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카라동물영화제 <위험한 취미>를 보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아주 신났네.”
첫째, 물에 사는 물살이는 (인간이 촘촘한 어망으로 멀쩡히 물에 살던 물살이를 물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면) 물을 ‘만날’ 리 없다. 둘째, 죽기 직전 물을 만난 물살이라면 ‘신날’ 리 없다. 인간다운, 지극히 인간다운 표현이다.
아가미를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고, 유선형의 피부가 땅에 쓸리도록 온몸으로 바닥을 튕겨내야 했을 테다. 죽다 살아나 물을 만난 이가 어떻게 신이 날 수 있을까. 자신이 살던 곳에 겨우 돌아가 숨을 토해내듯 몰아쉬는 모습을, 물밖에 서서 바라보는 인간의 눈에만 마치 ‘신이 난 것’처럼 보였으리라.
영화 <위험한 취미>는 하와이 바다를 중심으로, ‘관상어’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는지, 인간의 어항에서 시작된 수요가 해양 생태계와 지역 사회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담담하게 전한다.
어렸을 때, 다들 한 번쯤은 금붕어를 죽여봤으리라 생각한다. 금붕어가 필히 죽었을 테니, 키웠다는 말보다는 죽였다는 말이 어울린다. 나 역시 죽여본 적 있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동그란 어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금붕어의 눈과 입, 몸통이 왜곡되어 이상하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울렁울렁. 괴물 같았다. 내 ‘예쁜 금붕어’를 제대로 보기 위해 까치발을 들어 물 위에서 금붕어를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산소공급기가 뿜어내는 물방울에 왜곡은 마찬가지였다. 그 후로도 금붕어를 몇 마리 더 죽였지만, 금붕어와 진짜로 눈을 마주치는 건 어려웠다.
물살이와 ‘진짜로’ 처음 눈을 마주친 건, 아쿠아리움의 대형 수족관도, 횟집의 작은 수족관도 아니었다. 40여 kg의 온갖 장비를 하고, 훈련을 단단히 받은 채 동해 깊은 곳에 뛰어들었을 때다. 턱이 아플 정도로 호흡기를 꽉 문 채 잔뜩 긴장한 내 옆으로, 유선형의 몸 하나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지나갔다. 선명한 가로 줄무늬 선 위로, 작은 상처가 있는 작은 용치놀래기였다. 얼굴 옆으로 바짝 붙어 지나가던 그 물살이의 몸짓을 쉽게 잊지 못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에게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고 조언하는 게 우리 인간 아니던가. 하물며 물에 사는 물살이를 보려면 그 정도 ‘무게’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도심의 한 아파트 거실 한가운데, 혹은 쇼핑센터 한가운데서 물살이를 보려는 것은 ‘위험한 취미’이자 무모한 욕심이다.
다큐멘터리 위험한 취미, The Dark Hobby (2021)
2021|미국|73분|다큐멘터리|12세 관람가 |한국 프리미어
감독 폴라 포스 (Paula Fouce)
시놉시스
해양생태계의 미니어처인 수족관, 그리고 수족관을 집에서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사이즈로 줄인 관상어 기르기. 그런데 그 색색의 동물들은 어디서 왔을까. 이 영화는 모두 다른 해양생태계에서 살던 물살이들이 예쁜 색상 조합을 위해 한 어항 속에 살게 되는 과정의 불합리함과 청산가리마저도 사용하는 채집 과정의 위험성을 보여주며 수족관 운영과 관상어 기르기의 취미의 파괴적이며 비인도적인 측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유한다. (출처)
프로그램 노트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 도시 샌터바버라 연안에서 작업하던 시추선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검은 원유를 뒤집어쓴 채 죽어가는 해양생물의 이미지는 이듬해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되새기는 ‘지구의 날’을 선포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 분위기 속에 하와이는 1969년 미국 본토보다 빠르게 독자적인 환경보호 법안을 통과시킨다. 법안 제정 이후 반세기가 흐른 지금, 영화는 수족관 운영 및 유지를 위해 해양생물들을 서식지로부터 강제로 옮기는 과정에서 하와이를 포함한 여러 해양생태계에 어떤 일을 일어났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수족관에서, 또 취미용 관상어라는 이름으로 접하는 색색의 동물들은 청산가리를 산호초 주변에 뿌려 기절시킨 후에, 수면 위로 급격히 끌어올려질 때 압력 조절을 위해 부레에 구멍이 뚫리고, 운송 도중 비닐이 찢어지지 않도록 지느러미의 일부가 잘려나간 물살이들이다. “어류는 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 인간 사유 및 의식 표면 아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한 동물생태학자의 말이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황미요조) (출처)
제4회 카라동물영화제
온라인 상영 기간 : 10/23(토) 10:00 ~ 10/31(일) 23:59
온라인 상영관 : purplay.co.kr/kaff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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