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공사 선정

#디벨로퍼 라이프

by 김경만

5. 시공사 선정


2016년 7월 1일 금요일, 오전 흐리고 오후 비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했다.

설계도와 가설 전기 공급신청서가 도착해 있었다. 설계도를 현장소장 준열에게 메일로 전달하고, 서울보증보험 45만 원짜리 가설 전기 보증증권을 신청한 뒤 전자서명도 했다. 그리고 인천 건축 토지에 인접해 있는 [한빛 부동산] 중개사무소 팩스 번호로 사업계획서를 밀어 넣었다. 드럼 음악학원에 가기 전, 자신을 [한빛 부동산]이라고 소개하며 “사장님, 토지 팔렸어요?”라고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아, 잘 계셨어요? 토지는 안 팔렸어요. 지으려고요!”

“왜요? 파신다고 하시고선?”

“산다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 봤는데 하나같이 능력이 없더군요.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니 이제 오기가 생겨서 짓기로 했습니다. 별것도 아닌 것들도 건축한다고 돌아다니는데, 나라고 못 할 것 없잖아요?”

“하하, 쭉정이들이었나 보다.”

“네. 양복만 번드르하게 입었지 아주 거지들이더라고요!”

“그래요, 지어도 괜찮아요. 여기 문제 될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손님이 한 명 있어서, 파신다면 연결해 볼까 해서요?”

“꼭 사야 한다면 22억 주라고 하세요. 그러면 팔겠습니다.”

“전에는 18억 5천이라고 하셨는데?”

“그땐 지을 생각이 전혀 없던 때였죠. 지금은 대충 분양수익 계산해 보니 10억 이상 남는데 당연히 올려 받아야죠. 안 그래요?”

“흐흐, 그럼 인정인가요? 아니면 수수료는 어떻게?”

“수수료요. 당연히 따로 드리죠. 하와이에서 푹 쉬고 오게 해 드릴게요.”

“정말이죠? 좋아요!”

“사업계획서 팩스로 넣어 드릴 테니 번호 불러 보세요.”


팩스를 보냈으나 송신되지 않았다. 그래서 JPG 파일로 스캔해 스마트폰 문자에 첨부해 보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인천 토지에 관심을 보이며 전화를 걸어 온 또 다른 중개사를 만나기 위해 커피숍 [블랙 콩]으로 걸어갔다. 얼굴을 모르기에 전화를 걸었더니, 미처 연결되기도 전에 짧은 머리의 남자가 “인천 토지주 사장님이시죠?”라며 말을 걸어왔다.


나이는 50대 중반쯤 되어 보였고 이름은 ‘복남’이었다. 주위로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이 한 무리가 있었는데, 순천에 적을 둔 건설회사 대표 진성과 “은행 지점장을 하고 지금은 이렇게 명함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남자, 그리고 법무사였다. 복남이 “토지를 보러 갔는데 누가 문을 따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우연치 않게 백 회장이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그걸 지으려고 했다고 하더군요. 자기 지분이 45평 있는데 구청에 들어가 토지 사용승낙한 것을 빼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을 수 없다고 해요.”라며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셨군요. 문 딴 사람은 우리 현장소장입니다. 월 5백만 원씩 주기로 하고 소장을 시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백 회장이라는 백씨는 시골 동네에서 회장님, 회장님 하니 자기가 정말 회장인 줄 압니다. 내가 돈을 빌려주러 갔을 때는 나더러 회장님이라고 부르더군요. 그 사람은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토지 사용승낙서와 그 승낙서에 대해 공증까지 섰는데 뭘 어떻게 뺍니까? 그렇게 승낙서를 넣다 뺐다 한다면 어떻게 건축이 되겠습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보세요? 그리고 그 땅에 나도 지분이 있는 지분권자입니다. 그렇게 당당하면 나에게 들이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잖아요. 저번에도 점심때쯤 내 앞을 그냥 지나치더구먼요.”


