도 그 윗집 비가 새는 스레트 집에서 살았었잖아요?”
“아마 쾌적한 집에 살았었다면 그렇게 절약하지 못했을 거야. 인간이 그렇거든.”
대화하며 깔끔한 인테리어와 일하는 사람들도 부지런한 ‘우삼국’으로 들어섰다. 갈빗살 3인분을 주문하고 셀프 바에서 몇 번에 걸쳐 야채를 가져왔다. 옷을 멋스럽게 차려입은 여자들 한 무리가 뒤로 자리했다.
“보험을 하거나 교회 전도사 분위긴데?”
내가 진단하자 도진도 “그래 보이네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고기는 더 추가하지 않았다. 도진이 “순두부찌개 하실래요?”라고 물었다. “그래 밥 한 공기 나눠 먹자.”라고 말하고 식사 후, 초밥집 ‘에비’로 향했다.
소주 한 병과 생맥주 몇 잔을 마시고 피렌체하우스 606호로 올라왔다. 냉장고에 있는 캔 맥주를 꺼냈다. 이때였다. 도진이 배가 부른 벽 도배를 보며 “형님 다음에는 석고를 쳐야 해요. 도배를 다시 하라고 하세요.”라고 말하며 “여기 전기나 설비는 얼마를 주셨어요?”라고 물었다.
공사비 지급 내역서를 보여주었더니, “설비도 비싸고 전기는 정말 비싸게 했는데요? 무려 1억 정도 더 비싸요?”라고 말했다.
“내가 말 했잖아? 나중에 3, 4억이 추가 되었다고.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냐? 소장은 저 나름대로 애쓴걸? 그래서 이번 건축에서는 다잡자는 거야. 달라는 대로 주면 우리가 미쳤다고 건축하냐? 업자들만 좋은 일 시키는 거지?”
“그게 남는 건데요?”
“그렇지. 나도 지금은 계산이 복잡해서 남고 뭐고, 없다. 이건 이걸로 정리해야 해. 야, 그건 그렇고 피곤하다. 자자. 너도 자고 새벽에 가라. 대리비도 아깝다!”
“에~ 형님이 듣기 싫은 이야기는 싫어하시는구나?”
“응, 나는 지나간 이야기 듣는 거 싫어해. 오늘과 내일만 이야기해라. 다음부터 회의는 짧게 술자리는 길게~다.”
6시간이 넘게 술을 마시고 같은 스토리를 반복해 듣다 보니 피곤했다. 도진이 “제가 말이 좀 많나요? 박혁수 이장도 그렇게 말해서요?”라고 물었다.
“네가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야. 나도 그래서 일기와 대화를 하지.”
어둠 속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달려왔다. 조수석에 도진을 태운 벤츠 C200 카브리올레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에게도 자유가 찾아왔다.
https://youtu.be/O0mNe3MUoIQ?si=BJp9Tm2sNKxaqv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