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기후변화 운동 피켓 문구, 청소년 기후변화 운동
'지구가 아파요', '지구를 지킵시다', '환경보호'라는 말은 어쩌면 참 거만하다. 어리석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 중심적이다. 누가 누구를 지킨다는 말인지? 지구는 약 46억 년을 살았고, 그중 인류가 지구를 '차지한' 시간은 0.004%뿐이다. 지구 기온이 1.5도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인간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구는 지금보다 평균 기온이 6.1도 낮았던 빙하기에도 문제없이 살아남았다. 단지 그 땅 위를 살던 공룡들만 멸종했을 뿐.
앞으로 1.5도가 올라도 지구는 놀랍도록 괜찮을 것이다. 어느 날 지구를 박살낼만 한 우주 행성과 충돌하지 않는 이상, 어쩌면 지구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과 멸종을 묵묵히 목격할 것이다. 문제는 인간, 인류다.
인간은 새로운 지질시대를 마주했다, 아니 만들었다. 우리 세대는 인류세 Anthropocene를 살아가고 있다. 인류는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오염물질을 바다로 흘러 보내고, 탄소를 내뿜으며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이는 지구의 환경체계를 급격하게 변화시켰고, 그 대가로 우리는 우리의 멸종을 재촉하는 위협과 맞서 싸우게 됐다. 이상기온, 폭염, 태풍, 쓰나미, 전염병, 코로나 19.
그래서 '지구를 보호합시다', '북극곰을 지킵시다'라는 말은 참 진부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지구를 왜 지켜? 우리(아이들, 운 좋게 내 세대 그리고 지금의 기성세대는 괜찮을 수 있다. 그다음이 문제다) 목숨이나 잘 지키자. 우리 발등 위에 떨어진 불이 우리 온몸을 불태우기 전에, 얼른 밟아 끄자. 10대의 환경운동을 보면 그래서 숨통이 트인다. 지구를 보호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나 좀 살자고 솔직하게 말해서.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YOU'LL DIE OF OLD AGE, WE'LL DIE OF CLIMATE CHANGE.
어른들은 나이 들어 죽겠지만요. 저희는 기후위기 때문에 죽어요.
LIKE THE OCEANS, WE RISE
해수면이 오르는 것처럼, 우리도 들고일어나는 거야
IF U WERE SMARTER WE'D BE IN SCHOOL.
당신들이 똑똑했으면, 우리도 학교에 있었겠지.
전 세계 10대는 금요일마다 학교를 가는 대신 기후위기 시위에 참여했다. 이름하야 미래를 위한 금요일 School Strike for Climate, Fridays For Future.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몇몇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툰베리는 어쩌면 유럽에서 태어나 다행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학교에 가지 않고 기후위기 시위에 참석하는 청소년들 두고 '스펙 쌓으려고 그러는 거지?', '어이구, 학생이 기특하네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고 한 마디씩 거드는 '어른'들이 있으니까. 그런 어른들에게 하면 좋을 말 "당신들이 똑똑했으면, 우리도 학교에 있었겠죠"
USE LESS PAPER 종이를 아껴 씁시다!
전형적인 시위 모습은 크고 화려한 천막, 눈길을 끄는 포스터, 고막이 찢어질 듯한 고함과 행진이다. 근데 10대들의 환경운동엔 이런 귀여운 피켓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Still Want to go on holiday?
이래도 휴가 가고 싶어?
일상 속 쓰레기를 피켓에 직접 붙였다. Genius!
I LIKE MY FRIES HOT, NOT MY PLANET
나는 내 감자튀김이나 뜨거웠으면 좋겠어, 내 지구 말고!
그들이기에 할 수 있는 위트와 문화가 담긴 것 같다. 귀엽다
Our Planet is Hotter than TIMOTHEE SHALAMET
지구가 티모시 샬라메보다 핫하다
So bad, even introverts are here.
진짜 심각하다, 나 진짜 내성적인데 시위에 나오게 하다니.
Earth Will Survive Climate Crisis, We will not
지구는 기후변화에도 살아남겠지만, 우린 아니야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 나는 인류를 구하거나 지구를 구한다는 거창한 명분으로 환경 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바다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히지 않기를, 해파리가 비닐을 먹지 않기를, 갈매기 발목이 마스크 고무줄에 엉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푸르른 하늘이 언제나 하늘색이기를, 꽃 주변을 날아다니는 꿀벌이 사라지지 않기를, 북극곰이 더위에 살던 집을 잃지 않기를. 나와 내 딸, 내 딸의 아들, 그의 딸도 편안히 이 지구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