나는 가방에서 두 개의 파일을 꺼내 놓고 돈을 토지에 투자하게 된 경위, 토지를 설계한 임진태는 구속되었고 바지는 채무자가 되어 소송당하고 있으며, 지분권자들에게는 경고성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사실도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가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건설사 대표라는 진성이 “그러면 월요일에 구청에 들어가 토지를 매입하면 건축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니죠. 이미 내가 공사를 하겠다고 실무관을 만나 이야기했는데, 토지를 사겠다는 사람이라고 찾아가면 내 가오가 서지 않잖아요. 토지를 사겠다고 이 사람 저 사람 가서 물어봐서 지금 땅이 걸레가 된 겁니다. 그러니 나와 같이 들어가서 건설사 대표 모시고 왔으니 알려 줄 것 알려 주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무슨 말이 나오지 않겠어요? 공사를 못 한다거나 하는 거요. 물론 내가 행정상 문제없다고 답변받은 녹음내용이 있습니다. 지금 들려 드리라고 하면 들려 드리지요. 어떻습니까?”


이에 부동산 중개사 복남이 “그게 맞겠네요. 거기서 준공이 문제없다고 하면 더는 물어볼 것도 없겠네.”라고 끼어들었다. 내가 “월요일 오후 1시에 토지 측량 입회해야 하니 끝나고 같이 구청에 가시죠.”라고 정리하고 왼손에 찬 롤렉스 데이저스트 시계를 보며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빗방울은 호박마차가 외부순환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거세졌다. 구리시에 있는 신우건설 김 대표와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늦어질 것 같았다. 현장소장 준열이 “저는 도착했습니다. 어디쯤 오십니까?”라고 전화를 걸어왔고, 도착하자 마중을 나와 “건설회사를 이제 막 만들었네요. 그래서 잘된 것 같습니다. 여기도 실적이 필요할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사무실 역시 아직 정리되기 전이었다.

신우건설 김 대표가 캔 커피를 내어 오며 “아직 이렇습니다. 드릴 것도 없고요.”라며 인사했다. 내가 소파에 앉으며 “이런 사무실이 진짜 일하는 사무실이죠. 겉만 번지르한 사무실들은 실속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블랙 콩] 커피숍에서 꺼낸 서류와 같은 것이었다.


신우건설 김 대표가 “계약금은 5천만 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약조건은 과세 부분과 비과세 부분을 나눠 도급계약서를 작성해야 할 듯합니다. 주택 부분은 공사비 13억으로 하고요. 비과세입니다. 그리고 4억은 오피스텔로 부가세가 있습니다. 갑근세 과세 기준은 10만 원이니 그걸 초과하면 원천징수를 해야 합니다. 산재·고용보험은 26,802,000원 나오고요.”라고 말하며 내용을 적어 가며 건축주인 나의 동의를 구했다.

“일단 은행에서 자금이 나와야 계약금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착공계를 넣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설계사가 전화를 걸어와 진척 상황을 물어볼 때도 이때였다. 옆에 있던 김 대표가 전화를 받더니 “시공사입니다. 월요일 뵙고 자료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소장 준열이 “이메일로 보내시지, 가시려고요?”라고 묻자 김 대표가 “처음인데 그래도 얼굴 정도는 봐야죠. 그래서 다녀오렵니다.”라고 대답했다.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고, 계약서도 바른 글씨로 꼼꼼하게 작성했다. 그리고 공사자금 입금용 통장에 대해서도 “회사 통장을 요즘은 바로 못 만듭니다. 계약서가 있으니 곧 만들어서 드릴 테니 그곳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게 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합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현장소장 준열이 “사진 안 찍으세요?”라고 물었다.


“찍어야지.”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문 앞으로 가시죠.”라고 말한 뒤 현판이 붙은 현관문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대표가 재미난다는 듯 “아, 유쾌하게 일하시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그럼요. 저는 진행 내역을 모두 기록해 두었다가 끝나면 공개합니다. 이번 것도 그렇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호박마차에 오르려는데 현장소장 준열이 “바로 가시려고요?”라고 물었다.


“왜? 서운해서?”

“큰일 하나 끝내서요.”

“오늘은 안 돼. 학교(방송대) 행사가 있어 도움을 줘야 하거든. 일찍 들어가.”


그렇게 호박마차는 다시 잠실 피렌체 빌딩을 향해 달리던 중 건축자금 대출을 연결해 주는 김영준 과장의 전화를 받았다. 영준이 “말일 결산 때문에 바빴습니다. 신협에는 당연히 자료 보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고 문제없이 일하실 것이라는 사실과 장문의 편지까지 써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간 내서 제가 모시고 가겠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멋지게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https://youtu.be/9cjvLRboYAE?list=PL7IGv76tfCC-Jm61zoh5QjWutLomb0v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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