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건축 실패기
11. 2차 기성금 지급과 건축현장 비리
2017년 11월 7일 화요일, 맑음
용인 현장은 3층 레미콘 타설 작업 중이었다.
컨테이너 사무실에서는 전 소장, 골재 재호, 동업자 도진이 머리를 맞대고 옥탑방 구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도진이 인사하며 물었다.
“여, 형님 오셨네. 옥탑방 천장이 낮아서 좀 높였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합법이야?”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럼 하지 마. 옥탑방은 생각보다 많이 쓰지 않을 거야. 아이들 있는 집이거나 손님이 오면 쓸 정도지, 너무 고민할 필요 없어. 그냥 공간으로 둬도 괜찮겠다.”
나 역시 옥탑을 ‘게스트룸’으로 꾸밀까 생각했지만 찾아올 사람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고, 1층 테두리를 감고 돌아갈 대리석 색깔을 지정했다. 그리고 골조 목수 오야지 재호에게 인천 [피렌체하우스] 옥상 크랙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임 사장, 옥탑이랑 난간대 부분이 금이 갔다면 골조가 잘못된 거지?”
재호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럼요.”
내가 말했다.
“그럼 골조 문제니까 공사비는 당분간 잠가야겠네?”
재호가 화들짝 놀라며 둘러댔다.
“네? 인천이 그래요? 거긴 바닥 치고 난간을 쳐서… 벌어질 수가 없어요.”
옆에 앉은 현장소장 준열도 거들었다.
“엘리베이터 계단 쪽이죠? 거기는 수평이 낮아서 물이 고입니다. 몰타르를 두껍게 부어서 그게 벌어진 겁니다. 골조 하자는 아니니까 보수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크랙이 몇 군데 더 있으니 그것도 보수하라고 해. 앞으로 짓는 주택은 여기처럼 지붕을 만들어야겠어. 방수는 이것도 스트레스야.”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도진에게 말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도진이 따라나서며 말했다.
“처음 밥집으로 정하려던 식당에 가시죠.”
백반을 먹고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버지 기한에게서 전화가 왔다.
“읍내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내 인생이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
장날을 맞아 읍내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기분이 좋아서 건 전화인 건 알았지만, 길게 받아줄 수는 없었다.
“아버지, 공사 현장이라 전화를 오래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끊도록 했다. 아버지는 말소리가 큰 탓에 버스 기사에게 “조용히 말씀하시라”라는 타박을 듣고 화가 났고, 아들까지 “버스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걸로 화내면 안 되죠”라고 편을 들지 않아 서운해했다.
현장으로 돌아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리고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개성신협 안 계장이 건네준, 도진 명의 건물의 화재보험 가입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 뒤 호박마차 트렁크에 실린 아이스박스에서 꽁꽁 언 장끼 두 마리를 꺼냈다.
“꿩 떡국 드시라고…”
박혁수 이장에게 한 마리, 도진에게 한 마리를 건네며 “전 소장도 줄까?”라고 말하자 전 소장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털을 뽑아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는 그만두었다. 덕분에 한 마리는 드럼학원 강사의 몫이 되었다. “한 번도 안 먹어 봐서 어떤 맛인지 궁금하긴 해요”라는 말이 이유였다.
2017년 11월 8일 수요일, 맑음
텔레그램에 도진이 보낸 문자가 와 있었다.
“연락 주세요. 기성금 지급일인데 형님이 연락이 안 되니까 안 계장이 걱정해서 전화했어요. 빨리 전화 주세요.”
나는 곧바로 안 계장에게 연락했다. 채무자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리자 공사비 8억 원이 집행됐다.
신우건설 김 대표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사장님, 관리비 8천만 원이 필요한데… 안 되면 6천이라도요.”
나는 잠시 계산하고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지급할 수 있게 준비했을 텐데, 갑자기 그러셔서… 얼마 정도 가능한지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고 도진과 통화해 “2천씩, 합계 4천만 원을 우선 지급하자”라고 합의했다. 다시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통보했다.
“일단 4천만 원 먼저 드립니다. 곧 4층 골조가 완성되면 그때 나머지 받으세요.”
“허, 허… 알겠습니다.”
김 대표는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급하다고 하더니 금세 수용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급해야 할 돈이었다. 나는 2천만 원을 입금하고, 현장 관리비 100만 원과 다음 주 레미콘 비용 10,879,440원도 함께 이체했다.
브런치는 순댓국이었다. 식사 후 개성신협 안 계장을 만나 도진이 자서한 화재보험 및 상조 가입 서류를 건네줬다. 드럼학원에 가려고 홈플러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을 건너다가, 강사에게 주기로 한 꿩이 떠올라 다시 발길을 돌렸다.
강사 상현은 호기심에 꿩을 받아 들고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걸 어떻게… 집에 가져다 두고 와야겠네요.”
2017년 11월 20일 월요일, 맑음
벽면에 연예인과 찍은 사진을 코팅해 붙여 놓은 식당이었다.
아침은 청정원 새우볶음밥이었다. 파프리카 몇 개와 계란을 넣어 풍성하게 먹던 중 도진의 전화를 받았다. 도진이 말했다.
“형님, 식사 중이시구나. 나중에 전화할까요?”
“아니, 괜찮아.”
나는 이어폰을 연결했다.
용인 건축 현장은 현장소장 준열과 건축주 도진의 전쟁터였다. 오늘 아침에도 지붕재 선정을 두고 한바탕 했다는 얘기를 전 소장을 통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도진에게 물었다.
“전 소장이 자료를 보내왔는데, 아스팔트 싱글이 전체 공사비에서 더 비싸다던데?”
