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건축자금 43억2천만 원 인정

#동업건축 실패기

by 김경만

2. 건축자금 43억2천만 원 인정


2017년 9월 1일 금요일, 맑음


용인 건축자금 대출 상담은 개성신협에서 3시 30분에 있었다. 갑자기 당이 떨어지는 허기를 느껴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 출발하려고 했으나 중국집 문이 자전거를 묶는 열쇠로 잠겨 있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용인 건축자금 대출을 상담했다. 내가 “지하 주차장에 4층은 복층이야, 그러니 건축비는 좀 인정해 줘야지?”라고 설득하면, 안 계장은 “그 정도면 고급빌라네요. 평당 450만 원 건축비 인정하고요, 17억5천만 원 건축비에 토지 감정가 4억1천. 땅값 감정가격에서 80% 더 대출하면, 음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3억5천만 원 준비하시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즉, 공동투자자인 나와 도진이 각 3억5천만 원을 준비하면 준공할 때까지 건축비를 대출해 준다는 것이다. 다만 시공사인 신우건설 신용도가 ‘CCC’급이 나와 대출금리가 7.5%로 올라갔다. 그렇게 대출에 필요한 준비서류 목록을 받아들고 개성신협을 나왔다.


“형님 아예 사업자등록증을 찾아오죠?”


도진의 말에 “인터넷으로 되던데?”라고 되물었더니 “처음에는 직접 가서 찾아오고 그다음부터 재발급은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서인천세무서가 이 이 근처에 있던데.”


나의 말에 도진이 구글 검색했다. 작전역 건너편으로 걸어갈 거리였다.

“기념사진 한 장 찍어라!”


세무사가 사업자등록증을 대리 신청하면서, 두 사람의 사업장을 구분하기 위해 [피렌체하우스-김경만], [피렌체하우스-강도진]으로 신청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그렇게 주택신축판매업 두 번째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들고 도진에게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스마트폰을 건넸더니 사진을 찍은 후 “저도 찍어주세요. 전 제 이름으로 첫 주택사업 기념.”이라고 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저축은행 과장 영준의 전화를 받을 때도 이때였다.

“사장님, 잘 계시죠? 저야 늘 사장님을 응원하는 거 아시죠? 요즘 건축자금 대출이 거의 스톱 되었는데 사장님은 어떻게 하시고 계시는지 걱정이 되어서요. 제 생각이지만 당분간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은행권이 빌라 건축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강북 모 은행에서 터진 3백억 원대 빌라 부실 담보 문제 때문이었다. 법무사 사무장까지 연루된 사건으로 선순위 임차인이 있음에도 서류를 조작하거나, 감정가격을 부풀려 부실 대출을 하게 했다. 이 사건으로 모든 은행에 ‘빌라 대출 주의보’가 떨어진 것은 당연했는데, 아마 나의 인천 피렌체하우스 대환 대출도 그래서 더 힘들지 않은가 생각되었다.


“나도 그런 사정은 들었는데, 그건 감정가 부풀려서 대출받는 선수들 이야기고, 난 감정가격을 부풀릴 방법도 모르고 오히려 감정가가 건축 원가보다 낮아서 문제인데 뭐! 그리고 내 신용 안에서 대출해 작업해 가니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영준이 “그러시다면 다행이네요. 그리고 사장님. 전화 한 김에 농협 근저당이 1순위이고 2순위 처분금지가처분이 있어요. 3순위는 가압류이고요? 이럴 경우. 처분금지가처분권자가 소유권 이전소송 승소했는데 근저당을 대위변제하고 소유권 이전 하는 게 나아요? 아니면 가처분금지로 소유권 이전하고 농협 근저당 대위 변제하는 게 나아요?”라고 물었다.


“후순위 가압류는 말소되니 그냥 소유권 이전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가압류권자 처지에서 받는 데미지는 같고?”

“아 네, 저도 그래서 복습 차원에서 여쭤봤습니다!”

몇 년씩 만나지 않아도 이렇게 생각해주는 것이 ‘우정’이 아닌가 싶었다.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허가를 득하고 건축자금 대출까지 논스톱으로 달려온 시간이었다. ‘바다와 육지’ 실내포차에 앉아 새우+광어회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 새우 껍질을 벗기며 소주잔을 부딪쳤다.


