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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Jul 24. 2021

할아버지 되줄께

나현이

 지 엄마가 보낸 손녀 나현이의 어제 모습



이름은 김나현.

나이 3살.


내 손위 형의 장남이 낳은 딸이지요. 엄마 아빠 닮아서 또래보다 커 오래 안아주려면 제법 팔이 아플 정도로 성숙합니다. 코로나 방역지침이 2단계 였을땐 가끔 얼굴도 보고 목마태워서 놀아줬는데 4단계로 강화되면서 아예 못만나고 있지요.


하루종일 우리 나현이 엄마하고 오빠하고 집콕하고 있을테니 저도 무척 답답할겁니다.




퇴근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온 아빠의 빵빵한 배위에 올라가 스카이콩콩 팔짝 팔짝 면서, 힘들어하는 아빠표정은 무시한채 까르르 까르르 좋아죽는 귀여운 내 손녀.


고녀석 목소리듣고 싶어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했더니 하부지 딱 한마디하고 통화권밖으로 달아나버려 할아버지 속을 무정하게도 태웠지요.


해외 주재원으로 두어달전에 먼저 출국한 아빠따라 가려고 회사 사택에 격리중이라는데 하부지 소리 듣고싶어 또 전화했더니 하부지 하부지 두마디하고는 통화권 밖으로 또 나가버렸다네요.


엄마가 나현아 서울 할아버지 인사해야지 부르는데도 오빠한테 장난치느라 통화권안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나보네요.




오늘밤만 지나면 난생 처음 하늘 높이 비행기타고 엄마랑 오빠랑 아빠한테 날아간다아

좋아서 팔딱 팔딱 뛰면서


" 아빠 뱅기 부웅"


나현이녀석이 현재 구사할수 있는 짧은 언어를 죄 동원해 아빠랑 영상통화한 걸 지엄마가 녹화해서 카톡으로 보냈어요. 영상속 나현이 재롱을 보니 형의 손녀인데도 내손녀같이 눈에 밟혀 보고 또 봤지요.


출국하기전에 나현이 사진 하나 보내라.


통화가 끝나자마자 지엄마가 카톡으로 보내준 나현이 사진 너무 예쁘고 깜찍해서 아무래도 내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깔아야겠네요.




나현아. 아빠한테 가면 할아버지한테 꼭 전화해야된다. 통화권 밖으로 벗어나려는 걸 엄마가 붙들어줘 억지로 통화했지요. 우리 나현이 비행기타고 아빠있는데 가도 아빠얼굴 보려면 호텔에서 3주는 기다려야 하는데 보고싶어도 참아야지.


나현아.

할아버지가 없으니까 작은할아버지가 할아버지 되줄께.


일곱살이 되야 할아버지 다시 만날텐데 할아버지 얼굴 까먹지말고 잘 기억해야된다. 낼 아침 일찍 비행기타야 되니까 그만 자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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