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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Oct 06. 2023

최악의 환경 범죄를 목격하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 시셰퍼드 코리아 성명문 

2023년 10월 5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2차 방류가 '또' 시작됐다. 역사상 전에 본 적 없는 환경 범죄를 목격한 지 2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2차 방류가 시작된 것이다.


앞서 2023년 8월 28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비롯된 오염수가 우리나라 바다로 쏟아져 유입됐다. 일본 정부는 약 2주에 걸쳐 7800t의 오염수를 방류했다. 두 번째 방류는 우리가 사랑하는 얼굴들을 마주하고 앉고 있던 추석 연휴에 준비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5일 오염수가 또다시 바다로 쏟아졌다. 전 세계에서 전례 없는 핵오염수 방류라는 환경 범죄는 최악의 원전사고로 여겨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도 본 적 없던 행태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


탄소-14, 세슘-137, 코발트-60, 아이오딘-129... 삼중수소에 대한 괴담까지. 서로 맞다고 주장하고 있는 쏟아지고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헷갈린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면, 우리는 바다의 시선, 생태계의 시선을 지녀야 한다. 우리 모두가 나고 자란 바로 그곳의 시선 말이다. 


먼저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삼중수소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방류된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양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삼중수소가 포함된 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하고 있으며,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이 1년 동안 방류하는 삼중수소보다 더 많은 양을 방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계속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지는 못할망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정당화의 근거로 삼는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퇴보다. 무엇보다 삼중수소에 대한 괴담을 두려워하는 납작한 시선으로 후쿠시마 핵오염수 문제를 축소하고 싶지도 않다. 



오염수, 정체가 뭘까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원전 시설이 무너져 핵연료와 다른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혼합된 '오염수'가 생긴 것이다. 이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탄소-14 등의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남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주장하며 그렇게 표기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원자로 노심과 직접 접촉한 '오염수'와 원자로 노심과 직접 접촉하지 않은 원전의 정상적인 '처리수', 즉 '배출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적극 반박한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다핵종제거설비로 거른 오염수에는 일반 원전의 배출수에 포함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이 있어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대안을 찾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일본 정부는 당초 100분의 1로 희석 처리를 해 방류하겠다고 했는데, 이내 그 기준은 40분의 1로 낮춰졌다. 안정성에 대한 기준이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보인 셈이다. 사실 바다에 '버리겠다'는 전제가 곧 그 자체로 희석을 의미하기에, 희석에 대한 논의는 오염수의 안정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준이다.


오염수 방류로 비용 절감을 꾀하려는 일본이 만든 '정화' 및 '처리' 기준을 더욱 보수적인 근거로 적극 검토해야 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국민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다.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게 아니라는 말이다.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소속 방사능 연구·교육·혁신센터장 토니 후커는 지난 7월 영국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 미디어센터와 한 인터뷰에서 "이미 바다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바다를 더 이상 쓰레기통으로 쓰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오염수를 희석하는 것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언제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지극히 정치적인 


국회 의안기록정보시스템에서 확인되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국회 안건은 모두 7건뿐이다. 일본이 2021년 4월 13일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내렸을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가세해 모두 한마음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규탄하는 결의안을 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태도가 돌변했다. 2년 전만 해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일본 따위에게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과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지극히 비과학적이며 정치적인 처사다.


1984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방사능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핵 폐기물 방류에 극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우려를 무시하고 가장 손쉽고 저렴한 처리 방식 '방류'를 선택하고 있고 옆 나라 대한민국 정부는 그를 두손두발 들어 반기고 있다. 심지어 일본 수산물 수입량 1, 2위 국가였던 중국과 홍콩마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환경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과 우리 정부만이 핵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담보한다.



생선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착각 

             

동해 바다에서 폐어망에 걸린 채 죽어 있는 물살이 ⓒ 시셰퍼드코리아

 

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수산물 소비 활성화 예산을 1338억 원으로 잡았다. 올해의 640억 원보다 약 2배 이상 확대한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건으로 비판을 받은 정부가 자랑스레 내세운 것은 고작 "수산물 소비 지원 대책"이다. 정부의 이런 대책은, 쏟아지는 오염수 앞에서 우리가 염려해야 할 가장 크고도 유일한 문제가 마치 어민의 단기적인 생계 유지 혹은 수산물 소비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매우 멀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해양을 만들어 가기 위한 국제적 노력과 정반대의 행보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 파괴가 계속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생태계 보호를 궁극적인 목표에 두지 않고 단기적인 생계 지원금이나 소비 활성화와 같은 대책만을 내세우는 정부의 움직임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일하고 먹을 권리를 보장하지도 못하는 정치적 퇴보를 '대책'이라 부를 수는 없다. 


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방치한 것에 한술 더 떠, 그에 대한 대책이랍시고 금어기(특정어종 포획·채취금지 기간) 폐지를 포함해 어업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어업에 적용돼 온 1500여 건의 규제가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해당 규제들은 바다 생태계와 어민 모두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이마저도 없애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책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상황에서 생태계 오염을 더욱 가속하는 행위다.


2023년 3월, 국제연합(UN)은 공해를 포함한 전 세계 바다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국제해양조약에 합의했다. 미국도 해양포유류보호를 강화하고 있으며, 그 흐름에 따라 수입국에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동등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수산물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혼획 저감 조치 및 해양포유류 보호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허울뿐인 '해양 생태계 보호'가 아닌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방지하지 않고 오히려 금어기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시하고 역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국민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먹을 권리를 적극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저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수산물 소비 지원'이라는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바다를 위한 국제적인 흐름을 따르는 대책을 채택해야 할 때다. 


             


시셰퍼드 코리아는 한국 정부에 묻는다. 정부에 바다는 오로지 안전하게 생선을 꺼내 먹을 큰 수족관일 뿐인가? 


그렇다면, 정부는 위기에 처한 해양 생태계 상황과 긴급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산업계와 수산물 소비자만을 이야기하는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 방류 결정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볼 생물들 그리고 바다 생태계를 주체로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소비 촉진'과 '지원'이라는 사실상 입막음과 같은 대책 뒤에 숨을 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태계, 일자리를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바다를 '보호'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바다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영겁의 삶과 죽음이 이어지는 생태의 영역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는 전 세계, 나아가 모든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며,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했던 모든 국제사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도 시셰퍼드 코리아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고,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통한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거듭할 것이다. 





이 글의 원문인 시셰퍼드 코리아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대한 성명문은 

오마이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omn.kr/25w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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