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운용 Jul 16. 2021

아버지가 남긴 옛날 편지 1

닭바위 고개 전설


코스모스길을 따라 학교로 가는 길에 야트막한 고개가 하나 있습니다.

수령이 많은 키가 큰 소나무들이 솔밭을 이룰 정도로 많았으며 낭떠러지 절벽에 붙은 바위 생김이 마치 닭머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닭 바위고개라고 불렀습니다.


닭바위 고개에는 유래가 오래된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아마 조선시대 후기쯤으로 추측)에 느릅 정 이란 마을에 지독한 구두쇠이자 성질이 고약한 최 라는 부자가 살았는데 가뭄때문에 흉년이 들어서 마을 사람들이 굶어 죽게 생겼는데도 곳간에 잔뜩 곡식을 쌓아놓고도 한 톨도 나눠주지 않고 오히려 빌려준 곡식을 이자까지 쳐서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은 곡식마저 빼앗아 갔다고 합니다.


하루는 어느 스님이 마을을 지나다 최부자집 대문 앞에 한참을 서서 염불을 외다가 문고리를 세차게 흔들며 주인을 불렀다고 합니다.


하인이 뭔 일인가 싶어 대문을 열고 스님에게 뭔 일 이슈 문고리를 흔든 까닭을 물어보니 집안에 큰 변 고가 생길 것이니 주인마님을 직접 만나서 전하겠 다고 하자 하인은 부리나케 최부자에게 달려가 스님의 말을 전달했습니다.


집안에 변고가 생긴다는 스님의 말을 전해 들은 최부자는 이런 까까머리 땡고추 중놈이 어디서 굴러와서 악담이냐며 하인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는 당장 멀리 쫒아내버려라 소리치자 하인이  최부자 에게 달려간 사이 이미 대문 안으로 들어온 스님을  그새 늘어난 하인들이 합세해 문밖으로  내동댕이 쳐버렸습니다.


스님은 이번엔 더 큰소리로 염불을 외며 대문을 더욱더 세차게 흔들자 최부자는 발악 발악 악을 써대더니 이번엔 다시는 대문 앞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하인에게 똥깐에 가서 똥물을 퍼다 땡고추 놈 시랑에다 한 바가지 퍼다 안겨줘 버려 라고 시키자 최부자를 닮아서 별로 인정이 없는 하인은 최부자 지시대로 스님에게 똥물을 퍼다가 쏟아버부어버렸습니다.


똥물을 뒤집어쓰고도 스님은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염불을 외웠습니다. 염불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스님을 불렀습니다. 스님이 고개를 돌려 보니 최부자집 며느리가 아기를 앉고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며 쌀과 음식을 담은 보자기를 스님께 전해주었습니다. 최부자 몰래 나왔기에 얼른 돌아 서렸는데 스님이 며느리를 불러 세우며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달 보름날에 달이 뜰 무렵 아기만 데리고 집 뒤 산으로 올라가라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며 며느님이 그나마 정이 있어 알려주는 거니 명심하라고 당부까지 하고는 스님은 닭바위 고개로 향해 염불을 외고 닭바위의 부리 부분을 목탁으로 내리쳤는데 바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스님은 그 뒤로 마을을 떠났고 마침내 보름날이 다 나왔는데 며느리는 스님의 단호하고 간곡한 당부가 있었던 터라 아기를 둘러업고 대문을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뒷동산 꼭대기를 향해 한참을 달음질치다 가 남아있는 가족들 생각에 걱정스러운 마음에 참 지를 못하고 돌아섰는데 며느리와 아기는 그만 돌 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한편 최부자네 집 근처에 커다란 홍수가 나서 최부 자네 집은 통째로 물에 잠겨버렸다고 합니다.


스님이 목탁으로 내려친 바위는 지금도 피를 흘려 던 자국이 붉은색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닭바위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도 지냈었다고 합 니다.


처녀들이 목을 매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곳이라서 이슥한 달밤이면 하얀 소복 입은 처녀귀신이 나타난다는 괴담을 원래의 닭바위 전설에다 이야기가 보태지는 바람에 권선징악이란 교훈보다 등골이 서늘한 괴담으로 닭바위의 전설은 변모하였으며 밤에는 근처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얼씬도 안 하는 공포의 장소가 돼버렸다고 합니다.


어느 마을이나 닭바위 전설과 흡사한  포맷의 전설 이 꽤나 있지만 닭바위 전설은 고인이 되신 동네 어른들이 한결같이 같은  내용으로 설파했다는 다수의 고증이 있었던 터라 유사한 이야기들보다 원조격 전설로 정통성을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술을 안 드시고 귀가한 날에 손수 밀가루를 반죽해 장떡을 부쳐 늦은 밤 간식으로 만들어 주시면서 누나와 나에게 들려준 아버지의 옛날 얘기 중의 하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랜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