도진의 자금 덕분에 사업이 지금까지 진행될 수 있어서 고마웠다. 2차 초밥집 ‘에비’에 이어 “노래 한 곡 할래?”라며 3층 ‘7080’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키가 큰 여자 사람이 인천 피렌체하우스 건축주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 또 한 여자 사람은 다른 여자인 줄 알았는데, 겨울에 다리에 깁스한 여사장이었다. 그래서 “그땐 홍콩 배우 양자경 닮았었는데, 오늘은 전혀 다르네요? 그래서 몰라봤어요?”라고 답사했다.

테이블에 마른오징어와 병맥주가 올라왔다. 도진이 보컬 레슨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무대로 올라갔고 나도 드럼 스틱을 집었다. 그러다 지치면 들어와 맥주를 마셨는데, 직장인 밴드 1주년 기념행사를 이곳에서 해도 될 것 같아 “하루 빌리려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물었다.

“외부 음식은 되는데 테이블당 술과 과일 안주 정도는 팔아 줘야지.”


여주인의 말에, 아직 결정한 것이 아니기에 정확한 가격은 묻지 않았다.

“캠핑장도 만들죠? 정자도 지어주고!”


도진이 빌라 건축 단지의 차별화에 대한 의견을 냈다.


“캠핑장은 괜찮은데 정자는 좀 아니다. 차라리 알루미늄으로 된 고급진 캠핑카가 있는데 그거 사다 놓자?”

늙은 여인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용인 피렌체하우스 동업 건축주들은 그렇게 건축 콘셉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영업이 끝나자 그만두었다. 새벽 2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노래 세곡당 만 원. 12만 원!”


나의 서식지를 꼬치꼬치 캐묻는 늙은 여우가 술값을 말했는데, 항상 바가지 쓰는 느낌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도진은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했다.


2017년 9월 2일 토요일, 맑음

빨래 바구니에는 어제 입었던 옷들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정오가 넘어간 시각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부우우우우응-”


먼지를 뒤집어쓴 빨간 스포츠가 배기음을 토했다. 스카프를 목에 감고 루프 스위치를 들어 올려 지붕을 오픈했다.


“감리계약을 해야 하는데 어제 형님 도장을 받아 오지 않았네요? 일어나시면 퀵으로 보내주세요?”


도진의 문자를 받고 드라이브 삼아 용인 건축현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도착했을 때, 마침 퇴근하려는 토목공사 사장의 아우디와 엇갈렸다. 토목 사장이 거수경례하듯 인사하며 지나갔다.


시작이 반이었다. 얼마 전까지 풀이 우거진 1,100평 현장은 빌라 4개 동, 32세대를 건축하기 위해, 덤프트럭 600대 분량의 흙을 반출하고 토지를 계단식으로 평평하게 만들어 놓았다.


“야, 벌써 일 절반 했네. 여기까지 한 게 어디야?”


내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하자 도진도 신이 나 “그렇죠, 형님! 그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말입니다?”라고 으쓱했는데, 도로 아래쪽으로 물이 많이 내려와 개울을 이루었다. 물길을 깊이 내야 할 것 같았다.

“한 과장, 자네 일거리 중 하나는 사진 찍는 거야. 사진 한 번 찍어 봐?”

그렇게 나는 절토한 토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도진이 “이제 가시죠? 박혁수 이장이 배즙을 형님도 드린다고 가져가래요?”라고 말했다.


“그래? 저녁도 먹어야 하니 가자!”


한 과장은 열 살 아래의 여자친구와 데이트가 있다며 떨어졌다. 도진이 “한 과장이 능력자라니까요?”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나는 “능력자가 아니고 그년이 여우지, 지 또래 만나봐야 맨날 닭발이나 먹으니 어차피 노는 거 돈 있는 놈과 노는 거라고!”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에 한 과장이 “맞습니다.”라고 맞장구치자, 도진이 “말이 그렇게 되나요?”라고 말하고 웃었다.

도진의 에쿼티 투자자인 박혁수 이장의 빌라까지 거리는 7km 정도 되었다. 배즙을 트렁크에 넣고 식당 ‘돌담집’으로 향했다. 메뉴는 황태구이와 된장찌개였다. 폴딩 창 너머로 하천과 풍경이 어우러져 그림처럼 멋스러운 식당이었다. 이때였다. 박혁수 이장이 식당 사장에 대해 “여기 사장이 이런 거 잘해. 지어서 팔아먹고 그러지. 하천도 불하받은 거야?”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인정했다.


“이쪽에 특화된 능력자네. 건물도 상당히 감각적이고.”



https://youtu.be/O0mNe3MUoIQ?si=fHBf69SsMdUEHc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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