도진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그게 말이 돼요? 그러면 누가 아스팔트 싱글을 합니까? 처마를 더 빼야 해서 골재랑 목수 품이 더 들어가긴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니에요. 처음엔 6천만 원 견적을 내더라고요. 지붕 미장은 1천2백이고요.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골조는 임 사장이 2천에 하기로 했고, 미장은 2백에 하기로 했어요.”
“왜 그런 견적이 나왔지?”
“전 소장이 임 사장에게 그렇게 견적을 넣으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임재호 만나서 ‘줄 잘 서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일이 이렇게 드러난 거죠.”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 소장은 왜 일을 그렇게 하지? 그럼 과거에도 그렇게 했다는 거잖아. 건축주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는 친구네. 내가, 전 소장은 빌라 현장소장을 더 배워야 한다, 바닥 단가를 알아야 한다고 알아듣게 말했는데도 안 되네. 이러니 사람 근본은 안 바뀐다는 소리가 나오지.”
인천 [피렌체하우스] 공사비 상승도 떠올랐다. 도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준열은 그런 방식으로 인천 공사비를 4억이나 올렸을 수도 있었다.
“걔는 돈을 지가 직접 쳐먹지 않았으니 착한 줄 알아. 건축주 멍들게 하면서 말이야. 업자들 배 불려주고 술 좀 얻어먹는 게 그렇게 좋나… 하여간.”
나는 씁쓸하게 통화를 마쳤다.
쳐내야 할 업자는 또 있었다. 분양 중인 인천 [피렌체하우스] 50*호 입주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사장님, 뭐 하나 여쭤보려고요. 건물 청소하고 계세요?”
“당연히 입주 전부터 하고 있죠. 그런데 왜요?”
“사실 저희 남편이 청소 업체를 하는데… 여긴 청소를 너무 대충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럼 잘됐네요. 1월부터 청소하세요. 아는 사람 주면 더 좋지.”
“아,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청소를 더 잘해줬으면 해서…”
“괜찮아요. 수준이 낮은데 ‘잘해라’고 해 봐야 싫어할 겁니다. 차라리 업체를 바꾸는 게 낫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바꾸세요?”
“그럼요. 그렇게 해서 제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실력이 안 되는 사람 붙잡고 잔소리하면 서로 피곤합니다. 바꾸는 게 맞아요. 그리고 입주자가 청소하면 더 좋죠. 다만 남편이 자존심 상할 수도 있으니 물어보고 답 주세요.”
수준은 남이 끌어올려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끌어올려야 생존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전 소장도, 청소 업체도. 그리고…!
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맑음
전화벨 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첫 번째 전화도, 지금 울리는 전화도 도진이었다.
“몇 시냐?”
“일부러 열 시 넘겨서 전화 드렸습니다.”
골조가 늦어지면서 다른 업자들에게도 대금이 지급되지 못해 현장이 ‘힘들어한다’는 보고였다. 며칠 후 골조가 완성되면 기성금이 지급되겠지만, 당장 급한 건 업자들의 마음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필요한 금액 보내 봐.”
도진이 곧바로 금액을 불렀다.
“1) 샷시 110,000,000 + 33,000,000, 2) 골조 50,000,000, 3) 전기설비 35,000,000, 4) 인테리어 80,000,000, 합계 275,000,000 + 33,000,000 = 308,000,000원. 일단 1/2인 154,000,000원 필요합니다. 그리고 3,000만 원은 샷시 사장이 돌려줄 거예요.”
자금 여유가 있었다. 용인 [피렌체하우스] 사업자 계좌로 이체한 뒤 신우건설 계좌로 송금해 기록을 남겼다. 창밖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감정은 거기서 끝이었다. 가슴은 메마른 사막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잠시 후 도진이 다시 전화했다.
“형님 충성! 뭐 하세요?”
하청업체 송금을 마친 뒤였다. 도진이 “김진수가 현장 왔다 갔어요. 가면서 밥값을 했는데, 다락 계단을 나무로 하지 말래요. 삐걱거린대요. 그리고 골조 업자도 계단 빠져서 이득이라고 했고요.”라고 말했다.
“어, 그러네. 계단에 원목을 붙이면 되긴 하는데… 맞아, 나무는 삐걱거리긴 하지.”
도진이 덧붙였다.
“그래서 전 소장한테 나무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형님, 전 소장이 캠핑카 가진 거 아세요?”
“캠핑카? 전 소장이 캠핑카가 있어?”
“네. 사진 보낼게요. 우리보다 더 잘 산다니까요.”
캠핑카는 ‘Adria’ 제품이었고, 전 소장의 보라색 BMW X6 견인 고리에 연결돼 있었다. 사진을 본 나는 말했다.
“허… 내 돈으로 샀네.”
나는 속에 쌓인 말을 뱉었다.
“전 소장의 문제는 그거야. 예촌주택 같은 곳은 관리비가 전체 공사비의 10~15% 정도 되는데, 그걸 아껴 준다는 생각으로 현장소장을 하면서 하청 단가를 후하게 쳐 주는 편이야. 그래서 업자들이 인사하고, 술 얻어먹고.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인데, 그게 지금 문제인 거야.”
도진이 맞장구쳤다.
“맞아요. 업자 편에 서잖아요. 누구한테 월급 받는데요. 형님 것만 짓는다고 해서 얼마나 빡쳤는지 아세요.”
월급 500만 원짜리 현장소장의 씀씀이치고는 꽤 큰 편이었다. 잘살고 있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건지도 몰랐다. 식사는 오늘도 청정원 ‘통새우볶음밥’이었다. 레시피도 어제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